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지심리학 관련 책을 보고 생각해 본, 상상에 빠져들게 하기 위한 방법 세 개 (개인연구)

요즘 인지심리학 관련 책을 읽다가, 어쩐지 이걸 상상에 응용할 수 있을 거 같단 생각을 했다. 물론 정말 효과가 있는지는 작품에 따라 다르겠지만, 내가 생각해본 걸 조금 정리하려 한다. 크게 세 가지 대목으로 나눠봤다.

첫대목은 인상깊게,  그 뒤부터는 ‘편하게’ 만들어서 보는 이의 긴장을 푼다

많은 작품들은 첫문장 및 첫장면을 ‘인상깊게’ 만들어, 작품에 몰입할 수 있게 할 때가 많다. 특히 공모전 수상작은 이러한 경향이 짙다(자연스러운 이야기지만). 사실, 이건 작품을 할 때 정말 중요한 일이다(무조건 이럴 필요도 없고 ‘모든 이들이 동의할 만큼’ 인상깊은 장면이 아니라도 되지만). 하지만, 본편으로 들어간 뒤엔 다른 게 더 중요해진다. 만약 자기 작품에 조금이나마 감정이입을 시키고 싶을 땐, 이 뒤엔 될 수 있는 대로 보는 이가 편해지는 흐름, 즉 전개를 신경쓰는 게 좋다는 말이다.

롤러코스터처럼 처음부터 격한 전개(사실 롤러코스터도 처음부터 격하진 않지만)를 몰아붙이면, 그걸 보는 사람은 자연스럽게 긴장할 수밖에 없어진다. 긴장할 수밖에 없단 건, 작품세계에 몰입하기 어렵다는 말이다. 만약 감정이입과 아무런 상관없는 작품이라면 이래도 되지만, 자기가 하려는 작품이 이와 반대라면, 상대, 즉 보는 이를 ‘진정시키는’ 건 무엇보다 중요하다. 즉, 낯선 작품을 처음 만나게 되는 ‘보는 이’의 긴장을 풀어줘야 하는 것이다.

보는 이가 작품세계에 쉽게 들어올 수 있도록, 첫장면 뒤부터는 ‘편한’ 전개를 해서, 상대의 긴장을 풀고 작품세계를 받아들일 채비를 하게 만든다. 이건 상대방을 설득할 때 쓰이는 기술과도 같다. 즉, 상대방을 ‘편하게’ 만들어 긴장을 풀어서, 자기 이야기를 전하기 쉽게 하는 것이다. 감정이입이 중요한 작품에서 긴장감을 푸는 게 중요한 건 이러한 까닭이다.

흔히 교류형 게임의 초반은 느릿하게 이뤄진다 일컬어지는데, 이 역시 감정이입을 생각한 기법이라 나는 생각하고 있다. 즉, ‘긴장감이 없는 일상 전개’로 보는 이의 긴장을 풀고, 작품세계에 이입하기 쉽게 만드는 것이다. 교류형 게임이 뒤로 가면 갈수록 감정이입을 전제로 한 격한 전개가 나오는 것 역시 이러한 까닭이다. 물론 지금은 많이 쓰인 방법이므로, 단지 이것만 써선 안 될 테지만.

보는 이가 느낄 법한 위화감을 작품 속에서 지적한다

이 역시 상대를 설득할 때 쓰는 기술에서 아이디어를 얻었는데, 상대방이 자기 말에 따르게 하기 위해선 ‘그 사람이 느끼고 있는 걸 그대로 말한다’라는 방법이 쓰인다. 다시 말하자면,  ‘상대방이 느끼고 있는 걸 말로 하면, 상대방은 현실세계가 아닌 말하는 사람의 세계에 현실감을 느끼게 된다는 말이다. 다시 말하자면, 보는 이가 작품에 빠져들기 쉽게 하기 위해서는, 작품 속에서 느끼기 쉬운 위화감을 직접 지적(언급)하는 게 좋다. 어디까지나 내가 해본 생각이긴 하지만.

눈앞에 있는 상대를 설득하려 할 때, 의자의 감촉이나 더위 및 추위, 주위의 소음처럼 ‘느끼고 있는 것’을 지적하면, 상대방은 천천히 현실세계가 아닌 ‘설득하려는 사람의 말’에 현실감을 느끼게 된다. 이를 작품에 응용하면, 보는 이가 작품세계에 좀 더 몰입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작품 속에서 ‘어, 만약 그런 세계관이라면 이건 어떻게 되는 거지?’란 점을 보는 이가 생각했다고 치자. 물론 여기서 드는 의문은 작품 속 ‘모순’처럼 느껴지는 것이다. 이 대목을 내버려뒀다가, 조금 시간이 지난 다음 작품 속 인물이나 주인공이 이걸 지적하게 하면, 보는 이는 ‘자기와 같은 생각을 했구나’란 느낌을 받을 것이다. 즉, 감정이입이 좀 더 쉬워지는 것이다.

이건 어디까지나 내 생각이지만, 이러한 지적은 일찍 하지 않아도 되지 않을까 한다. 조금 시간이 지난 뒤라도 상관없다. 물론 너무 오래 걸리면 효과가 약할지도 모르지만, 급하게 지적할 것까진 없다는 것이다.

흔히, 보는 이를 의식해서 작품을 하라, 는 말이 있는데, 내가 볼 때 이 말은 ‘만인을 위한 작품을 하라’는 뜻이 아니다. 애초에 얼마나 대중성이 있든, ‘만인’을 위한 작품은 절대 만들 수 없다. 아마 내 생각에, 그 말은 ‘상대방이 느끼고 있는 걸 지적하는’ 것이다. 즉, 상대방이 이상하다 생각한 대목을 ‘직접’ 지적해서, 보는 이를 의식하고 있다는 것을 알리는 것이다. 물론, 이건 작품에 몰입하게 하기 위해서도 중요하다.

프레임(정석전개)를 무너뜨린 뒤, 그 대목에 자기가 중요하게 여기는 대사 및 행동을 집어넣는다

작품을 많이 본 사람이라면 알겠지만, ‘이런 장면 뒤엔 이런 장면이 온다’라는 정석전개란 게 있다. 예를 들어 학교에서 본 전학생이, 그 날 저녁 자기 옆집으로 이사온다는 전개는 여러 작품에서 자주 보이는 것이다. 이와 비슷한 것으로, 사람에겐 ‘프레임’이란 행동구조가 있다. 예를 들어 명함을 서로 주고받을 때처럼 ‘일련의 과정’이 있는 것을 프레임이라 한다. 즉, 명함을 주고받는 행동이 끝나기 전까진 아무 생각도 들지 않는, ‘그렇게 하는 게 자연스러운’ 행동이 프레임이다.

여기에서 이 프레임을 갑자기 무너뜨리면, 상대방은 당연히 몸이 멎게 된다. 예를 들어 명함을 주고받다가 자기 명함을 갑자기 자기 쪽으로 끌어당기면(잘못 인쇄된 게 있나, 라는 식으로 그럴듯한 까닭을 만들어서), 상대방은 순간 행동을 멈추게 된다. 물론 이 뒤 명함을 다시 주고받으면 상대방은 움직이지만, 그 얼마 안 되는 시간 동안 상대방은 행동뿐만 아니라, 사고까지 멈추게 된다. 자연스러운 전개, 즉 프레임이 무너졌기 때문이다. 바로 이 순간에 상대방에게 중요하게 여겨지고 싶은 말을 한다면(예로, ‘오늘 가져온 상품은 정말 좋은 거예요’처럼), 상대방은 무의식 속에 이 말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게 된다.

이를 작품에 응용하면, ‘누구나 짐작하는 정석전개’를 무너뜨린 뒤, 거기에 만든이가 중요하게 여기는 대사, 혹은 행동을 집어넣으면 상대방, 즉 보는 이의 마음에 그대로 들어가게 된다는 결과가 나온다. 물론 내 생각이므로 안 맞을 때도 있겠지만, 정석전개가 무너졌을 때 보는 이가 순간 당황한다는 건 자연스러운 일이다. 즉, 수많은 작품에서 비슷한 전개를 했으므로, 그게 무너진 순간 ‘처음 본 상황’에 놀라는 것이다. 이는 프레임이 무너졌을 때와 비슷한 상황이다.

예를 들어, 학교에서 전학생을 만난 뒤, 그 날 저녁에 옆집에 누가 이사왔다는 말을 들었다고 치자. 만약 정석전개라면, 여기서 옆에 이사온 건 바로 그 전학생일 터다. 하지만 이 정석전개(프레임)를 비틀어서, 이사온 게 그 전학생이 아니라, 그다지 관심도 없었던 지나가다 마주친 다른 학교 여학생이라면 어떨까? 정석전개를 짐작하던 사람이라면, 아마 잠시동안 사고가 멎을 것이다. 물론 이러한 정석전개를 잘 모르는, 즉 상상을 그다지 많이 만나지 않는 이라면 그렇지 않을지도 모르지만.

물론 중요한 건 이게 아니라, 이렇게 프레임이 무너졌을 때, ‘자기가 중요하게 여기는 대사 혹은 행동’을 집어넣는 것이다. 예를 들어 등장인물 중 한 명이 중요하게 보이는 대사를 꺼낸다거나, 그러한 행동을 하게 하는 것이 그러하다. 이 때, 보는 이는 사고가 멎어있으므로 이러한 대사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게 된다. 즉, 작품의 이해를 도우며 작품의 메시지를 전하기 쉽게 한다는 것이다. 어디까지나 내가 생각해본 것이긴 하지만.

 

지금까지 생각한 것들은, 이 책(일본어)에서 아이디어를 얻은 것이다. 여기에 있는 기법들이 작품을 할 때 느끼는 것들과 비슷하단 생각을 해서, 나름대로 그걸 정리해봤다. 당연하지만, 무조건 이대로 된다는 보장은 없다. 이렇게 안 해도 자기가 바라는 결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만약 이런 식으로 ‘사람마다 작품을 하는 방법’에 관심이 있는 이라면, 이 글은 조금 도움이 될지도 모른다. 나도 인지심리학에 관해선 잘 모르겠지만, 좀 더 즐겁게 상상할 수 있도록, 이런저런 기법을 혼자 생각해보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