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ROSS X POINT 7. 모르는 게 약이었던 세계의 진실
“그래서, 지금 기분은 어때?” 잠시 뒤. 노을과 호랑이귀 여자애 및 같이 딸려온 아이들이 병원을 둘러본다고 나간 사이, 승혁은 침대에 앉은 채 건너편에 걸터앉은 미래의 말을 듣고 있었다. 사실 승혁은 지금 아무 말도 하고싶지 않았지만, 저 여자가 먼저 말을 걸어왔...
“그래서, 지금 기분은 어때?” 잠시 뒤. 노을과 호랑이귀 여자애 및 같이 딸려온 아이들이 병원을 둘러본다고 나간 사이, 승혁은 침대에 앉은 채 건너편에 걸터앉은 미래의 말을 듣고 있었다. 사실 승혁은 지금 아무 말도 하고싶지 않았지만, 저 여자가 먼저 말을 걸어왔...
승혁은 잠시동안, 이젠 눈에 익은 것만 같은 침대 위에 가만히 누워있었다. 이미 생각지도 못한 일엔 익숙해졌다 생각했는데, 역시나 승혁은 이 망할 현실을 도무지 받아들일 수 없었다. 이게 대체 무슨 소리란 말인가. 세계군이든, 흡혈귀든, 자기가 지금 할 수 있는 일이 아무것도 없든, 승...
“그럼, 난 그저 말려들었단 말인가?” 잠시 뒤, 아까 그 병실에서. 뒷머리가 묶여진 느낌에 자기가 ‘그 모습’이 된 걸 다시금 깨달으며, 승혁은 여자애랑 같이 여성의 얘기를 듣고 있었다. 물론 ‘밖’에서 해도 상관없을지 ...
그렇게 병원을 나오자마자, 승혁은 벌린 입을 다물 수 없었다. “이건…” 승혁이 놀란 건, 병원 바깥 풍경이 아니었다. 병원 밖은 자기가 창문 너머에서 보던 것과 다를 바가 없었다. 승혁이 놀란 건 다른 것, 즉 자기자신이었다. 틀림없이 환자복을 입고 있...
“언니, 오늘은 이거 같이 하자.” 다음 날 아침에도 여자애가 자기 병실을 찾아오자, 승혁은 깜짝 놀랐다. 어제 엄마와 같이 집으로 돌아갔던 게 아니었나. 이게 대체 어떻게 된 거지. “엄마는?” “안 보여. 오늘도 찾아보려구. 언니...
승혁은 맨 처음, 뭐라 말하면 좋을지 알 수 없었다. 너무나 갑작스러운 일이었다. 이상한 일은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짐작한 일도 아니었다. 여자애는 그런 승혁의 마음도 모른 채, 자길 빤히 바라보고 있었다. 저 나이 또래다운 치마와 스웨터가, 여자애의 마음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는 것 같...
정신을 차리고 보니, 승혁이 눈을 뜬 곳은 병원이었다. 맨 처음, 승혁은 영문을 알 수 없었다. 마치 기나긴 꿈속에 있는 듯한 느낌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너무나 개연성이 없는 현실이었다. 자기가 아까 봤던 건 꿈이 아니란 말인가. 여기에 자기가 있는 까닭은 무엇인가. 그리고 왜 자기...
집에 들어서기 전까지, 그는 전혀 모르고 있었다. 앞으로 일어날 부조리한 일과, 자기가 그 부조리에 맞서싸워야 한다는 사실을. “너희들은 다 뭐야?” 그 남자, 최승혁이 ‘그걸’ 보자마자 처음 내뱉은 말은 그러했다. 아무 생각도 없이 퇴근하고 ...
젊은 나이에 실력을 인정받던, 그리고 그만큼 성격도 까다로운 엘리트였던 주인공, 최승혁은, 어느 날 집에 돌아가자 할 말을 잃는다. 결혼한 지 얼마 되지도 않은 자기 아내가, 처음 보는 이들에게 못볼 꼴을 당하고 있었던 것이다. 물론 승혁은 절대 가만히 있을 생각이 없었지만, 그 낯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