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마스의 이상한 기적 – 03/11월 26일의 진전
그 말도 안 되는 일이 일어난 지 어느덧 사흘째가 되어있었다. 11월 26일, 강산은 여전히 머리를 싸맨 채 소파에 앉아있었다. 물론 옆에 앉아있는 건 그 여자애였다. 여자애는 소파 구석에 앉은 채, 이틀 전처럼 몸을 움츠리고 있었다. 이런 상황이니, 제대로 된 얘길 나눠봤을 리도 없었...
그 말도 안 되는 일이 일어난 지 어느덧 사흘째가 되어있었다. 11월 26일, 강산은 여전히 머리를 싸맨 채 소파에 앉아있었다. 물론 옆에 앉아있는 건 그 여자애였다. 여자애는 소파 구석에 앉은 채, 이틀 전처럼 몸을 움츠리고 있었다. 이런 상황이니, 제대로 된 얘길 나눠봤을 리도 없었...
그 날 늦은 저녁. “이런 젠장. 나보고 어쩌라고. 엉?!” 강산은 남들이 보거나 말거나(사실 아무도 안 보지만), 머리를 쥐어싼 채 우스운 모습으로 침대 위를 굴러다니고 있었다. 이 말도 안 되는 상황을 어떻게 해결하면 좋을지 몰라서였다. 여자애는 형과 입장이 바...
그 날, 11월 23일 아침에 이강산은 깜짝 놀라고 말았다. 평소처럼 강의시간에 맞추려 일찍 일어난 뒤 아침을 먹으러 부엌으로 나오자, 생전 처음 보는 사람이 형 자리에 앉아있어서였다. 대체 저 사람은 어디서 굴러들어온 누구야?! 당연히 속으로 그렇게 생각했지만, 막상 식탁에 같이 앉은...
세상엔 왜 이렇게 자기 힘으론 어쩔 수도 없는 부조리가 많단 말인가. 그리고 그런 부조리는 왜 이렇게 자기 눈에만 많이 띈단 말인가. 그 날 늦은 낮에, 최준혁은 무척 우울한 표정으로 난생 처음 보는 골목을 담담하게 걷고 있었다. 계절은 3월. 이렇게 따스한 햇살이 골목을 비추고 있는데...
그렇게 해서 성진은, 자기 바람과 달리 낯선 곳에 다다라있었다. 저 여자애(일단 그렇다 생각하기로 했다)와 같이 지내려면, 쟤가 사는 집에 갈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생각과 달리, 저 여자애는 보통 가정집에 살고 있었다. 2층으로 가는 계단을 올라가는 여자애를 보며, 성진도 천천히 그...
12월 24일 밤 열한 시 삼십 분. 크리스마스 이브. 특별한 날답지 않게 조용하기 이를 데 없는 골목을, 어떤 교복을 입은 남학생이 걸어가고 있었다. “이런 젠장. 이브부터 운이 꼬여서는…” 남학생은 이를 부드득 갈며, 어두운 골목을 한 걸음씩 나아갔다...
다음 날, 형욱은 무척 묘한 표정으로 학교에서 집으로 돌아가고 있었다. 일단 ‘집으로’ 돌아간다고 말하긴 했지만, 어제 세나와의 말을 생각하면 결코 집에 다다르지 못할 것만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직까지 세나는 아무런 움직임도 보이지 않고 있지만, 어제 일을 생각...
잠시 뒤, 형욱은 여자애를 따라 어딘가로 발걸음을 옮기고 있었다. 물론 자기가 어디로 가는지 알 수 있을 리 없지만, 아무튼 지금은 그저 이러는 수밖에 없단 걸 알기에, 형욱은 여자애를 좇을 수밖에 없었다. 자기가 어떻게 건물 옥상에서 골목으로 내려왔는지조차 이제 떠오르지 않았다. 지금...
그 아이는, 아니, 그 ‘여성’은 중학교 1학년 남학생한테 너무나 다른 세상 속 존재처럼 느껴졌다. 다른 사람은 하나도 없는 어떤 높은 건물 옥상. 남학생 너머엔 마치 신기루라도 되는 듯 아득하게만 느껴지는 여성이 서있었다. 나이는 고등학생쯤 될까. 하지만 어쩐지,...
자기한테로 다가오는 정체불명의 여자애를, 맹호는 빤히 쳐다봤다. 지금 당장이라도 도망가고 싶어 온몸이 근질댔지만, 그럴 상황이 아니란 건 맹호도 잘 알고 있었다. 여자애는 허리까지 오는 긴 머리를 늘어뜨리고 있었으며, 언뜻 보기엔 고등학교 2~3학년쯤으로 느껴졌다. 교복에 가까운 흰 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