이 글은 어제 동생놈한테 엄청 휘둘린 뒤 생각했던 걸 정리한 것이다.
어떤 특수한 상황에 있을 때(혹은 특수한 사정을 지닌 이를 가까이 두었을 때), 큰 벽으로 다가오는 건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눈앞에 닥친 상황을 견디기 어려운 것. 다른 하나는 자기의 동반자가 그런 상황에 견디기 어려워하는 것에 관한 두려움.
바로 어제 겪은 일로 생각하게 된 이야기인데, 이건 굳이 우리 집안만의 사정이 아니라, 좀 더 넓게 생각해볼 수도 있다. 아픈 이가 있는 가족이나, 부위와 상관없이 장애를 지닌 이가 있는 가족이나, 그밖에도 ‘별난’ 사정을 지닌 가족 모두한테 대략 맞아떨어지는 이야기다.
누구나 처음 어떤 길로 들어서려 할 땐 이상을 지닌다. 그 길이 ‘보통 사람이 걷는 길’이 아니면 아닐수록 더더욱 그렇다. 하지만 쉽게만 느껴졌던 이상은, 위에서 말한 큰 벽에 부닥치고 만다. 내가 현실을 몰랐던 걸까. 이 이상은 이루지 못할 것이었던가. 그런 생각을 하게 된다.
아무리 어려운 길을 서로 각오했다 한들, 실제로 겪어보면 자기 생각을 아득히 뛰어넘을 때가 많다. 때로는 ‘당사자가 아닌데도’ 마음이 무너질 만큼 힘들 때도 있다. 물론 자기가 힘든 것도 문제지만, 그것보다 같이 있는 ‘상대방’, 즉 가족이 지치면 어떡하지, 란 생각이 든다.
누구보다도 믿고 서로 보듬어줘야하는 동반자(파트너)를 믿기 어려워진다는 것. 어떤 마음을 가지고 있는지 불안해야 한다는 것. 그게 얼마나 힘든 일인지는 두말할 것도 없을 것이다. 사실 이건 ‘내가 견디기 어려운’ 것보다 더 힘들 때도 있다. ‘내가 아닌 이’는 자기 마음대로 할 수 없으니까.
실제로 겪는 일이 생각보다 훨씬 거칠다는 것. 이상과 현실의 차이. 사람들이 ‘현실’이란 말에 담는 게 모두 진짜 현실인지는 알 수 없지만, 적어도 겪은 사람이 볼 때 지금 한 말은 실제 현실과 꽤 가깝지 않을까, 란 생각을 한다. 물론 나도 사회생활에 가까운 현실을 자세히 아는 건 아니지만.
사실 내가 이런 말을 하지만, 동생놈의 누나인 나보단 부모님, 즉 아버지와 엄마가 그걸 더 뼈저리게 느낄 것이다. 내가 여기에 적은 것보다 훨씬. 여기에 적는 게 망설여지는 것도 있을 만큼 부모님이 걸어온 길은 가파랐다. 심지어 처음부터 각오한 것도 아니고, 갑자기 ‘떠밀려서’ 걷게 된 길이었다.
그런 길을 스스로 걸으려는 이한테 ‘현실을 알라’고 하는 말은, 그걸 입에 담은 이가 무슨 뜻으로 그랬든 대략 이런 걸 말하는 것이라 생각한다. 물론 사람에 따라 ‘현실’이란 말에 담는 건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위에서 말한 것 역시 그런 ‘현실’ 중 하나라고.
그렇기 때문에, ‘그 힘든 길을 넘어선’ 이는 그 길이 어떤 길이든 속으로 무척 존경하곤 한다. 비록 다른 길이라 한들, 그 길이 얼마나 가파른지는 잘 알고 있으니까. 그리고 물론, 위에서 한 말이 무슨 뜻인지 똑똑히 알면서도 그리로 걸어들어가는 이들 역시 응원한다.
비주류의 길을 걷는다는 것. ‘평범함’과 동떨어진 길을 걷는다는 것. 그게 어떤 길이라 한들, 걷기로 마음먹는 것도, 걸으려는 마음을 먹으려는 것도 결코 쉬운 일은 아니다. 그걸 넘어선 이들이 눈부시게 웃는 모습을 볼 때마다, 난 속으로 몇 번이고 그들을 되돌아보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