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자신은, 지금도 ‘교류’나 ‘화학반응한 관계’같은 요소를 무척 좋아한다. 아마 전에도 그랬고, 물론 지금도 죽 좋아하고 있다.
물론 실존하는 인물과의 교류 역시 좋지만, 나는 ‘상상 속 인물’과의 교류, 그리고 그 인물들 사이에서 ‘만들어진’ 관계 역시 깊은 관심을 갖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요소를 짙게 한 매체, 즉 교류형 게임이나 KR코믹스 같은 곳 역시 무척 좋아한다. 아마 내 삶에서 ‘삶의 목표’가 있다고 한다면, 이러한 교류 및 화학반응한 관계를 이것저것 깊게 다루는 것이라 말할 수 있을 정도다.
나 역시 ‘내가 왜 이러한 요소에 자꾸 끌리는 걸까’에 관해 많이 생각해봤는데, 요즘 얻은 결론은 결국 동생의 영향이 큰 거 같단 사실이었다. 물론, 당연히 이것만으로 모든 걸 말할 수 없고, 나 역시 그 밖에도 여러 까닭이 있었으리라 생각한다. 하지만 가장 크게 영향받은 게 뭔가 한다면, 아무래도 난 이걸 가장 먼저 댈 거 같다. 그만큼 나한테는 어느 정도 믿을만한 근거였던 것이다.
동생과 소통하는 ‘특이한’ 방법
앞서 말한 대로, 그리고 이 글의 카테고리가 말하는 대로, 내 동생은 자폐가 있다. 그것도 꽤 중증(1급 수준)이다. 사실 중증이니 뭐니 말하지만, 나는 물론 그런 걸 잘 느끼지 못한다. 20년은 넘게 같이 지내왔으니, 저 동생의 행동이 어디가 이상한지 나도 잘 모르기 때문이다(물론 다른 이들과 다르단 건 알지만, 적어도 집에서 동생이 이상하게 보인 적은 드물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이 동생과 보통 이들처럼 소통 및 교류할 수 있을 리 없다. 기본적으로 다른 이의 존재를 강하게 바라는 게 아닌 동생이니만큼, 자기가 앞장서서 적극 다른 이와 이야기하는 법이 없기 때문이다. 물론 앞서 말한 대로 뭔가 바라는 게 있으면 말하려 하지만, 그 역시 서투를 뿐더러, 그 때 빼면 먼저 말을 거는 일도 드물다. 가끔 기분이 좋고 내가 근처에 있으면 방방 뛰며 머리를 부딪치려 들지만(자기 나름의 의사표현 중 하나다), ‘말을’ 거는 일은 정말로 드문 편이다.
물론 나는 동생보다 훨씬 다른 이들과 교류하고자 하는 성격이기에(사실 나 역시 동생 영향을 받았기에, 혼자서도 잘 먹고 잘 사는 성격이다. 혼자 밥을 먹든 오래 있든 부끄럽지도 외롭지도 않은 편이고), 그런 동생과 뭔가 소통하기 위해 어릴 적부터 이것저것 시험해봤다. 시험이라 해봤자 ‘시도’에 가까운 것들이긴 하지만, 그래도 어릴 적 내 나름대로 동생과 같이 지내기 위해 이것저것 해봤던 것이다. 사실 그러한 시도는 전혀 버젓한 게 아니었고, 무척 평범하지 그지없는 거였다. 그냥 같이 누워있거나, 아무 거나 좋으니 말을 거는 것, 그 정도였다.
‘교류’와 ‘관계’를 의식할 수밖에 없었던 환경
아마 이러한 모습은, ‘보통’ 가정에서 자란 이라면 이상하게 보일지도 모른다. 자기 집안에선 절대로 볼 수 없는 모습이니까. 하지만 나랑 동생 사이에선 그럭저럭 ‘보통’ 일이었다. 그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나는 걔, 즉 내 동생과 어떻게 소통해야 할지 알 수 없었던 것이다. 일단 뭐라도 될 것 같으면 해야 했다. 나 역시 동생과 마음은 주고받고 싶었으니까.
그렇기에 나는 가끔씩 동생과 같이 누워(참고로 동생은 집에 있을 때면 거실에 눕거나 뛰면서 지낸다), 괜히 간지럽혀보기도 하고, 머리를 부닥쳐주기도 하는 것처럼 지낼 때가 있다. 사실 요즘엔 별로 안 하지만, 몇 년 전까지만 해도 가끔 그러곤 했다. 지금도 머리를 부닥치는 정도라면 동생이 기분좋을 때 하려 들 때가 있다. 아직 한참 혈기왕성할 때니까.
그렇게 ‘보통 이들과 소통법이 다른’ 동생이 있다 보니, 나는 상상 속 인물들이 관계를 맺는 장면(서로 교류하며 ‘화학반응한’ 관계를 일구는 장면)이나 상상 속 인물과 교류할 수 있게 된 작품에 관심을 갖게 됐다. 동생이 충분히 ‘상상 속 인물’과 견줄 수 있을 만큼 희한한 인물이었기에, 그런 존재한테도 관심을 지니게 된 것이다. 사실 이 이상은 나도 자세히 말하기 어렵지만, 그냥 교류라는 것 자체가 좋고, 화학반응한 관계를 떠올리는 것 자체가 좋다. 뭐라 말할 수 없을 만큼.
글을 마무리지으며 – 여러 원인이 있겠지만, 그래도 이러한 환경이 있어서 교류를 특별하게 느끼게 되었다
이렇게 죽 말하긴 했지만, 앞서 적은 대로 교류 및 관계를 좋아하는 데엔 다른 원인도 있다. 하지만 그 시작이 내 동생이었다는 건, 그런 생각을 한 뒤 내가 혼자 고개를 끄덕인 걸 보면 알 수 있듯 무척 자연스러운 이야기라 생각한다. 나는 어릴 적부터 ‘관계맺기’ 및 ‘교류’를 의식할 수밖에 없었고, 그렇기에 자기와 처지가 비슷한 ‘상상 속 인물’들과의 관계에 관심을 가지게 된 거니까.
동생이 ‘소통하기 위해 생각을 좀 해봐야하는 존재’였던 덕분에, 나는 어릴 적부터 관계맺기나 교류같은 걸 자각하며 지내게 되었다. 보통 이들이라면 밖에서나 안에서나 똑같이 소통할 수 있겠지만, 난 전혀 그렇지 않았기 때문이다. 특히 동생이 커가면서 점차 다른 이들과 ‘다른’ 모습을 보일 때마다, 나는 저 동생에 관해 몇 번이고 다시 배우고, 다시 소통해야만 했다. 지금은 그래도 저 동생에 관해 어느 정도 꿰뚫고 있기에 편하지만, 그래도 당황스러울 때는 여전히 많다.
아마 앞으로도 난 동생의 새로운 모습을 여럿 찾아낼 테고, 거기에 맞춰서 동생과 소통하는 방법 역시 달리할 것이다. 그리고 거기서 얻은 느낌을 상상에 써먹을 거고, 그런 식으로 다른 이들과 조금 다른(그럴지도 모르는) 관계 및 교류하는 등장인물들을 떠올릴 것이다. 어디까지나 지금 내 생각이긴 하지만.
엄청나게 보통 이들과 다른 환경에 놓여있는 나이긴 하지만, 그래도 그런 환경 덕분에 다른 이들과 다른 눈길로 세상을 볼 수 있게 되었다. 덕택에 힘들 때도 많긴 하지만, 그런 눈길을 지닐 수 있었단 건 나름대로 기쁘게 생각하고 있다. 이걸로 다른 이들한테 도움을 줄 수 있을지 모르고, 무엇보다 나 자신이 그런 ‘눈길’을 무척 좋아하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