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매번 가는 사이트에서 어떤 글을 읽고, 내 생각을 정리해야겠다 마음먹었다. 내 생각이 그 곳의 글과 무척 달랐기 때문이다. 물론 이 글은 그 생각을 비난하는 글도, 반박하는 글도 아니다. 그저 자기 생각을 어떻게든 정리하고 싶었을 뿐이다.
ayaemo.skr.jp/story-and-character-160125
뒤에 가서도 다시 말하겠지만, 나는 이 곳의 자료에 꽤 큰 영향을 받았다. ‘자기만의 길’을 등장인물들의 움직임에 반영하는 방식은 여기서 배운 것이다. 하지만 아무리 비슷한 생각을 지니고 있다 한들, 상상에 관한 의견차가 나는 건 이상한 일이 아니다. 내가 오늘 쓸 이 글처럼.
그렇기에 위에 있는 글의 내용 대신, 나는 나 자신이 ‘서사구조’ 및 ‘캐릭터’에 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를 주로 말하려 한다.
‘등장인물이 이끄는 작품’이 매력있는 까닭
나는 상상을 중요시하는 사람일수록 ‘등장인물 및 상징’을, 그런 건 모르겠고 메시지(하고싶은 말)만 중요할수록 ‘서사구조’를 중요시한다 본다. 나 자신은 언제나 ‘상상’에만 관심이 있기에, 당연히 전자가 훨씬 더 좋다.
이건 어디까지나 내 생각이지만, 상상을 좋아하는 사람이면 사람일수록 ‘등장인물이 작품 속에서 아무 역할도 하지 못하는 것’을 억울해한다 생각한다. 등장인물이 만든이 편의만을 위해 존재한다면, 대체 그 인물은 왜 있단 말인가?
쉽게 말해서, ‘등장인물에 관한 묘사를 전혀 하지 않아도 성립하는 서사구조 작품’은, 나한테 ‘상상’으로서 매력있게 느껴지지 않는다. 그 작품에서 등장인물은 있으나마나하기 때문이다. 농담이 아니라, 정말 ‘등장인물이 서사구조에 어떤 역할도 하지 못하는’ 작품이라면, 그 작품은 어떤 캐릭터가 들어와도 성립하고 만다.
이 역시 내 생각이지만, 앞으로 상상은 ‘등장인물 중심’으로 흘러가리라 본다. 즉, 등장인물들이 만들어나가는 이야기가 만든이가 ‘만든’ 서사구조보다 중요시되는 것이다. 후자라면 이젠 누구나 할 수 있다. 하지만 전자는 그렇지 않다. ‘그 사람만이 떠올릴 수 있는 캐릭터’들이 작품을 끌고나가니까. 후자인 작품(서사구조만 있는 작품)이 너무나 많기 때문에, ‘캐릭터 구성에 따라 작품 흐름이 달라지는 상상’이 주목받을 수밖에 없는 것이다.
‘캐릭터 중심 작품’은 무시받을 까닭이 없다
‘캐릭터를 움직이는 상상’은 결코 ‘보이는 것만’ 생각하는 게 아니다. 오히려 ‘성격속성’으로 작업하는 이라면, 항상 ‘보이지 않는 곳’만을 보며 작업하는 거나 마찬가지다. 캐릭터는 겉모습이 아니라 ‘성격’으로 나뉘는 거니까. 쌍둥이가 항상 같은 성격인 건 아닌 것처럼, 캐릭터도 비슷한 겉모습이라 한들, 충분히 ‘성격’으로 나눌 수 있다. 우리가 다른 이를 ‘성격’으로 판단하는 것처럼.
나 역시 성격속성으로 인물을 떠올릴 때가 많아서, 등장인물 이름같은 건 뒤에 가서 붙이게 될 때도 가끔 있다. 즉, 캐릭터로 상상을 한다고 해도 ‘보이는 것’만 생각하진 않는단 것이다. 오히려 어느 정도 방법을 익히면, 서사구조가 훨씬 더 알아채기 쉽다(적어도 ‘이 단계가 전체 구성 중 어디쯤이다’란 건 알 수 있다). 하지만 성격속성은 지금도 파악하는 이가 드물고, 대다수의 이가 ‘직업속성’이나 겉모습만으로 캐릭터를 파악하곤 한다. 사실은 서사구조보다 성격속성이 훨씬 더 깨닫기 어려운 요소일 수 있단 말이다.
위에 있는 글에선 ‘캐릭터 중심 상상’을 좋아하는 이는 팬활동을 오리지널보다 더 좋아한다는 말이 있는데, 난 지금껏 거의 모든 작품이 오리지널이었다. 오히려 자기 혼자 다 하고 싶어서 팬활동을 안 하는 편이다. 그래서 ‘자기 상상의 팬활동’을 하는 게 무엇보다 즐거운 사람이다. 아마 앞으로도 죽.
나는 ‘서사구조가 주된 매체’뿐만 아니라, 고스트나 KR코믹스처럼 ‘등장인물들의 움직임이 주된 매체’도 수없이 봐왔기에(그리고 그 곳의 ‘이야기’가 전혀 뒤떨어지지 않는단 걸 알기에), 서사구조만이 제일이며, 캐릭터는 그 서사구조를 전하기 위한 도구란 말엔 전혀 동의할 수 없다.
게다가 이러한 고스트나 KR코믹스는 팬활동이 아니라 오리지널이다. 만든이들 모두가 ‘자기 상상과 캐릭터’를 보이는 매체란 말이다. 이런 매체에서 움직이는 캐릭터들은 ‘눈에 보이는’ 서사구조는 없지만, 틀림없이 매력있는 상상들이다(겪어보면 알겠지만). 어떻게 이런 상상들을 ‘눈에 보이는 서사구조’로 된 작품들보다 더 질이 낮다 할 수 있는가? 상상에 나고 못나고도 없을 텐데 말이다.
서사구조가 중요하지 않단 말은 아니지만, 상상에선 ‘등장인물의 움직임’ 및 상황설정/상징이 무엇보다 중요하며, 서사구조는 거기에 도움을 줄 뿐이다(‘자기를 받아들이는 과정’처럼). 나는 오히려 서사구조 중요도가 앞으로 약해지리라 본다. 사람이 바라는 상상은 ‘캐릭터와 상황’이지, ‘서사구조’만 달랑 있는 작품이 아니니까(다시 말하지만, 이런 ‘서사구조만 있는’ 작품은 정말 수도없이 많다. 즉, 이것만으론 이제 관심을 끌기 어렵다).
나한텐 ‘전하고 싶은 상상’이, ‘전하고 싶은 말’보다 더 소중하다
위와 같은 글을 쓴 분의 작품구성 방법에선 나도 큰 영향을 받았는데(‘자기만의 길’ 관련도 여기서 많이 배웠다), 이런 생각은 결정적으로 다른 거 같다. 이건 다시 한 번 또렷이 말하고 싶은데, 캐릭터 중심 상상꾼도 ‘작품 구성’은 잘 해낼 수 있다. 다만 ‘눈으로’ 서사구조가 안 보이니까, 지금 상황에선 무시받기 쉬울 뿐이다.
무엇보다 자꾸만 신경쓰이는 건, ‘특정 설정을 지닌 등장인물들이 움직이는 것 자체’를 전하려는 게 ‘전하려는 게 없다’로 해석되는 것이다. 이건 굉장히 불만이 많다. ‘전하려는’ 건 버젓할 필요가 전혀 없으며, 그저 자기가 좋으면 뭐든 상관없다.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는 항상 ‘등장인물들의 이야기’이지, ‘내가 말하고 싶은 것’이 아니다. 등장인물들이 움직이면, 그것이야말로 ‘내가 하고싶은, 좋아하는 이야기’가 된다. 상상의 방향성은 자유겠지만, 역시 내 마음 속 상상은 ‘캐릭터’다. 그 캐릭터와 상황, 움직임 자체를 보이고 싶어서 작품을 한단 말이다.
만약, ‘상상이 아니더라도’ 자기가 하고싶은 말이나 메시지가 있었더라면, 트위터든 워드프레스든 ‘글’을 썼을 것이다. 당연히 난 ‘글’도 쓸 수 있으니까. 이런 식으로. 왜 내가 ‘굳이 상상이 아니더라도’ 전할 수 있는 생각이나 메시지를 ‘작품’으로 보여야 하는 걸까? 글로 쓰는 게 더 전하기 쉬운데 말이다.
내가 하려는 건, 어디까지나 ‘상상으로만 전할 수 있는 생각’이다. ‘상상이기 때문에’ 가치가 있는 생각, ‘상상이 아니면 어떤 방법으로든 전할 수 없는’ 것이다. 만약 그냥 글만 써도 되는 말이나 메시지라면, 굳이 ‘상상’이란 방법으로 보이기 위해 번거롭게 구성할 필요가 없다. 그냥 쓰는 게 더 빠르니까.
물론, 사람에 따라서 이 대목은 다르다. 사람에 따라 ‘어떤 방법이 더 편한가’는 당연히 다르니까. 상상이 폭넓어서 나쁠 일도 없으니, 서사구조가 좋은 사람이라면 그렇게 하는 게 더 좋을 터다. 하지만 난 ‘상상으로서 매력있지’ 않으면, 즉, 캐릭터가 ‘직접 작품을 움직이지’ 않으면 굳이 구성까지 해서 작품을 할 의욕이 없는 사람이다. 따라서, 캐릭터와 상관없이 하고싶은 말이 있으면 그냥 글로 쓰는 게 편하다. ‘캐릭터가 움직이는’ 게 좋으니까, 나는 상상을 하는 것이다.
글을 마무리지으며 – 상상에 ‘무조건’ 서사구조는 필요없다
지금까지 이런 식으로 내 생각을 정리했는데, 결국 하고싶은 말은 ‘좋은 상상≠서사구조가 있는 작품’이 아니란 것이다. 캐릭터와 상황설정(및 상징)만으로도 상상은 충분히 만들어질 수 있으며, 이런 상상이 그 ‘서사구조를 갖춘’ 것보다 완성도가 떨어지진 않는다. 오히려 이런 작품을 더 반기는 이들도 있다.
한 예로, 나는 인터넷에서 어떤 작품에 관해 ‘등장인물이 작품 속 부품으로 끝나지 않는 게 좋았다’와 비슷한 말을 본 적이 있다. 또, KR코믹스에 관해 ‘비슷한 줄거리를 되풀이하는 일반만화보다 좋다’라 한 사람의 말 역시 본 적이 있다. 많든 적든, ‘등장인물이 이끄는 상상’을 좋아하는 이들은 어딘가에 틀림없이 존재하는 것이다. 그리고 이미 위에서 죽 말해왔지만, 나 역시 이와 같은 생각이다.
줄거리보다 ‘캐릭터가 만드는 이야기’를 더 좋아하는 경향은, 이미 또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지금은 적어보일지 몰라도, 자기도 모르게 그런 작품을 바라는 이들은 틀림없이 이보다 더 많으리라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