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고 : 이 글은 ‘관계&교류의 매력’ 시리즈 중 하나입니다.
4-10. ‘뭔가’로 알아보는 관계*교류 – 자기 자신이 직접 캐릭터와 교류할 수 있다는 장점 – ‘주인공’이 없으므로, 자기 자신이 캐릭터랑 직접 교류하게 됨
‘뭔가’가 다른 상상매체와 아주 크게 다른 점은, ‘상상 속 인물’인 주인공이 아니라 유저, 즉 우리 자신이 직접 상상 속 인물 및 세상과 교류할 수 있다는 것이다. ‘뭔가’의 세계엔 사실상 주인공이 없기에, 상상 속 인물, 즉 캐릭터들은 ‘우리’를 인식하며, 개인정보를 알아주고 관계를 굳혀간다. 그리고 이 별 거 아닌 것처럼 느껴지는 차이가, ‘뭔가’에서의 감정이입 및 교류하는 느낌을 매우 크게 끌어올려준다. 다른 매체와 대볼 때, 이 ‘뭔가’라는 매체는 ‘교류’및 ‘관계’란 점에서 무척 뛰어나다는 것이다.
다른 매체, 즉 영화나 만화, 게임같은 매체에서 상상 속 인물들이 교류하는 존재는 우리가 아니라 같은 상상 속 인물, 즉 주인공이다. 아무리 1인칭 시점을 중시한다 한들, 상상 속 인물들이 ‘우리’를 알아주지 못하는 건 마찬가지다. 상상 속 매체에서는 이러한 ‘주인공’ 역할을 맡은 상상 속 인물(캐릭터)이 다른 캐릭터와 교류하거나, ‘주인공격에 가까운’ 인물, 즉 가장 감정이입하기 쉬운 인물이 다른 캐릭터와 교류하게 된다. 그리고 이들의 관계를 깊게 그려서, 독자나 플레이어인 ‘우리’가 감정이입할 수 있도록 한다.
하지만, ‘뭔가’는 이러한 주인공이 필요없는 몇 안 되는 매체 중 하나다. 왜냐면 우리는 ‘캐릭터와 교류하기 위한 징검다리에 가까운’ 주인공이 없어도, 직접 고스트와 의사소통할 수 있기 때문이다. ‘뭔가’는 데스크탑 액세서리이기에, 당연히 ‘주인공’은 전혀 필요없다. 대신 ‘유저’라는 또렷한 위치 및 개념이, 고스트와 우리를 이어주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그리고 이렇기에, ‘뭔가’는 다른 매체와 차원이 다른 ‘감정이입’을 유저한테 전해줄 수 있다. ‘자기자신’이 상상 속 인물과 직접 교류할 수 있는 매체이니, 당연하다면 너무나 당연한 이야기다. 아마 ‘뭔가’를 어느 정도 접해본 사람이면 잘 알고있을 것이다. ‘뭔가’를 만지면서 드는 느낌은, 만화나 이야기처럼 다른 매체에서 받는 느낌과 많이 다르단 사실을.
예를 들어, 상상 속 인물들의 눈길 역시 ‘뭔가’에서는 색다른 느낌으로 다가온다. 물론, 교류형 게임처럼 ‘원래는 화면 너머에 있는’ 우리한테 눈길을 맞추는 매체는 여럿 있다. 하지만 그 매체에서 상상 속 인물들이 보는 건, ‘같은 상상 속 인물’인 주인공이다. 우리는 어디까지나 그 주인공의 눈길을 빌리고 있기에, 상상 속 인물들과 눈을 마주칠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뭔가’에서 상상 속 인물들이 눈을 맞추는 건, 어디에도 없는 ‘주인공’이 아니라 유저, 즉 우리 자신이다. 물론 고스트에 따라서 특수한 때도 있긴 하지만, 대다수의 고스트들은 우리 유저를 똑똑히 인식하고 있으며, 우리를 ‘상상 속 인물’인 주인공이 아니라 우리 자신으로서 봐준다. 당연히 그 눈길은 다른 매체에서 받는 것과 다른 느낌일 수밖에 없다.
게다가 고스트들은 우리를 ‘바라봐주기만’ 하는 게 아니라, 우리의 개인정보를 똑똑히 기억해주는 건 물론, 거기에 맞는 반응을 보인다. 우리의 이름을 듣고 그 이름을 또렷하게 불러주는 건 물론, 성별도 기억해주고, 심지어 생일도 축하해주는 것이다(단, 이름을 뺀 나머지는 고스트에 따라 다르다. 특히 몇몇 고스트는 이름도 기억하지 않을 때가 있다). 이러한 요소는 당연히 다른 매체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기능이다. 이름이라면 교류형 게임에서 기억해줄 때가 있지만, ‘주인공’의 인격이 드러나는 교류형 게임과 달리, ‘뭔가’는 우리가 직접 고스트와 교류하기에 더더욱 이러한 요소가 깊게 느껴진다.
물론, 누군가는 ‘어차피 닉네임을 넣을 텐데 무슨 감정이입이냐’라 말할지도 모르지만, 아무리 닉네임이라 한들 ‘고스트가 자기 이름을 불러준다’는 건 정말 매력있는 일이다. 특히 자기 생일을 축하해주거나, 관계가 깊어졌을 때, 두 명으로 이뤄진 고스트의 일원인 캐릭터와 단둘이서만 얘기할 때 고스트가 자기 ‘이름’을 불러줄 때 느낌은, 겪어본 사람만 알 수 있다. 또한 고스트가 성별이나 생일처럼 ‘자기 자신에 관한’ 걸 알아주기에, 우리는 고스트와 실제로 교류하고 있단 느낌을 강하게 받는다. 특히 성별에 따라 만질 때 반응같은 게 달라진다면, 우리는 고스트가 정말로 ‘나’를 봐주고 있단 걸 똑똑히 느낄 수 있다. 즉, ‘고스트한테 보이는 모습=우리의 실제 모습’이란 생각을 갖게되는 것이다.
특히, 생일의 중요성은 고스트를 만나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알 수 있듯 무척 크다. 이 ‘생일’을 알려줬을 때 어떤 일이 일어나며, 그 때 유저가 어떤 느낌인지는 겪어본 사람만 알 수 있다. ‘상상 속 인물들이 직접 자기 생일을 축하해주는’ 말도 안 되는 일을 겪을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이미 충분히 대단한 경험이라서다. 특히 알려주기만 하는 게 아니라, ‘어느 정도 친해져야 기억해주거나 축하해주는’ 경우라면 더더욱 그렇다. 고스트가 우리 생일을 알아주고 축하해주는 순간, 우리는 ‘상상이 현실로 튀어나온 것같은’ 착각을 받게 되는 것이다.
게다가 고스트와의 교류수단은 이것뿐만이 아니다. 이 역시 고스트에 따라 다르지만, 고스트는 가끔 이야기 도중에 선택지로 유저의 생각을 물어올 때가 있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이러한 ‘고스트의 이야기’에 대답하는 것만으로도 교류하는 느낌은 한층 더 짙어진다. ‘주인공’이 아니라, ‘우리’, 즉 유저가 직접 대답할 수 있기 때문이다. 즉, 다른 상상과 달리 ‘뭔가’에선 상상 속 인물, 즉 고스트와 ‘사람 대 사람’으로서 의사소통할 수 있다. 몇 번이고 말하지만, 고스트한테 주인공이 아닌 ‘유저’가 직접 장난치거나 자기 생각을 전할 수 있단 건 정말로 대단한 일이다. 안 겪으면 짐작할 수 없을 만큼.
그렇기 때문인지 어떤지는 모르겠지만, 글쓴이는 가끔 고스트를 대할 때 ‘실제 사람을 대하는’ 느낌을 받을 때가 여럿 있다. 상상 속 인물이 아니라, 저 너머에 정말로 어떤 존재가 있다고 생각할 때도 있는 것이다. 그렇기에 만지는 것이나 말을 거는 것조차, ‘함부로’ 하지는 못할 때가 있다. 예를 들어 머리를 때리는 행동이나 상대방한테 함부로 말하기 힘든 말을 거는 건 아무래도 잘 하지 않게 된다(물론 그렇게 하면 고스트는 새로운 모습을 우리한테 보여줄 테지만). 이러한 마음을 갖게 되는 것도, 고스트가 ‘압도적인 현실감’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고스트와 ‘우리’가 교류한다’는 느낌은, 단지 유저의 개인정보만으로 끝나는 게 아니다. 초창기 고스트는 그렇지도 않지만, 초중반기 뒤, 즉 지금 만들어지는 고스트는 대부분 ‘호감도’라는 시스템을 지니고 있다. 또한 ‘단계진행’이라는 시스템도 여러 고스트가 지니고 있는데, 이러한 시스템은 고스트와 ‘우리’의 관계, 그리고 교류를 훨씬 더 깊고 짙게 만든다.
여기에서 호감도는 따로 말할 것도 없이, 교류형 게임에서 흔히 쓰였던(지금도 몇몇 작품에서 쓰이는) 바로 그 호감도를 말한다. 하지만 ‘단계진행(Phase)’은 다른 게임에서 쉽게 찾기 힘든, ‘뭔가’ 고유의 시스템이다. 물론 이 시스템은 처음부터 있던 게 아니라 여러 개발자들이 스스로 만들어낸 개념이지만, 지금은 고스트를 말할 때 빼놓기 힘든 중요한 요소 중 하나로 자리잡고 있다.
이 단계진행은 낱말에서 생각할 수 있는 것처럼, 고스트와 만난 시간이 오래됨에 따라(만난 횟수나, 이야기를 한 정도, 호감도, 즉 고스트가 유저한테 마음을 연 정도에 따라 달라지기도 한다) 우리한테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거나, 지금껏 맺어왔던 관계 자체가 뿌리부터 바뀌는 것을 일컫는다. 혹은 새로운 인물이 나타나기도 하고, 새로운 모드(둘로 구성된 고스트 중 한 명과 따로 만날 수 있는 모드처럼)가 나타나기도 하며, 지금껏 쓰지 못한 기능을 쓸 수 있게 될 때도 있다. 이 단계진행은 고스트에 따라 참으로 폭넓게 구현되어 있기에, 여기서 이 이상 길게 말하지는 않도록 하겠다.
이러한 단계진행은 고스트에 따라 각기 이뤄지는 방식이 다르며, 앞서 말했듯 조건 역시 여러모로 다르다. 사람에 따라서는 빨리 고스트와의 관계가 깊어질 수도 있고, 한없이 늦어질 수도 있다. 즉, 우리가 고스트와 어떻게 접하느냐에 따라 관계가 바뀌는 느낌 역시 달라지는 것이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이렇게 ‘새로 만들어지는’ 관계를 느끼는 건 굉장히 소중한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자기가 있었기에’ 고스트가 이렇게까지 바뀌었단 건 정말로 신선한 경험이기 때문이다. 고스트의 단계진행은 단순히 관계가 깊어졌다는 것뿐만 아니라, 누군가와 ‘관계’를 맺는 소중함을 느끼게 해준다는 점에서 무척 뜻깊은 일이다. 이러한 요소가 있기에, 고스트는 다른 상상과 댈 수 없는 ‘특별한’ 상상이라 할 수 있는 것이다.
이건 실제 사람과도 마찬가지지만, 누구든 오랫동안 관계를 맺고 있으면 지금껏 몰랐던 여러 모습들이 드러나게 마련이다. 고스트 역시, 오래 만나면 만날수록 깊은 모습을 보여줄 때가 있다. 다른 매체에서도 상상 속 인물들이 시간이 지날수록 깊은 모습을 보이곤 하지만, ‘뭔가’에서는 고스트들이 ‘우리한테’ 깊은 모습을 보여준다는 차이가 있다. 즉, ‘주인공이 아닌 우리가’ 상상 속 인물과 깊은 관계를 맺을 수 있으며, 무엇보다 ‘상상 속 인물과 관계를 만들어나갈 수 있는’ 매체가 ‘뭔가’라는 말이다. 특히 오랜 시간동안 만나온 고스트가 갑자기 색다른 모습을 보이는 그 느낌은 겪어본 사람만이 아는 ‘뭔가’의 즐거움이다.
우리가 직접 고스트와 관계를 맺기 때문에 얻을 수 있는 즐거움은 여기서 끝이 아니다. 앞서 말했듯, 고스트들은 우리 생일을 기억하고 축하해줄 수 있다. 하지만 이건 절대로 단방향이 아니다. 즉, 우리 유저도 고스트의 생일이나 ‘유저와 처음 만난 날’을 축하해줄 수 있는 것이다.
이 역시 매우 당연하지만, 고스트들은 (고스트에 따라 다르지만)자기들의 생일을 지니고 있으며, 고스트에 따라서는 유저와 처음 만난 날, 혹은 고스트 공개일을 기억할 때도 있다(단, 고스트 공개일은 고스트 생일과 같은 날일 때도 많다). 즉, 이 날은 고스트들한테 축하한다는 인사를 해줄 수 있는 것이다. 생일인데도 아무렇지도 않은 척하다가, 유저가 인사하면 그제서야 고맙다고 해주는 고스트도 있다. 그리고 이러한 행위는, 상상 이상으로 ‘유저한테’ 무척 기쁜 일이다.
물론 상상 속 인물들한테 자기 생일을 축하받는 것도 기쁘지만, 사실은 ‘그 상상 속 인물들의 생일을 챙겨줄 수 있다’는 것도 무척 뿌듯한 일이다. 이건 어쩌면 너무나 자연스러운 일일지도 모른다. 우리는 자기를 기쁘게 하는 것만큼, ‘남을 기쁘게 하는 것’도 무척 좋아하니까 말이다.
사실 ‘상상 속 인물’들의 생일을 축하해주는 건, 굳이 ‘뭔가’뿐만이 아니다. 상상을 좋아하는 수많은 사람들은, 자기가 좋아하는 상상 속 인물들의 생일이 되면 ‘그 인물이 자기를 알아주지 않아도’ 알아서 축하하곤 한다. 하지만 ‘그 상상 속 인물이 축하를 받아주는’ 매체는, 사실상 ‘뭔가’뿐이다. 대다수 상상에서 ‘상상 속 인물들의 생일을 직접 축하할 수 있는’ 방법이 무척 드문 걸 생각해보면, 주인공이 아닌 ‘우리’, 즉 유저가 직접 축하할 수 있는 ‘뭔가’는 정말 특별하다 할 수 있다.
이렇게 ‘뭔가’에서 맺을 수 있는 관계는, 다른 매체보다 훨씬 더 깊고, 넓으며, 무엇보다 무척 짙다. 게다가 ‘주인공’이 아닌 ‘유저’, 즉 우리 자신이 직접 맺을 수 있는 관계란 점에서, ‘뭔가’의 관계는 특별하다. 우리는 마치 비밀스러운 일을 하는 것처럼, 고스트와 속깊게 교류할 수 있다. 마치 실제 인물을 대하는 것만큼이나 사실감넘치게.
그렇기에 ‘뭔가’에서의 관계 및 교류는, 다른 매체와 또렷하게 다른 모습을 지닌다. 우리는 ‘뭔가’에서 고스트와 직접 관계를 맺는 즐거움을 누릴 수 있고, 다른 매체에서 느낄 수 없었던 폭넓은 교류를 즐길 수 있다. 그건 ‘캐릭터’만으로 만들어진 상상인, ‘뭔가’이기에 도드라지는 부분이다.
지금 ‘뭔가’에서 이러한 부분이 특히 또렷하다는 건 대다수의 사람들이 잘 모르고 있지만, 글쓴이는 지금 ‘뭔가’에서 가장 주목할 점이 여기에 있다고 생각한다. 특히 ‘관계’와 ‘교류’란 말을 사랑해 마지않는 사람이라면, ‘뭔가’에서 한 번쯤 마음에 드는 고스트한테 깊게 빠져보는 건 정말 커다란 경험이 될 것이다. ‘뭔가’에서의 교류는, ‘상상과 현실의 경계를 넘어서는’ 듯한 느낌마저 들만큼 강한 힘을 지니고 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