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읽고 자기 생각을 다시금 깨닫게 된 이야기

오늘 밤에 동생이 좀 고집을 부렸는데, 그걸 가지고 아버지가 넋두리를 했다. 전엔 불쌍했지만 이젠 보는 것도 싫다고. 심지어 시설도 알아봤지만 다 차서 들어갈 수 없었다고.

그 일로, 여기에 그동안 정리하고 싶었던 생각이 있단 걸 다시 떠올렸다. 이번 기회에 다시 정리하려 한다.

나는 예전부터 동생을 ‘아프다’거나 ‘불쌍하다’라 하는 게 잘 이해되지 않았다. 어쩐지 그런 생각이 들어서였다. 저번 그 책을 읽고, 나는 내가 바라던 답이 그거였단 걸 개달았다.

그 책에서 말하는 건 내 생각과 무척 잘 맞아떨어졌다. 동생은 아픈 것도 아니고, 불쌍한 존재도 아니다. 그냥 ‘대개 보통 사람들’과 사는 방법이 다른 것이다. 마치 전자와 후자가 다른 것처럼. 후자가 이상한 사람이 아니듯, 자폐는 그냥 한 사람의 ‘상태’일 뿐이란 생각을 한다.

어쩌면 사람을 따돌리는 것도 비슷한 까닭에서일지 모른다. ‘자기가 이해할 수 없기 때문에’ 그 사람 자체가 이상하다고 단정짓는 것이다. 자폐인의 돌발행동이 ‘자폐니까’라 여겨지는 것처럼. 상황에 따라선 누구나 할 수 있는 행동인데.

이걸 다시 말하자면, 사람이 살아가는 방식이나 구조는 크게 다르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어떤 사람 입장에선, 자기와 다른 구조를 지닌 사람을 이해할 수 없어지고 만다. 이렇게 해서 오해가 생겨난다. 물론 ‘보통 구조’를 지닌 사람으로 통일하려면 할수록, 그 골은 더 깊어질 뿐이다.

나는 그 책에서 나온, ‘자폐인을 정상으로 만드는 게 아니라, 그 구조를 이해해주는 것’이란 말이 정말 좋다. 나 역시, 무의식 속에서 같은 생각을 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책을 읽은 다음, 나는 동생과 관련된 두려움이 많이 사라졌다. 드디어 동생이 ‘왜’ 그런 행동을 하는지 알게 됐으니까.

물론, 자폐인의 돌발행동은 ‘그 사람이 자폐니까’라 생각하는 게 훨씬 속시원할 것이다. 더 생각하지 않아도 되니까. 하지만 ‘사람’은 누구나 까닭이 있어서 행동한다. 특정 환경을 잘 참는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이 있는 것처럼, 그저 사람이라서 그렇게 행동하는 것이다.

나는, 모두가 ‘정상’인 세상보단 각자 다른 구조가 있단 게 당연하게 여겨지는 세상이 더 좋다. 전자는 언젠가 무너지게 되어있다 여기기 때문이다. 사람은 누구나 크던 작던 구조가 다르다. 문제를 일으키기 싫어서 ‘정상’을 강요하면, 그 사람은 참 살기 힘들 것이다.

이렇게 남의 얘기처럼 말했지만, 사실 나 역시 그런 마음이었다. ‘사람마다 다른 구조가 있을 수 있다’는 걸 받아들이지 못하는 세상은, 정말 답답한 곳이리란 생각이 든다. 세상에 전자와 후자가 있는 것처럼, 자폐성을 지닌 이와 그렇지 않은 이가 같이 있었으면 한다.

정체성과 공존이란 건, 그래서 내가 자꾸만 생각하게 되는 것들이다. 아무리 생각하기 귀찮더라도, 사람은 ‘다른 구조’를 지닌 이를 이해하는 게 낫다 생각한다. 공존이라 한들 무조건 같이 있어야한단 건 아니다. 그저 ‘서로 교류하는 방법’을 다루고 싶을 뿐이다.

그럭저럭 길어져서 월드에도 올리는데(원래 트위터에 한 대목씩 올릴 생각으로 쓴 글이다), 이런 책이 작년 말에 나왔단 게 가끔 억울하단 생각이 든다. 동생이 나고 자란 90년대엔 이런 접근법도 없었으니까. 이 때 이런 게 널리 알려졌다면, 부모님의 생각도 조금은 달라졌을지도 모른다. 적어도 왜 이러는지 모르겠단 말은 줄지 않았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