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도) 바나나튀김을 만들어 먹어보니

오늘은 전부터 별러왔던 바나나튀김을 해먹어봤다. 사실 나도 바나나를 튀겨서 먹을 수 있단 걸 알게 된 건 고작 몇 년 전이었다. 학교 행사에서 후배가 해먹는 걸 보고 처음으로 ‘바나나를 튀겨먹을 수 있다’는 걸 깨달은 것이다. 비록 이렇게 직접 해보기까지 좀 시간이 걸리긴 했지만, 어쨌든 만들어먹고 보니 오랫동안 안 한 숙제를 끝마친 느낌이다.

그런데 이렇게 말하긴 했지만, 지금 인터넷에서 검색해보니 내가 만든 건 ‘흔히 보이는’ 바나나튀김하고 좀 다른 듯하다. 나도 그저 후배가 하는 걸 대충 보고 따라해본 것이기 때문에(즉, 제대로 기억하고 있지 않다), 사실 이 바나나튀김은 바나나튀김’처럼 보이는’ 무언가일 뿐이다. 하지만 어쨌든 난 그럭저럭 맛있었기에, 기억해두려는 생각에서 이렇게 글로 써보려 한다.

기억만 가지고 만든 ‘정석과 다른’ 바나나튀김

앞서 말하긴 했지만, 실제 바나나튀김 레시피에선 밀가루를 묻힌 다음 튀기는 듯하다. 하지만 난 그런 걸 전혀 조사하지 않고 그냥 ‘그럴듯한’ 방법으로 요리했기 때문에, 이러한 레시피와 아무 상관없는 음식이 나왔다. 이 점을 미리 참고해주셨으면 한다.

사실 요리한 방법은 무진장 간단하다. 정말 ‘그럴듯한 방법’으로만 요리했기 때문이다. 일단 바나나를 잘 썬 다음 프라이팬을 데운다. 이 다음 코코넛오일을 한두 스푼 떨어뜨려서 어느 정도 달궈질 때까지 기다린다. 그 다음 바나나를 넣고 약한 불에 튀긴다. 대충 다 튀겨졌을 무렵 그릇에 건져놓으면 끝난다.

이렇게 만들었으니 당연한 이야기인데, 양쪽 다 튀길때쯤엔 바나나가 물렁대서 그릇에 담는 게 묘하게 힘들었다. 하지만 그 때 나는 이게 맞는 레시피라 생각했기에 그런가보다하고 넘겼다. 아마 밀가루를 넣으면 이렇게 되진 않았겠지만, 당시 난 그런 생각이 전혀 안 들었던 것이다.

이런 요리이다 보니 아무리 생각해도 진짜 바나나튀김과는 여러 모로 다를 게 틀림없지만, 나는 레시피를 찾아보지 않았기에(그 당시 후배는 대충 이런 식으로 요리했던 것 같았기에) 이게 바나나튀김일 거라 굳게 믿고 있었다. 어쩌면 내가 요리법을 잘못 기억하고 있는지도 모르겠지만.

2015-09-16 17.19.20

이것저것 시도해봤더니 음식이 더 맛있게 느껴졌다

어쨌든 이렇게 튀긴 바나나를 먹어봤는데, 지금껏 바나나를 이런 식으로 먹어본 적이 한 번도 없었기에 무척 신선한 느낌이었다. 게다가 코코넛오일로 튀겼기에, 바나나에서 코코넛 맛도 같이 나는 게 참 좋았다. 내가 코코넛을 좋아한다는 까닭도 있지만.

하지만 여러 개 먹으면서 생각해 보니, 묘하게 신 느낌이었다. 그거야 바나나가 신 건 당연한 일이지만, 그래도 그게 좀 아쉽게 느껴졌다.

그래서 생각하다가, 집에 있을 물엿을 한 번 부어보기로 했다. 정말 맛있어질지는 장담할 수 없었지만 말이다. 그런데 물엿을 부어보니 생각보다 꽤 맛있었다. 물론 내가 물엿같은 맛을 좋아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물엿 특유의 달콤한 맛이 바나나랑 잘 어우러지는 느낌이었다.

그런데 이것만으론 좀 모자란 것 같아서 또 다시 생각하다가, 난 지금껏 뭘 까먹고 있었단 사실을 깨달았다. 사실 이 때 토스트를 같이 먹고 있었는데, 여기에 튀긴 바나나를 끼워먹으면 맛있지 않을까, 란 생각을 했던 것이다. 그래서 실제로 식빵 위에 올려놓고 먹어보니, 이게 생각보다 훨씬 맛있었다. 지금껏 이렇게 먹을 생각을 못한 게 신기할 정도였다. 물론 내 입맛이 그렇단 말이지만.

글을 마무리지으며 – 진짜이든 가짜이든, 직접 만든 요리는 맛있다

사실 내가 오늘 먹은 음식은 ‘진짜’ 바나나튀김이 아닐지도 모른다. 밀가루도 전혀 안 넣었고, 애초에 후배가 어떻게 요리했는지조차 제대로 기억하고 있지 않아서다. 물론 프라이팬에 넣고 튀겼단 건 알고 있지만, 실제로는 그것과 조금 달랐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하지만 어쨌든 난 바나나를 튀겨먹었고, 그거면 되지 않았나 생각하고 있다. 좀 희한한 요리(창작요리만큼이나)란 건 알지만, 그래도 나는 맛있게 먹었으니까.

그리고 이런 식으로 ‘지금껏 안 해 본’ 요리를 하면서 생각하는 건, 시행착오가 요리를 맛있게 만든다는 것이다. 물엿이든 토스트든 어디까지나 내가 즉석에서 생각해낸 방법이긴 하지만, 실제로 그렇게 했더니 바나나튀김을 더 맛있게 먹을 수 있었다. 그런 식으로 뭔가를 맛있게 먹기 위해 이런 방법 저런 방법을 써보는 것도, 삶을 즐겁게 만드는 방법 중 하나가 아닐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