뒷골목 그늘의 프론티어 – 어느 오후 음악실에서
“넌 또 그 소리냐?” 다음 날, 수업이 끝난 뒤 정태는 풍물동아리 대표 형한테 어제 불만을 줄줄 털어놓고 있었다. 이 형은 자기 사정을 알아주는 사람이라서 힘든 걸 털어놓기 편했다. “형 아님 이런 거 털어놓을 사람 없단 말이에요. 말할 사람 자체가 없...
“넌 또 그 소리냐?” 다음 날, 수업이 끝난 뒤 정태는 풍물동아리 대표 형한테 어제 불만을 줄줄 털어놓고 있었다. 이 형은 자기 사정을 알아주는 사람이라서 힘든 걸 털어놓기 편했다. “형 아님 이런 거 털어놓을 사람 없단 말이에요. 말할 사람 자체가 없...
그날 밤, 정태는 무척 기분이 좋지 않았다. 한밤중에 기껏 탄산음료인 콜라 하나 마시겠다고, 자기 음료수를 그 열받는 여자애한테 ‘부탁’해야 했기 때문이었다. 정태는 달빛이 들어오는 자기 방 창가 근처에서 누운 채, 혼자 몸을 뒤척이고 있었다. 그렇게라...
“자, 이어폰이요.” 그렇게 멍하니 옥상 너머를 보고 있는데, 갑자기 옆에서 이어폰 한 쪽을 내주는 게 느껴졌다. 정태가 깜짝 놀라 거길 보니, 걔가 멋쩍은 듯 이어폰 한 쪽을 내준 채 고개를 돌리고 있었다. 뭐야, 이제 와서 친절한 척인가? 속으로 투덜대면서도, ...
※이 작품은 ‘뒷골목 그늘의 프론티어’의 샘플입니다. 본편과 몇몇 달라지는 곳이 있을 수 있습니다. 늦은 오후, 최경태는 자기 방에 누운 채 가만히 눈을 감고 있었다. 옆으로 누워있는 탓인지, 오늘따라 여기에 자기 혼자만 남겨진...
그 날로부터 며칠쯤 지나, 이제 11월도 거의 끝나갈 때쯤. 강산은 마치 꿈을 꾸는 듯한 묘한 느낌으로, 몇 달 전 일을 떠올리고 있었다. 이미 지나간 일이었지만, 어째서인지 강산은 그 때로 돌아간 것처럼 생생하게 모든 걸 느꼈다. 물론 그 땐 형이 원래 모습이었으니, 지금 생각하면 퍽...
그 말도 안 되는 일이 일어난 지 어느덧 사흘째가 되어있었다. 11월 26일, 강산은 여전히 머리를 싸맨 채 소파에 앉아있었다. 물론 옆에 앉아있는 건 그 여자애였다. 여자애는 소파 구석에 앉은 채, 이틀 전처럼 몸을 움츠리고 있었다. 이런 상황이니, 제대로 된 얘길 나눠봤을 리도 없었...
그 날 늦은 저녁. “이런 젠장. 나보고 어쩌라고. 엉?!” 강산은 남들이 보거나 말거나(사실 아무도 안 보지만), 머리를 쥐어싼 채 우스운 모습으로 침대 위를 굴러다니고 있었다. 이 말도 안 되는 상황을 어떻게 해결하면 좋을지 몰라서였다. 여자애는 형과 입장이 바...
그 날, 11월 23일 아침에 이강산은 깜짝 놀라고 말았다. 평소처럼 강의시간에 맞추려 일찍 일어난 뒤 아침을 먹으러 부엌으로 나오자, 생전 처음 보는 사람이 형 자리에 앉아있어서였다. 대체 저 사람은 어디서 굴러들어온 누구야?! 당연히 속으로 그렇게 생각했지만, 막상 식탁에 같이 앉은...
세상엔 왜 이렇게 자기 힘으론 어쩔 수도 없는 부조리가 많단 말인가. 그리고 그런 부조리는 왜 이렇게 자기 눈에만 많이 띈단 말인가. 그 날 늦은 낮에, 최준혁은 무척 우울한 표정으로 난생 처음 보는 골목을 담담하게 걷고 있었다. 계절은 3월. 이렇게 따스한 햇살이 골목을 비추고 있는데...
그렇게 해서 성진은, 자기 바람과 달리 낯선 곳에 다다라있었다. 저 여자애(일단 그렇다 생각하기로 했다)와 같이 지내려면, 쟤가 사는 집에 갈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생각과 달리, 저 여자애는 보통 가정집에 살고 있었다. 2층으로 가는 계단을 올라가는 여자애를 보며, 성진도 천천히 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