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월 1일의 기적 (본편 없는 번외편) – 01. 12월 25일/비현실의 시작 1
12월 24일 밤 열한 시 삼십 분. 크리스마스 이브. 특별한 날답지 않게 조용하기 이를 데 없는 골목을, 어떤 교복을 입은 남학생이 걸어가고 있었다. “이런 젠장. 이브부터 운이 꼬여서는…” 남학생은 이를 부드득 갈며, 어두운 골목을 한 걸음씩 나아갔다...
12월 24일 밤 열한 시 삼십 분. 크리스마스 이브. 특별한 날답지 않게 조용하기 이를 데 없는 골목을, 어떤 교복을 입은 남학생이 걸어가고 있었다. “이런 젠장. 이브부터 운이 꼬여서는…” 남학생은 이를 부드득 갈며, 어두운 골목을 한 걸음씩 나아갔다...
사람이 과연 누군가를 ‘구제’할 수는 있는 것일까. 만약 될 수 있다고 한다면, 대체 얼마나 많은 이들을 구제할 수 있는 걸까. 하지만 박형식한테, 이러한 건 전혀 중요하지 않았다. 지금 당장 중요한 건, 자기가 뒷골목에서 동네 건달들한테 마구잡이로 두들겨맞고 있다...
다음 날, 형욱은 무척 묘한 표정으로 학교에서 집으로 돌아가고 있었다. 일단 ‘집으로’ 돌아간다고 말하긴 했지만, 어제 세나와의 말을 생각하면 결코 집에 다다르지 못할 것만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직까지 세나는 아무런 움직임도 보이지 않고 있지만, 어제 일을 생각...
잠시 뒤, 형욱은 여자애를 따라 어딘가로 발걸음을 옮기고 있었다. 물론 자기가 어디로 가는지 알 수 있을 리 없지만, 아무튼 지금은 그저 이러는 수밖에 없단 걸 알기에, 형욱은 여자애를 좇을 수밖에 없었다. 자기가 어떻게 건물 옥상에서 골목으로 내려왔는지조차 이제 떠오르지 않았다. 지금...
그 아이는, 아니, 그 ‘여성’은 중학교 1학년 남학생한테 너무나 다른 세상 속 존재처럼 느껴졌다. 다른 사람은 하나도 없는 어떤 높은 건물 옥상. 남학생 너머엔 마치 신기루라도 되는 듯 아득하게만 느껴지는 여성이 서있었다. 나이는 고등학생쯤 될까. 하지만 어쩐지,...
그건 모든 이들이 잠든 한밤중에 있었던 일이었다. 마치 뭔가에 홀린 표정으로, 어떤 성인남성이 옥상으로 가는 계단을 올라가고 있었다. 방금 전까지만 해도 건물 밖에서 담배를 물고 있었는데, 갑자기 표정이 확 바뀐 듯한 모습이었다. 그 건물은 1층이 가게였지만, 2층 뒤부터는 보통 가정집...
자기한테로 다가오는 정체불명의 여자애를, 맹호는 빤히 쳐다봤다. 지금 당장이라도 도망가고 싶어 온몸이 근질댔지만, 그럴 상황이 아니란 건 맹호도 잘 알고 있었다. 여자애는 허리까지 오는 긴 머리를 늘어뜨리고 있었으며, 언뜻 보기엔 고등학교 2~3학년쯤으로 느껴졌다. 교복에 가까운 흰 블...
이제 3월 중순으로 접어들 무렵. 어두컴컴한 도시의 어느 골목길에서, 갑자기 낮고 무거운 목소리가 조용히 울려퍼졌다. “이 길이 맞나? 아니면…” 거기엔 목소리의 주인공인 어떤 덩치큰 남자 한 명이, 어울리지도 않는 고등학생용 가방을 걸쳐맨 채 주위를 두...
어느 늦은 오후. 어떤 남성이, 혼자서 학교 운동장에 선 채 쇠를 치고 있었다. 그 남성은 4월이라는 아직 추운 날씨인데도, 흰 티에 검정색 바지만을 입고 있었다. 학생들이 모두 집에 돌아가고 남은 자리 한가운데에 덩그라니 선 채, 남성은 쇠를 꽉 쥐었다. 쨍쨍쨍. 남성이 채를 쥔 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