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튼 대악당이 된다는 것.

가끔 바쁘게 사는 사람들 이야기를 들을 때 그런 생각을 한다. ‘저 사람들은 동생 생각 안 해도 되니까 편하겠다’라는 생각을. 딱히 부럽거나 지금 환경이 싫다기보다 그냥 자연스레 그런 생각이 든다.

이런 말을 하긴 했지만, 딱히 내가 동생 때문에 하고싶은 걸 포기하며 살고 있다, 라는 건 아니다. 오히려 나는 거꾸로라 생각한다. 자기 자신만을 위해서, 하고싶은 것만 하기 위해서 움직이다가 짐작치도 못한 일 때문에 동생놈한테 피해를 입혔다 느낀 적도 있다.

몇 년 전, 강박증이 무척 심했을 때(이것도 자기 자신만을 위해 움직이다가 갑자기 생긴 일이지만) 일 때문에 동생놈이 복지관에 못가게 된 건 특히 그렇게 느낀 일이었다. 그 때만큼 내가 자기 자신만을 위해 사는 대악당이라 생각할 때가 없었다. 대악당이 나쁘단 말은 아니지만…

아무튼 나는 스스로 판단해서 대악당으로 살자 정했고, 그러한 까닭으로 가족, 부모님 및 동생놈한테 알게 모르게 여러가지 걱정을 끼쳐드렸다(동생놈한텐 걱정이라기보다 ‘알게 모르게’란 게 더 크지만). 내가 살아남기 위해서. 자기가 오래 살아남고 싶다는 엄청 이기적인 생각으로.

이런 식으로 말했지만 그게 나쁘다는 건 결코 아니며, 오히려 엄청 만족한다. 남한테 걱정 안 끼치는 것보다 내가 살아남는 게 몇 배나 더 중요한 건 당연하니까. 그렇게 지내오면서 깨달은 것도 여러가지 있다. 대악당이라고 말하긴 했지만, 내가 아주 대악당 체질이 아니란 것도 깨달았다.

여기에 관해 말하려면 아마 몇날 며칠을 생각하고 써도 모자라겠지만…만약 이런 생각이라도 도움이 되는 이가 어딘가에 있다면 시간을 들여서라도 좀 더 쓰고싶단 생각을 한다. 누군가 읽고 싶은, 필요로 하는 이가 있다면. 잡지나 매체에 글을 싣는 것도 누군가 바라는 이가 있다면…

자기에 관한 글이나 뭐 그런 걸 쓸 땐 한없이 진지해지는 편이라서, 이런 글만 죽 쓰다 보면 주위에선 엄청 바람직한 사람으로 보이지 않을까란 쓸데없는 고민이 들 때가 있다. 그럴 땐 뭐라도 해서 그런 느낌을 깨부수고 싶어진다. ‘えっちなゲーム作り’나 뭐 그런 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