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에서는 동생한테 직접 핸드폰 배터리를 갈아끼우게 한 과정에 관해 말하려 한다. 그야말로(동생도 나도) 시행착오 끝에 얻은 결과지만, 맨 처음 어렵다고 생각했던 것치곤 믿을 수 없을 만큼 괜찮은 소득이 있었기 때문이다.
또한, 이 글에서는 이렇게 동생한테 ‘번거로운’ 일을 시켜서 내가 얻은 소득(및 동생의 소득)도 같이 적으려 한다. 자기도 어떤 결과가 나올지 몰랐던 실험 보고서같은 글이긴 하지만, 흥미를 느낀 분들한테 읽을만한 글이 되었으면 한다.
그럭저럭 어려운 목표를 위한 느릿느릿한 과정
일단 미리 말하자면, 내 동생은 핸드폰 배터리를 스스로 갈아끼우지 못했다. 동생의 특성상 섬세한 작업을 잘 못하는데(실제로 이런 까닭 때문에 집안일은 대개 내가 한다), 핸드폰 배터리 역시 동생한테는 충분히 ‘복잡한’ 작업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런 동생도 시간을 줬더니 혼자 핸드폰 배터리를 갈아끼워 와이파이를 연결할 수 있게 되었다.
물론, 이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복잡한 걸 잘 못하는 동생 특성상, 어느 정도 긴 시간을 주고 지켜봐야 하는 일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나는 동생이 이걸 아예 못하리라 생각하진 않았다. 따라서 좀 어렵긴 하겠지만, 한 번 시도해보기로 마음먹었다.
사실 뒤에 가서 다시 말하겠지만, 이건 나 자신을 위한 일이기도 했다. 동영상만 잔뜩 보는 동생 특성상(혹은 핸드폰 기종 특성상), 휴일이면 항상 한 시간에 한 번씩 배터리를 갈아줘야 했기 때문이다. 자기 거라면 그나마 낫겠지만, 남의 걸 한 시간에 한 번씩 손봐야한다는 건 정말 번거롭기 짝이 없는 일이다. 이건 정말 내가 편하기 위해 시작한 일이었던 것이다.
그래서 어떻게 했냐면, 일단 ‘한 단계씩’ 천천히 익숙해지도록 했다. 복잡한 걸 못 하는 동생 특성상, 한꺼번에 다 하게 하면 당연히 못하리라 생각해서였다. 내 동생의 핸드폰엔 뒤를 덮는 케이스가 있어서, 이걸 벗기고 본체를 벗겨야 배터리를 갈아끼울 수 있게 되어있다. 따라서, 당연히 첫단계는 이 케이스를 벗기는 거였다. 이쯤이면 동생도 혼자 할 수 있다. 가끔 케이스를 거꾸로 끼울 때가 있긴 했지만.
이와 함께 동생이 와이파이가 끊길 때마다 만날 나한테 가져오는 일도 있었기에, 나는 이 와이파이 접속법 역시 가르쳤다. 잘 될지 어떨지는 나도 짐작할 수 없었지만, 아무튼 번거로운 일이었던 고로 알아서 하게 하고 싶었던 것이다.
일단 첫화면에서 와이파이 아이콘을 누른 뒤, 거기서 우리 집 공유기를 눌러 연결시키는 걸 일일이 보여줬다. 동생의 특성상 어디까지 이해하고 있는지 알 수 없기에, 될 수 있는 대로 천천히 끈기를 가지고 해나가려 했다. 동생이 어디까지 이해하는지는 나도 짐작하기 어렵지만, 아무튼 성공하면 자기 나름대로 이해하고 있다는 뜻이리라 생각해서였다.
다시 배터리로 돌아가면, 동생이 그럭저럭 케이스를 끼울 수 있게 되자, 이번엔 본체를 뜯는 것도 같이 주문했다. 보통 사람이라면 당연히 쉽겠지만, 섬세한 작업에 참으로 약한 동생 입장에선 당연히 어려운 일이었다. 아래에 있는 홈에 손톱을 넣어서 뜯는 게 빠르다는 것조차 깨닫지 못하는 성격이라서다. 그렇기에 본체를 뜯을 때면 매번 아래에 홈이 있다는 사실을 강조해서, 동생이 알아서 본체를 떼어낼 수 있게 했다. 좀 번거롭긴 했지만, 이것도 내 생각보단 훨씬 순조로웠다.
이 뒤엔 와이파이 역시 스스로 해보게 했다. 아이콘을 알아서 누르게 하고, 우리 집 공유기를 눌러서 연결하는 것까지 직접 시킨 것이다. 물론 동생이 어디까지 자기가 판단하고 있는지는 나도 잘 모르지만, 아무튼 이런 건 직접 하는 게 최고다. 자기가 직접 판단해서 해보지 않으면 몸에 익지도 않으니까. 이건 나 자신이 스스로 깨달은 것이다. 물론 동생한테 이게 먹히지 않을 리는 없다.
배터리도 그럭저럭 순조롭게 이뤄지자, 이번엔 배터리를 빼서 새 배터리로 갈아끼우는 걸 하게 했다. 이 배터리 역시 아래에 홈이 있단 걸 모르면 괜히 고생하게 되는데, 다행히도 이건 좀 빨리 익혔다. 새 배터리로 끼우는 것 역시 좀 걱정하긴 했지만, 내 생각보단 더 잘해냈다. 이렇게 해서 내가 손보지 않아도 스스로 배터리를 갈아끼울 채비가 다 끝났다. 이 때까진 동생이 날 부르면 내가 직접 해보라고 말하는 정도였지만.
또한 이건 직접 상관없지만, 동생이 핸드폰을 켤 때 특수모드(Fastboot 모드. 화면이 새하얀 부팅)로 들어가는 것 역시 어떻게든 막으려 했다. 이럴 때마다 동생은 나한테 핸드폰을 일일이 가져왔기 때문이다. 왜 이렇게 되냐면, 동생이 핸드폰을 켤 때 바로 반대편에 있는 음량버튼을 같이 세게 누르는 바람에 특수모드로 들어가게 될 수밖에 없어서였다.
사실 음량 쪽 힘을 좀 빼면 별 문제없겠지만, 동생한테 그런 걸 바라는 건 좀 힘들 거 같아서 ‘음량버튼이 아니라 그 윗부분을 잡고 전원버튼을 누르도록’ 몇 번이고 가르쳤다. 이건 앞서 말한 일들 중에서도 가장 귀찮은 일이었지만, 아무튼 이 때 내 참을성이 가장 크게 발휘된 것 같긴 하다.
배터리를 갈아끼우는 게 그럭저럭 된 것 같자, 이번엔 원래 배터리를 충전기에 넣는 것도 같이 가르쳤다. 이건 좀 쉽게 되나 했는데, 뚜껑을 씌웠을 땐 이걸 못 빼서 입으로 떼려고까지 할 정도였다. 이건 홈도 뭣도 없고 그냥 밀어서 빼야 하는 거라 어려웠던 듯하다. 일단 가르치긴 했지만, 아직 좀 지켜봐야 할 일이다.
생각보다 훨씬 빨리 나온 그럭저럭 놀라운 결과
이렇게 좀 시간이 지나자, 가르쳐준 나도 깜짝 놀랄 일이 생겨났다. 동생이 그 날도 와이파이가 끊겼다고 내 방에 찾아왔는데, 날 부르는 대신 문 앞에 서서 핸드폰을 만지작댄 뒤 연결되자 바로 나간 거였다. 이건 지금껏 있었던 번거로운 일을 생각하면 정말 큰 쾌거였다. 나 자신도 이게 생각보다 빨랐단 게 얼마나 놀랐는지 모른다.
게다가 이러한 일은 배터리에서도 일어났다. 배터리가 떨어지자 동생이 내 방에 들어온 뒤, 날 부르는 대신 핸드폰 배터리를 갈아끼우기 시작하는 것이다. 혹시 무슨 문제가 있지 않을까란 생각에 그 뒤로도 좀 주의해봤는데, 잠시 뒤 핸드폰에서 제대로 소리가 나는 걸 듣고서 그제야 마음을 놓을 수 있었다. 내 생각보다 훨씬 빨리, 동생은 핸드폰 배터리를 가는 데 성공한 것이다.
물론, 아직 모든 게 자연스럽게 이뤄진 건 아니다. 여전히 동생은 본체 뜯을 때 홈 찾는 시간이 좀 걸리고, 무엇보다 다 쓴 배터리를 충전기에 꽂는 일이 드물다. 일단 가르쳐주긴 했지만, 아직 손에 익진 않은 모양이다. 앞으로 어떻게 될지는 나도 잘 모르지만.
글을 마무리지으며 – 동생은 물론 나도 이득을 본 일석이조의 실험
그래서 이 일이 어떤 이익을 가져왔는가 하면, 내 생각보다 훨씬 큰 결과를 얻을 수 있었다. 물론 이건 동생만 좋은 게 아니라, 나 역시 좋은 것이다. 어떤 결과인가 하면, 다음과 같다.
하나. 내가 번거롭지 않을 수 있다. 앞서 말했듯 남의 일, 특히 핸드폰 배터리 가는 것처럼 자질구레한 일을 대신 해주는 건 참으로 번거로운 일이다. 하지만 동생이 이걸 스스로 하면, 나는 그 번거로운 일에서 자유로워질 수 있다. 괜히 그런 일에 신경쓸 필요가 없는 것이다. 그래서 이번 실험은 ‘내가 필요해서’ 한 나를 위한 일이었다.
둘. 동생이 ‘스스로 할’ 수 있는 일을 늘릴 수 있다. 이건 물론 스스로 살아나가기 위해서 중요한 일이기도 하지만, 사실은 그것보다 ‘자기가 스스로 뭔가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는 게 훨씬 더 중요하다(고 내가 생각한다).
아마 이건 겪어본 사람이라면 다 알겠지만, 자기가 혼자 할 수 있는 일이 늘어난다는 건 정말 기분좋은 일이다. 나 역시 혼자 신발끈을 맬 수 있게 될 때 그런 생각을 했으며(이건 꽤 요즘 일이다. 나도 동생만큼은 아니지만 섬세한 동작에 좀 약한 편이다), 혼자 계란요리를 할 수 있게 됐을 때 그런 생각을 했다. 자기가 스스로 뭔가 할 수 있단 건 정말 기쁜 일인 것이다. 그게 자기한테 필요한 일이라면 더더욱.
이건 내 착각일지도 모르지만, 자기가 스스로 배터리를 갈게 된 직후 동생은 퍽 기분좋아보였다. 이게 오래갈지 어떨지, 그리고 정말 그랬는지 어떤지는 나도 잘 모르지만, 아무튼 자기가 스스로 할 수 있는 일이 많아져서 기분좋은 건 대개 사람이라면 누구나 갖는 감정일 것이다.
아무튼 이런 결과가 나왔는데, 앞서 말했듯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더 빨리 결과가 나와서 놀랍긴 하다. 물론 여기서 끝은 아니고, 앞으로도 문제는 좀 더 있을 수 있다. 그게 어떻게 될지는 가봐야 알겠지만.
동생이 모든 일을 다 잘할 필요는 없지만(그건 어떤 사람이든 필요없는 일이다), 이런 식으로 ‘자기한테 필요한 일’을 할 수 있게 되는 건 꽤 좋은 일이 아닐까, 란 생각을 다시금 했다. 동생은 물론, 내가 편하게 살 수 있단 뜻으로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