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할 수 없는 순간에 관한 이야기.

그저 속으로만 생각하는 거라면 망설일 건 어디에도 없다. 자기가 속으로 하는 생각을 자기 멋대로 서술하는 기계가 있는 것도 아니니까. 남한테 어떻게 보일지 모른다는 걱정도, 그 밖의 여러가지 생각도, ‘자기 생각’에서 끝낸다면 고민할 건 결코 없다.

그게 ‘자기 생각’에서 끝나는 이야기라면.

그 생각이 ‘생각’으로 끝나는 게 아니라, ‘자기 앞날’을 만들어가게 될, ‘자기자신을 만들어나가는 데 피할 수 없는’ 존재란 걸 알게 되면, 여기서 끝날 수 없다는 걸 알게 된다. 자기가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 피할 수 없단 걸 안다면, 자기가 하려는 걸 ‘남한테 보여야’ 한다는 걸 알게 되니까.

남들이 보이는 곳에 글을 쓴다는 것도 대략 그렇다. 실제로 얼마나 남이 봤는가가 아니라, ‘그럴 가능성’을 만들었단 것 자체가 중요한 일이다. 그냥 스쳐지나가는 생각 중 하나라면 그럴 가능성을 만들 까닭이 없다. 자기가 괜히 실수하는 것보단 그냥 멀리서 남의 생각을 보는 게 더 안전하다.

하지만 자기가 하는 생각이 ‘자기를 만드는 데 피해갈 수 없다’는 걸 안다면, 언젠가는 그 생각을 남한테 보이는 식으로 내보여야 한다는 걸 깨닫게 된다. 아무리 남한테 보이는 게 무섭다 한들, 이걸 더 이상 미룰 수도, 피할 수도 없단 걸 알게 된다.

월드를 오랫동안 가지고 있었던 것도, 작품을 하는 것도, ‘앞으로 어떻게 될지’ 짐작할 수 없는 걸 하는 것도, 무섭지만 조금씩 뭔가 해보는 것도, 대략 이러한 까닭이다.
피할 수 없는 것과 맞선다는 건 솔직히 꽤 무섭다. 적어도 나한테는. 그렇게 대단한 걸 하고있는 것도 아닌데.
하지만 이런 식으로 나아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