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저런 작품(상상)을 보다 보면, 어쩐지 여러 작품에서 비슷한 느낌을 지닌 캐릭터가 자주 나온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물론 판박이처럼 닮은 건 아니지만, 어떤 ‘경향’, 예를 들어 밝고 명랑하다던가 말수가 없다던가 하는 것이 같은 캐릭터가 아주 다른 작품에 자주 나타나는 것이다.
특히 그 중에서도 ‘굉장히 알아보기 쉬워서 지금 당장이라도 비슷한 캐릭터가 여러 명 떠오를 정도’인 경향이 있는데, 오늘은 이 경향, 즉 ‘성격속성’에 관한 이야기를 하려 한다. 이걸 눈여겨보지 않는 사람이 많지만, 사실 이 성격속성이야말로 캐릭터를 떠올리기 가장 쉬운 방법이기 때문이다.
이 성격속성은 아직 자세히 알아보려는 사람이 많지 않은 편이지만, 지금껏 눈에 띄었던 직업속성, 즉 캐릭터를 직업으로 나누는 방법론보다 훨씬 더 캐릭터의 본질을 알기 쉬운 방법이다. 사실 직업속성은 성격속성에 딸린 요소라 해도 틀리지 않을 정도다. 물론 이건 어디까지나 내 생각이지만, 성격속성을 알고 이런저런 작품의 캐릭터를 눈여겨보면 지금껏 못 봤던 새로운 모습을 알게 될지도 모른다.
그 인물의 성격을 자세히 나타낸 것, 그게 바로 ‘성격속성’
성격속성이란 특별한 말이 아니라, 말 그대로 캐릭터의 ‘성격’을 여러 유형으로 나눈 걸 말한다. 즉, 밝고 명랑하다든가 말수가 적은 것 역시 어엿한 ‘성격속성’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나는 이렇게 쉽게 나눠버리고 끝나는 게 아니라, ‘그 성격에 관해 듣기만 해도 지금껏 봐왔던 캐릭터 몇 명쯤은 또렷하게 떠올릴 수 있을 만큼’ 자세하게 나누는 게 성격속성을 이해하는 데 가장 걸맞는다 생각한다. 보통 사람들도 밝은 캐릭터, 말수적은 캐릭터쯤은 쉽게 알아볼 수 있지만, ‘거기서 더 나아가’ 자세한 성격을 알아보려고 하진 않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뭐든지 믿고 맡길 수 있을 법한 왕언니 성격’이라든가 ‘털털한 성격인 분위기 메이커’, 그리고 ‘솔직해지기 힘든 여성스러운 성격’이란 식으로 캐릭터의 성격을 자세히 적으면, 누구든 한두 명쯤은 떠오르는 캐릭터가 있을 것이다. 어쩌면 그 캐릭터는 작품이 아니라, 실제로 있는 사람일지도 모른다. 이렇게 성격속성은 그 속성을 대기만 해도 곧바로 캐릭터를 떠올리기 쉽다는 장점이 있다.
이러한 성격속성은 체계화되어있지 않은 영역이기에, 사람에 따라서 알아볼 수 있는 속성이 서로 다를 수도 있다. 즉, 많은 사람들이 무의식 속에 만들어온 속성이기에 ‘성격속성이 모두 몇 가지인가’란 사실은 알 수 없으며, 앞으로도 새로운 성격속성이 죽 나타나리라는 말이다.
‘직업속성’은 눈에 보이는 것. 보이지 않는 ‘축’이 바로 ‘성격속성’
지금껏 캐릭터를 나누려 할 때, 우리는 흔히 ‘직업’이란 요소를 즐겨쓰곤 했다. 즉, 눈에 보이는 요소만으로 캐릭터를 나누려 한 것이다. 직업뿐만 아니라, 그 캐릭터의 종족이나 입장처럼 ‘눈에 보이는 것’만으로 캐릭터를 나누는 경향은 지금도 이어지고 있다. 예를 들어 동생이나 선생님, 천사나 악마와 같은 요소가 그러하다.
하지만 이러한 요소를 뜯어보면, 결국 사람들이 이 요소로 캐릭터를 나눈 건 ‘성격’을 알 수 있기 때문이란 사실을 알 수 있다. 선생님이란 직업속성을 봐도, 어른스럽다거나 다른 이들의 마음을 알아주고, 엄격한 데가 있다는 ‘성격’ 때문에 자주 쓰여왔다는 걸 알 수 있으며, 천사 역시 착하고 다른 이들을 감싸주며, 자기를 희생해서라도 누군가를 돕는 성격이 있기에 인기가 있단 걸 알 수 있다. 물론 이걸 생각해서 갭을 집어넣을 때도 있지만, 대개 직업속성은 이러한 성격을 나타내기 위해 자주 쓰인다고 해도 틀리지 않다.
이걸 다시 말하자면, 직업속성은 결국 성격을 위해 존재하기에, 성격속성의 아래에 들어간다 할 수 있다. 즉, 우리는 ‘성격’을 알아보기 위해 직업이라는 ‘보이는 요소’를 중요하게 여기고 있는 것이다. 성격은 결국 눈에 쉽게 띄지 않는 ‘마음상태’이기에, 직업이라는 ‘상징’, 즉 ‘보이는 요소’로 캐릭터를 알아보게 했을 뿐이다.
앞으로는 직업보다 ‘성격’이 더 발전하기 쉽다
그렇다면 직업속성이 거의 모두 나오다시피 한 요즘, 이제 눈을 끌게 될 건 결국 성격속성이라 할 수 있다. 이젠 직업속성으로 나올 수 있는 성격이 모두 다뤄진 거나 마찬가지이기에(갭까지 집어넣더라도), 우리가 직업을 중요시했던 까닭, 즉 ‘성격’을 깊게 다루는 쪽으로 바뀔 것이란 말이다.
앞서 말한 대로, 이 성격속성은 아직 깊게 보고 있는 사람이 많지 않으며, 앞으로 얼마든지 커나갈 수 있는 영역이다. 지금부터 여러 작품에 나오는 캐릭터를 보고 ‘이 캐릭터는 이런 속성이 아닐까’라 자세히 생각해보는 것만으로도 꽤 재밌는 걸 깨닫게 될 것이다. 물론 성격속성의 특성상, 이런 식으로 어떤 성격인지 쉽게 알아보기 힘든 캐릭터 역시 존재한다. 하지만 대부분의 캐릭터는 놀랄 만큼 ‘이런 성격’으로 나눠볼 수 있을 것이다. 제아무리 무척 자세한 속성이라 할지라도.
글을 마무리지으며 – 폭넓게 도움을 주는 ‘성격속성’
이렇게 성격속성에 관해 짧게 말해봤는데, 지금은 낯선 이야기일지도 모르지만 앞으로 점차 눈길을 끌게 되는 게 이 ‘성격’이 아닐까 한다. 뒤에도 다시 말하겠지만, 지금 상상은 ‘구성’이나 ‘소재’에서 ‘캐릭터’로 옮겨가고 있다 보이며, 그렇게 된다면 당연히 캐릭터의 속마음, 즉 ‘성격’이 도드라지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캐릭터를 떠올릴 때에도, 이 성격속성을 생각하면 훨씬 더 편하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직업속성과 달리, 성격속성은 그 자체가 ‘캐릭터’를 나타내는 것이라서다. 게다가 ‘이런 작품의 이런 캐릭터’라는 비슷한 인물도 있기 때문에, 이미지하는 것도 어렵지 않다.
직업이나 위치만으로 캐릭터를 생각하다 보면, 가장 중요한 ‘성격’을 가볍게 여기기 쉽다. 이런 위치만으로도 매력이 있다고 생각하기에, 그 캐릭터한테서 직업이나 위치를 빼면 어떻게 될지 생각할 수 없어지는 것이다. 하지만 성격속성을 쓴다면 그런 ‘겉으로 보이는 것’을 빼도 캐릭터가 또렷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성격속성은 캐릭터뿐 아니라, 자기 작품을 또렷하게 만드는 데에도 쓸모있는 요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