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되는 건 나쁜 게 아니다

흔히 인터넷에선 혼자 밥을 먹거나 혼자 지내거나 친구가 없는 걸 ‘부끄러운 일’이라 여기곤 한다. 그런데 이런 글들을 죽 보다가 뭔가 ‘이상하다’고 생각한 적은 없는가. 대체 왜 ‘혼자되는 것’이 부끄러운 일인 걸까? 다른 이들이 손가락질하니까? 그런 사람은 사회에서 받아들여질 수 없는 존재니까? 아니면 자기 자존심이 무너지는 것 같아서?

오래 전부터 여러 모로 혼자있는 데 익숙해져서 그런 말이 나올 때마다 ‘이상하다’고 생각한 내 입장에서 보면, 혼자되는 건 결코 나쁜 일이 아니다. 오히려 사람에 따라선 ‘자기자신’을 되돌아볼 수 있는 귀중한 순간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사람에 따라서는 오히려 ‘혼자있는’ 것 역시 다른 이들과 있는 것만큼 소중할 수 있다. 나 역시 살아온 환경 덕분에 ‘혼자되는’ 게 전혀 이상하지도 않고, 어색하지도 않다.

그럼, 아래부터는 여기에 관한 이야기를 좀 더 자세히 해보도록 하자.

혼자 있을 수 있기에 ‘자기축’도 자란다

사람에 따라 물론 생각은 다르겠지만, 나한테 있어 ‘혼자있는 시간’은 그 무엇보다 소중한 시간이다. 그 시간동안 자기를 찬찬히 살펴볼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다른 이들과 있는 시간도 소중하다. 하지만 자기 처지가 보통 이들과 다르면 다를수록, ‘자기자신’을 마주보는 시간 역시 다른 이들과 있는 시간만큼 소중해진다. ‘자기자신’을 파악하는 것, 즉 자기축이 또렷하지 않으면 아무 것도 해낼 수 없어서다.

혼자 있게 되면, 우리는 어쩔 수 없이 자기 자신을 돌아보게 된다. 바깥세상에 있었을 때엔 알 수 없는 자기 참모습을 깨닫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자기 자신을 깊게 알면 알수록, 우리는 ‘자기축’이라는 판단력이 강해지는 걸 느끼게 된다. 자기축이 제대로 자라지 않으면 결국 다른 이들한테 휘둘리며 살게 될 뿐이다. 그리고 이러한 자기축은, 혼자서 ‘자기는 어떤 길을 걷고 싶은 걸까’라고 곰곰히 생각해보지 않으면 제대로 자라지 않는다.

이걸 다시 말하자면, 자기축이 또렷한 사람일 수록 ‘자기만의 길’을 걷기 쉽다는 말이다. 타인축, 즉 자기가 아닌 다른 이들의 축으로 사는 사람은 결국 남의 가치관에 평생을 휘둘릴 수밖에 없다. 자기가 뭘 좋아하는지, 뭘 하고 싶은지, 그리고 뭘 바라는지 알지 못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자기축’을 지닌 사람은 다르다. 다른 이들과 같이 있는 시간은 줄지 모르지만, 자기 자신을 행복하게 할 수 있는 능력은 강해진다. 자기 생각을 중심으로 행동하기에, 자기가 아닌 남의 가치관에 휘둘리기도 힘들어진다.

세상에 ‘혼자인 게’ 익숙할 수밖에 없는 사람은 많다

그리고 또 하나 중요한 점으로, 혼자 지내는 게 익숙할 수밖에 없는 사람 역시 세상엔 여럿 있다는 점이다. 다른 이들과 지내는 게 몸에 밴 사람은 ‘혼자있는 건 있을 수 없다’ ‘혼자있는 건 친구가 없는 사람이다’ ‘불쌍하다’란 식으로 여기는 듯한데, ‘혼자 지내는 게 익숙할 수밖에 없는 사람’도 세상엔 여럿 있다.

예를 들어, 나 역시 전부터 말해온 대로 동생한테 자폐가 있기에, 혼자 밥을 먹거나(혼자 밥을 먹는 느낌이 들거나) 혼자 지내는 건 지극히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이런 사정을 모르는 사람이야 ‘저 사람 친구 없나 봐’라 생각할지도 모르지만, 혼자 지내는 게 어색하지 않은(남의 눈치를 안 봐도 되는) 환경에서 자란 사람 입장에선 그저 엉뚱한 말일 뿐이다.

이걸 다시 말하자면, 세상엔 우리가 짐작하기 어려운 환경에서 자란 사람도 많이 있다는 말이다. 따라서, 혼자 지내는 걸 가지고 ‘저 사람은…’이란 식으로 멋대로 짐작할 필요는 없다. 까닭이야 어쨌든 그 사람은 그게 편하다고 생각하니까 그럴 뿐이고, 우리도 그냥 넘어가면 되는 것이다. 우리는 생각보다 다른 이들의 사정을 짐작하기 어려우니까.

친구가 없는 건 죄가 아니며, 오해받는다고 죽지도 않는다

마지막으로, 어떻게 보면 이게 가장 중요한 이야기지만, 결국 ‘혼자있는 건 이상하다’란 건 착각일 뿐이란 말이다. 사실 가만히 생각해보면, 혼자라서 나쁜 건 ‘다른 이들한테 오해받는’ 것밖에 없다. 다른 이들이 ‘저 사람은 친구도 없고…’란 말을 들으면 잘못이라도 저지른 것 같아서, 부끄러워서, 그리고 하면 안 되는 짓인 것 같아서 기분나쁜 것이다.

하지만 잠깐, 여기서 한 번 생각해보자. 과연 ‘저 사람은 친구도 없고…’같은 말을 듣는다고 우리가 죽기라도 하는 걸까? 전혀 그렇지 않다. 우리는 그런 말을 듣거나 말거나 ‘살아있을’ 수 있는 것이다. 어차피 한 번 만나고 말 사람들 말에 신경쓸 만큼, 우리 삶은 가볍지 않다. 게다가 사실 가만히 생각하면, 그렇게 오해받았다고 큰일이 일어나는 건 아니다. 살다 보면 ‘자기만의 길’을 걷기에, 동료가 나타나기 힘든 일을 하기에 부득이하게 ‘친구가 없거나 드문’ 상태로 지낼 떄도 있다. 하지만 그건 나쁜 일일까? 친구가 없다고 해서 자기가 그 자리에서 죽는 것도 아닌데 말이다.

결국, ‘다른 이들의 눈을 의식해서’ 우리는 그런 말을 듣는 걸 안 좋아하는 것이다. 자기 삶에 아무 관련도 없는 사람들 말 때문에, 우리는 자유롭게 행동하지도 못한 채 겁에 질려있다는 이야기다. 물론, 우리는 그런 말에 휘둘릴 필요가 전혀 없다. 그 사람들은 결국 자기 삶과 아무 관계가 없는 존재일 뿐이니까.

친구가 없다는 건 그 사람한테 ‘가치가 없다’는 걸 뜻하는 게 아니다. 상황에 따라서 지금은 친구가 없을 수도 있고, 잠깐 외로울 수도 있다. 하지만 어쨌든, 그게 우리의 가치를 깎아내리는 건 결코 아닌 것이다. 우리는 ‘친구가 없다’는 까닭만으로 인간말종이 되지 않는다. 이걸 또렷이 알게 된다면, 우리한테 지금 친구가 있든 없든 혼자 행동하는 게 무척 꺼려지진 않을 것이다.

글을 마무리지으며

지금까지 ‘혼자되는 건 나쁜 게 아니다’란 이야기를 죽 했는데, 물론 나 역시 혼자서 행동하는 게 마냥 자신있는 건 아니다. 다른 이들한테 ‘이상한’ 눈빛을 받으면 나도 신경쓰인다. 온갖 음식점이나 놀이동산을 혼자 돌아다녀본 것도 아니다(사정상 갈 일이 별로 없는 것도 있고).

하지만 어쨌든, 기본적으로 난 혼자 행동하는 걸 전혀 이상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나한테는 마땅히 그럴 까닭이 있어서 혼자 있는 것이고, 그게 다른 이들한테 어떤 식으로 보이든 내 삶과는 아무 상관이 없으니까.

물론 우리 사회가 아직 ‘혼자 다니는 것’을 배려하지 않는 건 맞지만(음식점이나, 놀이동산처럼) 혼자 움직일 수밖에 없는 사람이 늘어나고 있는 지금, 그런 문제도 결국 시간이 지나면 천천히 해결되리라 생각한다. 어쨌든 중요한 게 있다면, 혼자되는 건 결코 죄도 아니고, 잘못된 일도 아니란 점이다. 다른 이들의 마음에 맞춰사는 것보다 더 중요한 건, 항상 ‘자기축’을 중요시하며 지내는 것이다.

그럼, 오늘은 여기서 끝맺도록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