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요즘들어(작년 말부터) TED를 무척 많이 보기 시작했는데, 마구 보다 보니 어느덧 500편이 넘는 영상을 보게 되었다.
물론 누가 보라고 해서 본 건 아니다. 단지 그냥 보고싶어서 마구 보고있을 뿐이다. 뭔가 배우려고 보는 것도 아니다. 배우는 게 없어도 재미있어서, 보고 있으면 즐거워서 보고 있다.
하지만 내가 TED를 좋아하게 된 까닭은, 이런 영상들이 재미있어서 이전에 ‘이 곳이 믿을만하다’라고 생각해서다. 그렇게 생각하게 해준 계기가 된 건, 바로 오늘 소개할 이 영상이다.
나한테 이 영상이 특별한 까닭
어쩌면 이 영상은, 관계자, 그러니까 자폐를 둔 가족이 없다면 크게 다가오지 않을지도 모른다. 아무래도 먼나라 얘기처럼 들리기 쉬우니까.
하지만 같은 입장에 있는 나한테는 결코 그렇게 느껴지지 않았다. 오히려 처음 봤을 때, 난 이런 분이 있단 걸 알게 되어서 정말 고맙다 생각했을 정도였다.
앞서 말했지만, 나처럼 드문 입장에 놓인 사람은 자기랑 비슷한 처지에 있는 사람과 만나는 게 많이 어렵다. 사람에 따라서 쉽지 않냐 묻고 싶을지도 모르지만, 사실은 전혀 그렇지 않다. 나 역시 장애 동생, 특히 자폐를 지닌 동생을 둔 사람은 인터넷에서 아주 조금 봤을 뿐, 실제로 본 적은 한 번도 없기 때문이다.
사실 이건 어쩔 수 없는 데도 있는데, 자폐를 둔 가족이 있는 집안은 대개 외동아들, 혹은 딸일 때가 많다고 한다. 요즘엔 한 명만 낳아서 키우는 가정도 많은데, 그런 까닭으로 형제자매 없이 자폐아 한 명만 있는 가정이 많은 것이다. 이건 동생 고등학교 졸업식에 따라간 내가 엄마한테 직접 들은 말이므로, 어느 정도 믿을만하리라 생각한다.
이걸 다시 말하자면, 자폐를 둔 형제자매 입장에 있는 사람은 그리 많진 않으리란 말이다. 물론 손가락에 꼽힐 만큼 적진 않겠지만, 우연히 만나거나 직접 만날 확률은 낮다. 그런 사람이 한 명만 있어도 꽤 힘이 되는데 말이다.
하지만 난 TED에서 이런 식으로 같은 처지에 있는 분을 만나게 되었다. 그것도 여자분이다. 나 역시 여성이기 때문에, 이렇게 ‘같은 입장’에 놓인 분을 만나는 건 정말 반갑다. 나한텐 동생이 한 명밖에 없지만.
어떤 장애가 있든, 그 사람의 개성은 존중받을 가치가 있다
게다가 이렇게 ‘만난’ 것뿐만 아니라, 하는 말 역시 내 생각과 아주 똑같다. 아마 영상을 직접 보면 알겠지만, 자폐를 둔 동생이 있다면 비슷하게 생각할 수밖에 없다. 동생은 물론 보통 이들과 다를지도 모르지만, 그건 그 애의 개성이지 고쳐야 할 데는 아니다. 동생은 저렇게 살고 있기에 가치가 있는 것이다.
나는 고등학교 때 동생을 보면서 그렇게 생각한 적이 있다. 저 애는 평생 보통 사람처럼 살지 못할지도 모르지만, 그래도 자기가 바라는 대로 살았으면 좋겠다고.
사람은 모두 ‘다른 이와 다르다’는 특징을 지니고 산다. 그리고 그렇기에, 우리는 그 사람의 존재만으로도 많은 걸 배울 수 있게 된다. ‘사람은 모두 다른 존재’이기에, 우리는 매일 새로운 걸 배우며 살 수 있는 것이다. 만약 모두가 ‘상식에 맞는’ 같은 존재라면, 그런 세상은 정말 지루하기 짝이 없을 것이다.
그리고 물론, 이건 내 동생도 마찬가지다. 내 동생한텐 다른 이들한테 없는 특징이 있고, 그건 그 애가 보통 이와 아무리 다르다 한들 무척 중요한 점이다. 만약 동생이 보통 사람처럼 된다고 한들 저런 특징이 사라지면, 그건 과연 내 동생이라 할 수 있을까.
어쩌면 장애를 지닌 형제가 없는 사람은 이 말에 공감하지 못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나는 마치 누가 자기 생각을 대신 말해준 것처럼 속이 후련해지는 걸 느꼈다. 이렇게 같은 처지에 놓인 누군가의 말을, 나는 죽 기다리고 있었던 것이다.
글을 마무리지으며 – 내가 TED를 좋아하게 된 까닭
이 영상을 본 뒤, 나는 TED가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가치가 있는 곳이란 걸 알았다. 물론 이 영상 전에도 몇몇 영상을 봤지만, 그 땐 그냥 재밌는 곳 이상의 인상이 없었다(물론 가치있는 곳이라 생각했지만).
하지만 이걸 본 다음, 내 생각은 무척 크게 달라졌다. 이 영상이 있단 것 하나만으로도, TED는 나한테 큰 의미를 지니게 된 것이다. 즉, 나는 나한테 필요한, 그리고 ‘가치있는’ 정보가 TED에 있단 걸 깨닫게 됐다. 그 뒤로는 더 많이 TED를 보려 시간을 만들게 됐고, 지금은 500편이 넘는 영상을 봐오게 되었다(내가 생각해도 참 많긴 하다. 아직 못 본 건 이것보다 더 많지만).
그렇기에 이 영상은 나한테 있어 가장 인상에 남는, 그리고 최고의 TED 영상이고, 아마 그건 앞으로도 그대로이리라 생각한다. 이건 내 운명, 그리고 삶과 관련된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TED에 있는 모든 영상은 제각기 매력이 있지만, 내 삶과 관련된 영상은 당연히 ‘별격’일 수밖에 없다.
이 곳에도 자폐에 관한 TED 플레이리스트를 다룬 글이 있으니, 혹시 관계자라면 한 번 봤으면 한다. 정말로 좋은 내용이 많고, 특히 당사자라면 여러 모로 ‘와닿는’ 내용이 많다. 물론 이 영상도 무척 추천한다. 특히 장애아의 형제자매라면 봐도 후회는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