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생에 관해 말하는 걸 비겁하다 생각한 적이 있었다

어릴 적, 나한텐 이런 생각이 있었다. 동생을 팔아먹고 싶지 않단 생각이. 어쩐지 작품(상상)만으로 인정받아야 할 것 같았고, 동생의 이야기를 꺼낸다는 건 비겁하단 생각이 들었다. 솔직히 왜인진 나도 잘 모르겠지만, 그냥 그런 것 같았다.

그리고 이제 와서야, 난 그게 다 자기 착각이었단 걸 알았다. 처음부터 아무런 문제도 없는 일이었던 것이다. 동생이 내 삶, 사람을 보는 눈, 생각에 미친 영향은 엄청나다. 그걸 말하지 않고 배길 수 있겠는가.

나는 죽, 동생에 관해 말하는 게 남들한테 어떻게 비칠까 무서웠다. 하지만 생각해보면, 자기 삶에 중요한 사람을 숨기고 있는 것도 이상한 이야기다. 다른 사람은 불편할지도 모르지만, 나한테는 그저 내가 사는 이야기일 뿐이니까.

저번에 그 책을 읽은 뒤로 조금 시간이 지난 지금, 난 동생에 관해 말하는 게 특이한 것도 비겁한 것도 ‘팔아먹는 것도’ 아니란 걸 이제 알았다. 누가 날 어떻게 생각하든, 이젠 아무 상관없단 생각이 들었다. 남을 무시한다는 말은 아니지만.

사람은 누구나 무서워하는 게 다르고, 나도 동생도, 무서워하는 건 서로 다르다. 물론 서로 그걸 왜 불안해하는지는 알지 못하지만. 어쩌면 그런 동생을 봐왔기에, 나는 이런저런 ‘드문’ 사람들을 떠올릴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동생의 이야기를 하는 건, 튀어보이고 싶어서도 아니고, 주목받으려는 까닭도 아니고, 다른 사람의 눈길을 끌기 위해서도 아니다. 그저 내가 말하는 게 당연하니까 입에 담는 것뿐이다. 걜 빼면 나 자신도 말할 수 없으니까.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나는 옛날부터 다른 이가 나를 어떻게 볼지 무서웠는데, 적어도 동생에 관해선 앞으로 이렇게 가려 한다. 이건 조금도 숨길 일도, ‘남을 배려해서 안 말할’ 일도 아니니까. 나는 나일 뿐이다. 적어도 나 자신한테는.

어제 일에 관해 아버지와 얘기한 소감

아까 전까지 어제 일로 아버지랑 무척 길게 얘기했다. 틀림없이 9시 40분쯤 시작한 거 같은데 정신을 차려보니 12시 반이었다는 사실. 그러면서 이런저런 생각을 했다. 자기를 위해 정리.

아버지랑 오늘 한 얘긴, 아마 오래 전부터 내가 무엇보다 하고싶었던 말이었다. 그걸 이제야 이루게 되는 것도 뭣하지만, 그만큼 난 부모님 입에서 동생이나 친척 이야기를 듣고 싶었다. 그게 아무리 힘든 일이라 하더라도.

솔직히 난 엄마가 두 번 아이를 지운 것도(터울이 네 살인 건 그냥 그렇겠구나 생각했다), 할머니가 그렇게 돌아가신 줄도 전혀 몰랐다. 물론 엄마야 나한테 말하고 싶지 않았겠지만…오해하던 것의 진실을 듣기도 하고, 참 파란만장한 이야기였다.

오늘 이야기 중 가장 중요했던 건, 아버지도 정말 동생을 시설에 보내고 싶었던 건 아니란 거였다. 아버지는 앞으로 동생이 어떻게 될지가 걱정되었던 것이다. 그런 시설에 맡기면 잠이나 제대로 자겠냔 말로도 마음놓기엔 충분했다.

덕택에 참 이런저런 말을 많이 했다. 현실은 상상을 뛰어넘는다는 걸 전 대선까지 예로 들어 말하기도 하고…나한텐 강박증이란 증세가 있단 걸 알았단 게 그랬지만. 내가 아버지를 바꿀 수는 없지만, 아무튼 책도 읽어보신다니 다행이다.

그렇게 이야기를 하다가, 갑자기 아버지가 ‘너도 불쌍하고’란 식으로 말하는 바람에 목소리를 높였다. 난 전혀 불쌍한 사람이 아니라고. 잠재력이 넘쳐나는 사람이라고. 여기에 가만히 있을 사람이 아니라고.

이렇게 말하면 자의식이 지나치게 높은 것처럼 보일지도 모르지만, 자기가 자기를 높게 사지 않으면 아무도 날 높게 사주지 않는다. 나도 내가 손재주없고 어려운 문제 앞에서 집중력이 떨어진단 건 다 알고 있다.

하지만 내가 어디서 묻힐 만큼 능력없는 존재란 생각도 안 한다. 그런 사람한테 감히 불쌍하다니, 누구 멋대로 그렇게 단정짓는단 말인가. 항상 그렇지만, 사람을 멋대로 판단하는 건 무척 좋지 않다.

아버지는 여전히 자폐를 정신병 비슷하게 보는 듯한데, 내가 그거랑 이건 다르다고 몇 번이고 말하긴 했다. 일단 하고싶은 말은 했으므로 속은 시원함. 추운데 이만 잘까…

‘비극의 주인공’이 되려는 심리에 관해

어제 아버지를 보고 이런 생각을 했다. 조금 차갑게 느껴질지도 모르지만, 그런 뜻으로 한 생각은 아니다.

모든 걸 자기한테 놓여진 환경이나 자길 괴롭게 하는 사람 탓이라 생각하면, 그거야 속은 무척 편할 것이다. 더 생각할 일도 없으니까. 자기는 불쌍한 피해자라고 치면, ‘주위가 나빠서 내가 불행하다’란 식으로 비극의 주인공이 될 수 있으니까.

하지만 내 생각에, 이렇게 생각하는 사람은 언제까지고 행복해질 수 없다. 자꾸만 주위에 책임을 떠넘기면, 결국 남는 건 ‘자길 바꿀 수 있는 사람은 자기뿐이다’란 사실밖에 없다. 자기가 불행하단 연극에 빠진 사람은 결국 그런 자기한테 심취하고 만다.

이렇게 말하면 진짜 차갑게 느껴질지도 모르지만, 솔직히 위처럼 해서 가장 마음이 편해지는 건 여기 있는 나다. 하지만 난 혼자서 자기는 불쌍한 사람이다라 연극하는 게 싫다. 사람이 바꿀 수 있는 건 언제나 자기 한 명뿐이니까. 자기 삶 역시 그렇다.

물론 자기한테 부조리한 짓을 한 사람이 잘했단 뜻이 결코 아니지만(오히려 그딴 부조리한 짓에 더 얽매이지 않아도 된다는 말이다), 집에 자폐인 동생이 있든 어쨌든, 거기에 모든 걸 떠넘기고 ‘난 불행한 사람이다’란 생각에 갇힌 사람에게 하려는 말이다.

생각하는 건 때에 따라 참 어려운 일이고, 그건 나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생각하기 싫어서 ‘그냥 쟨 나빠’라 책임을 떠넘기기보단, ‘왜 저런 행동을 할까’라 생각해보고 싶다.

여기까지가 어제 아버지 일로 한 생각이었다. 다른 이야 어쨌든, 나는 ‘이래서 자긴 불쌍하다’란 연극 대신 자기가 스스로 생각해서 자기만의 길을 걷고 싶다. 그게 나한테도 더 즐거운 길이니까.

책을 읽고 자기 생각을 다시금 깨닫게 된 이야기

오늘 밤에 동생이 좀 고집을 부렸는데, 그걸 가지고 아버지가 넋두리를 했다. 전엔 불쌍했지만 이젠 보는 것도 싫다고. 심지어 시설도 알아봤지만 다 차서 들어갈 수 없었다고.

그 일로, 여기에 그동안 정리하고 싶었던 생각이 있단 걸 다시 떠올렸다. 이번 기회에 다시 정리하려 한다.

나는 예전부터 동생을 ‘아프다’거나 ‘불쌍하다’라 하는 게 잘 이해되지 않았다. 어쩐지 그런 생각이 들어서였다. 저번 그 책을 읽고, 나는 내가 바라던 답이 그거였단 걸 개달았다.

그 책에서 말하는 건 내 생각과 무척 잘 맞아떨어졌다. 동생은 아픈 것도 아니고, 불쌍한 존재도 아니다. 그냥 ‘대개 보통 사람들’과 사는 방법이 다른 것이다. 마치 전자와 후자가 다른 것처럼. 후자가 이상한 사람이 아니듯, 자폐는 그냥 한 사람의 ‘상태’일 뿐이란 생각을 한다.

어쩌면 사람을 따돌리는 것도 비슷한 까닭에서일지 모른다. ‘자기가 이해할 수 없기 때문에’ 그 사람 자체가 이상하다고 단정짓는 것이다. 자폐인의 돌발행동이 ‘자폐니까’라 여겨지는 것처럼. 상황에 따라선 누구나 할 수 있는 행동인데.

이걸 다시 말하자면, 사람이 살아가는 방식이나 구조는 크게 다르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어떤 사람 입장에선, 자기와 다른 구조를 지닌 사람을 이해할 수 없어지고 만다. 이렇게 해서 오해가 생겨난다. 물론 ‘보통 구조’를 지닌 사람으로 통일하려면 할수록, 그 골은 더 깊어질 뿐이다.

나는 그 책에서 나온, ‘자폐인을 정상으로 만드는 게 아니라, 그 구조를 이해해주는 것’이란 말이 정말 좋다. 나 역시, 무의식 속에서 같은 생각을 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책을 읽은 다음, 나는 동생과 관련된 두려움이 많이 사라졌다. 드디어 동생이 ‘왜’ 그런 행동을 하는지 알게 됐으니까.

물론, 자폐인의 돌발행동은 ‘그 사람이 자폐니까’라 생각하는 게 훨씬 속시원할 것이다. 더 생각하지 않아도 되니까. 하지만 ‘사람’은 누구나 까닭이 있어서 행동한다. 특정 환경을 잘 참는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이 있는 것처럼, 그저 사람이라서 그렇게 행동하는 것이다.

나는, 모두가 ‘정상’인 세상보단 각자 다른 구조가 있단 게 당연하게 여겨지는 세상이 더 좋다. 전자는 언젠가 무너지게 되어있다 여기기 때문이다. 사람은 누구나 크던 작던 구조가 다르다. 문제를 일으키기 싫어서 ‘정상’을 강요하면, 그 사람은 참 살기 힘들 것이다.

이렇게 남의 얘기처럼 말했지만, 사실 나 역시 그런 마음이었다. ‘사람마다 다른 구조가 있을 수 있다’는 걸 받아들이지 못하는 세상은, 정말 답답한 곳이리란 생각이 든다. 세상에 전자와 후자가 있는 것처럼, 자폐성을 지닌 이와 그렇지 않은 이가 같이 있었으면 한다.

정체성과 공존이란 건, 그래서 내가 자꾸만 생각하게 되는 것들이다. 아무리 생각하기 귀찮더라도, 사람은 ‘다른 구조’를 지닌 이를 이해하는 게 낫다 생각한다. 공존이라 한들 무조건 같이 있어야한단 건 아니다. 그저 ‘서로 교류하는 방법’을 다루고 싶을 뿐이다.

그럭저럭 길어져서 월드에도 올리는데(원래 트위터에 한 대목씩 올릴 생각으로 쓴 글이다), 이런 책이 작년 말에 나왔단 게 가끔 억울하단 생각이 든다. 동생이 나고 자란 90년대엔 이런 접근법도 없었으니까. 이 때 이런 게 널리 알려졌다면, 부모님의 생각도 조금은 달라졌을지도 모른다. 적어도 왜 이러는지 모르겠단 말은 줄지 않았을까.

내가 교류에 관심을 갖게 된 까닭 – 아마도, 아주 아마도 내 동생 덕분

나 자신은, 지금도 ‘교류’나 ‘화학반응한 관계’같은 요소를 무척 좋아한다. 아마 전에도 그랬고, 물론 지금도 죽 좋아하고 있다.

물론 실존하는 인물과의 교류 역시 좋지만, 나는 ‘상상 속 인물’과의 교류, 그리고 그 인물들 사이에서 ‘만들어진’ 관계 역시 깊은 관심을 갖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요소를 짙게 한 매체, 즉 교류형 게임이나 KR코믹스 같은 곳 역시 무척 좋아한다. 아마 내 삶에서 ‘삶의 목표’가 있다고 한다면, 이러한 교류 및 화학반응한 관계를 이것저것 깊게 다루는 것이라 말할 수 있을 정도다.

나 역시 ‘내가 왜 이러한 요소에 자꾸 끌리는 걸까’에 관해 많이 생각해봤는데, 요즘 얻은 결론은 결국 동생의 영향이 큰 거 같단 사실이었다. 물론, 당연히 이것만으로 모든 걸 말할 수 없고, 나 역시 그 밖에도 여러 까닭이 있었으리라 생각한다. 하지만 가장 크게 영향받은 게 뭔가 한다면, 아무래도 난 이걸 가장 먼저 댈 거 같다. 그만큼 나한테는 어느 정도 믿을만한 근거였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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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동생은 어떻게 말하는가

다른 글을 쓰기 앞서, 갑자기 ‘그러고 보니 내 동생이 어떻게 말하는지 적어본 적이 없었다’는 생각을 했다. 가만히 생각해보면 별 건 아니지만, 그래도 모르는 사람은 모를 거고, 쓸 가치가 있다 생각했기에 조금 적어보려 한다.

다른 곳에서도 잠깐 말했지만, 내 동생은 정말로 자기 말하고 싶을 때만 남한테 말을 거는 성격이다. 사실 하는 말 자체는 충분히 많지만, 대부분이 자기가 신나서 중얼대는 소리이기 때문에 ‘다른 이들’을 위한 건 아니다. 하지만 아무리 그런 동생이라 한들, 자기가 필요하면 말한다. 그것도 몇십 분 간격을 두고 꼬박꼬박 말을 걸어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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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생한테 직접 핸드폰 배터리를 갈아끼우게 한 과정과 그렇게 해서 얻은 소득

이 글에서는 동생한테 직접 핸드폰 배터리를 갈아끼우게 한 과정에 관해 말하려 한다. 그야말로(동생도 나도) 시행착오 끝에 얻은 결과지만, 맨 처음 어렵다고 생각했던 것치곤 믿을 수 없을 만큼 괜찮은 소득이 있었기 때문이다.

또한, 이 글에서는 이렇게 동생한테 ‘번거로운’ 일을 시켜서 내가 얻은 소득(및 동생의 소득)도 같이 적으려 한다. 자기도 어떤 결과가 나올지 몰랐던 실험 보고서같은 글이긴 하지만, 흥미를 느낀 분들한테 읽을만한 글이 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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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 형제를 위한 커뮤니티’ 구상 (아이디어 수준)

여기에 있는 글은 그저 메모에 가까우며, 이것저것 생각하다 떠오른 것이다. 자기 생각을 정리하기 위해 여기에 올린다.
메모라는 특성상 사람에 따라서 이해하기 어려운 대목이 있을 수 있다. 이 점 이해해주셨으면 한다.

‘장애 형제를 위한 커뮤니티’ 구상 (아이디어 수준) 더보기

특수한 환경에서 자랐기에 알기 힘든 점 – 자기 생각을 ‘대놓고 마음대로 드러낸다는’ 것

어쩌면 이건 나와 비슷한 환경에 있는 이들조차 알아채지 못했을 수 있는데(그게 아니라면 나만 그럴 수도 있는데), 나는 지금껏 죽 굉장히 알기 힘든 게 하나 있었다. ‘자기 생각을 남한테 대놓고 드러내는 것’이 무척 어려웠던 것이다. 게다가 이걸 깨달은 건 고작 몇 년 전이었다.

아마 보통 환경에서 나고자란 이라면 이 감각을 잘 이해하지 못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난 꽤 어릴 적부터 지금까지 죽 자기가 ‘자기 생각을 대놓고 말하지 못하던’ 걸 의식하지 못하고 있었다. 이건 억압이나 열등감, 트라우마와는 아주 딴판인 문제이기 때문이다. 자란 환경 특성상 이런 문제는 자각했다 한들 어떻게 하면 좋을지 알기 어렵다. 마치 유전으로 얻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알레르기처럼, 이런 증상은 타고난 거나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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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손잡이인 동생

동생에 관해서 얘기하다 보면 어쩔 수 없이 이야기가 묵직해질 때가 있다. 나 역시 그다지 묵직한 얘길 할 생각은 아니지만, 아무래도 쓰다 보면 그런 식으로 이야기가 이어지곤 한다.

그러므로, 오늘은 조금 가볍게 써도 된다는 생각으로 별로 특별하지 않은 동생의 양손사용에 관해 말해보려 한다. 참으로 별 건 아니지만, 가끔 이런 걸 쓰고 싶다는 생각을 진지하게 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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