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 상관없을지도 모르는 대목으로 시작하자면.
동생과 지내고 있으면 여러 일이 있다. 특히 흔한 일은, 전혀 생각지도 못한 일이 일정 간격으로 일어난다는 것이다. 전에는 괜찮던 일이 지금은 안 괜찮을 때도 있다. 이게 겹치면 머리가 아플 때가 많다.
예를 들어 몇 년 전엔 볼일본 다음 손을 닦는 게 괜찮았는데, 지금은 죽어라 안 하려 하는 게 그렇다. 내 방 컴퓨터를 안 하다가 갑자기 하려고 하는 것도 그렇다. 이게 겹치면 내 바람과 상관없이 방에 작은 참사가 일어날 때가 있다.
이런 참사가 거실에서 일어나면 그나마 넘어갈 수 있는데, 문을 닫은 자기 방이면…그래서 오늘 밤엔 잠시 넋만 어디로 도망가고 싶었다. 블라인드 열고 무척 환기시켰다. 일단 어떻게든 했는데 다시 떠올리고 싶진 않다.
그리고 이런 일이 다시 안 일어난다는 보장은 없다. 따라서 이런 일이 일어나면 속으로 생각하게 된다. 힘들구나라고. 이렇게 동생 뒤치닥거리하는 걸(그다지 많이 하진 않지만) 힘들다고 받아들일 수 있게 된 것도 몇 년 전부터다(그 전까진 힘들단 마음을 마주보는 게 어려웠다).
자기가 전혀 생각지도 못한 일이 갑자기 일어나는 환경. 그리고 뒤에 또 어떤 일이 일어날지 짐작할 수 없다는 것. 그렇기 때문에 ‘참는’ 순간이 어쩔 수 없이 생긴다는 것. 그런 입장에서 생각했던 건 ‘아무튼 참기 싫으며 하고싶은 것만 하고 싶다’였다.
까닭은 이것저것 댈 수 있지만, 가장 큰 건 ‘그게 더 재밌으니까’. 그리고 물론, 나한테 가장 ‘참지 않는’ 건 좋아하는 상상을 하는 일이다. 자기가 하려는 게 뭐라 딱 말로 정하긴 어렵지만, ‘상상’으로 조금이나마 전했으면 좋겠단 생각을 한다.
만약 내가 하려고 하는 걸 ‘재밌다’고 여기는 분이 있다면. 그러한 분이 ‘이 사람과 이런 걸 하면 재밌겠다’고 생각한다면. 다른 이와 뭘(특히 상상) 하는 데 익숙하지 않은 나지만, 그런 건 한 번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문제는 그 ‘자기가 하고싶은 걸’ 상상으로 어떻게 보이느냐는 거지만…기획수준인 것도 일일이 다 말하기 어렵고(자잘하게 많은 데다가 하나하나 떠올리는 게 또 머리아프다), 막상 올리려 하면 어떻게 보이면 좋을지 막막해서…
이렇게 말하긴 했지만, 물론 자기가 하고싶은 상상을 남한테 보이는 건 틀림없이 내 목적이다. 아무리 겁날 때도 있고 어쩌면 좋을지 모른다 한들, 그게 ‘내가 그냥 하고싶은 거’니까.
나는 이런 식으로 살겠단 마음을 굳혔다. 될 수 있는 대로 노력같은 건 이만큼도 안 하고, 억지로 하기싫은 걸 참지도 않고, 하고싶은 것만 하며 지내기로. 물론 이건 어려워보이는 일이다. 어쩌면 특히 나한텐.
그렇다고 느낄 때는 꽤 많지만(당장 자기 방을 뺏긴 뒤 영 좋지않은 일을 당할 때 그렇게 생각한다)…솔직히 말해서, 이렇게 사는 게 가장 즐겁다. 어쩌면 당연할지도 모른다. 가장 본능에 충실하니까.
그렇게 사는 게 가장 가슴 두근대며 ‘살아있다’는 걸 느낄 수 있고, 무엇보다 후회없단 걸 알면 그럴 수밖에 없다. 틀림없이 자기가 이득을 본단 걸 아는 일을 하는 건 정말 말로 뭐라 말할 수 없다.
그냥, 뭐라고 하면 좋을까…그것이 바로 ‘사는 것’이란 생각이 든다. 딱히 까닭은 없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