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난 아이들의 밤

“자, 이어폰이요.”
그렇게 멍하니 옥상 너머를 보고 있는데, 갑자기 옆에서 이어폰 한 쪽을 내주는 게 느껴졌다. 정태가 깜짝 놀라 거길 보니, 걔가 멋쩍은 듯 이어폰 한 쪽을 내준 채 고개를 돌리고 있었다.
뭐야, 이제 와서 친절한 척인가?
속으로 투덜대면서도, 정태는 그 이어폰을 받아들었다. 맨 처음엔 아무 생각도 없었지만, 귀에 그걸 꽂자, 곧바로 정태는 정신이 확 드는 걸 느꼈다.
“야, 이, 이게 뭐야. 뭐 이렇게 커?!”
아무렇지 않게 집어든 이어폰에서, 갑자기 미칠 듯이 큰 소리가 들려온 것이다. 게다가 음량도 틀림없이 최대치였다. 이건 자길 죽이려 한 거나 마찬가지 아닌가.
“그런 건 미리 확인해야죠. 아무 생각없이 집어드니까…”
“너, 나 놀리는 거지. 그지?”
“그걸 지금 알았단 말이에요?”
“이걸 그냥 확…”
이런 말을 듣고서도, 정태는 그저 고개만 휙 돌리는 수밖에 없었다. 지금 저 ‘자기보다 한 살 어린 여자애’를, 자기가 어떻게 할 방법이 없어서였다.
왜 지금 둘의 입장은 정반대란 말인가.
자기 옆에서 아무렇지 않은 척하는, 자기보다 머리 하나는 더 큰 사내자식을 보면서, 정태는 눈만 부라릴 수밖에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