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에도 말했던 것같긴 하지만, KR코믹스를 사모은 지 벌써 10년 남짓. 08년부터 느릿느릿 사모으던 게 100권 가깝게 늘었다(좀 더 제대로 말하자면 100작품). 이런 식으로 오래 사모았으면 여러가지 깨닫는 것도 늘어나는 고로, 웃지못할 일도 몇몇 있었던 지난 10년을 돌아보려 한다.
일단 가볍게 그 10년분 책꽂이 사진부터 올려봤다.
10년 동안 KR코믹스를 모아오면서 한 가장 큰 실수가 햇살이 비치는 데 책을 뒀다는 것이다. 그것도 바로 앞에. 나처럼 바보 멍텅구리가 아니더라도 햇살 때문에 옆표지가 바래 고민인 분들은 여럿 있을 것이다. 사실 이런 데 정답이 있다고 하는 것도 그렇지만…
앞서 말한 대로 나도 이런 실수를 한 탓에, 거의 5년 동안(08~13년쯤?) 모아온 책들 중 대부분 옆표지 색이 날아가고 말았다. 정말 심각한 건 새하얗게 바뀌기까지 함. 볼 때마다 책들한테 정말 미안하다. 처음 사모을 땐 거기까지 생각하진 않았기 때문에…
이렇게 옆표지 문제가 걱정될 때 가장 확실한 건, 햇살을 절대 받을 수 없게 하는 것, 즉 창을 등지게 해서 책을 보관하는 것이다. 다시 말하자면, 만화를 꽂는 책꽂이가 창을 등지게 하는 게 중요하다. 이렇게 하면 직사광선을 받을 일은 결코 없다. 방에 창이 두 개 있는 게 아니라면.
물론 두 개 있을 때도 어떻게 할 수 있는 방법은 있다. 가장 큰 창문을 등지게 해서 보관한 뒤, 다른 창문은 커튼이나 담요로 가리는 것이다. 예전에 살던 집 창문은 커튼을 달 수 없었기에(옛날식 집이라서) 엄마한테 부탁해 담요로 어떻게든 가린 적이 있다.
이사오기 전엔 이런 방법을 써서 적어도 햇살 걱정은 전혀 안 했지만, 지금 사는 여기로 이사오면서 방이 좁은 탓에 결국 책꽂이가 창을 등지게 할 수 없었다. 이럴 땐 어떻게 하냐면, 커튼이나 블라인드(후자가 가장 안전하단 생각을 한다)를 쳐서 가리면 된다.
블라인드는 치는 데 돈이 들지만, 열고닫아야 할 때 커튼보다 더 편하다는 게 내 생각이다. 이렇게 해도 햇살이 들어올 땐 들어오지만, 책꽂이를 창문 옆(맞은편이 아니라) 비스듬이 두면 그나마 그런 걱정을 그다지 안 하고 지낼 수 있었다. 적어도 없는 것보단 훨씬 낫다.
사실 이 논리대로 하자면 책장에 커튼을 치는 게 더 빠를지도 모르지만, 다른 책이면 모를까 KR코믹스는 옆표지를 보면서 마음을 안정시키는(?) 데에도 잘 쓰이기 때문에…물론 상자에 담는 것도 이런 까닭으로 쓰기 꺼려졌다.
그리고 이것도 그냥 넘어가기 쉬운데, 책 옆표지는 직사광선은 물론 형광등 빛으로도 바랜다. 나도 이건 전혀 생각지 못했는데, 책꽂이를 등지게 한 뒤 산 모 책이 1년쯤 지난 뒤 옆표지가 바랜 걸 보고 눈이 동그래졌다. 솔직히 말하자면 이 땐 많이 절망했다.
이럴 때 가장 좋은 건 방 불빛을 LED등으로 바꾸는 것이다. 난 이사를 오면서 LED등으로 바꾸게 됐는데(새로 지은 집이라서 그렇게 되어있었다), 이 LED등은 형광등처럼 변색시키지 않는다고 한다. 나도 자세한 것까진 모르지만, 이사온 뒤 책바램이 눈에 띄게 줄었단 건 느낀다.
아무튼 이렇게 아픈 실수를 저지른 바 있기에, 어떻게든 하려고 혼자 고민 및 시행착오를 되풀이하고 나서야 그럭저럭 안정감있는 상황이 됐다.
지금처럼 전자책이 있는 시대에 실제 종이책을 산다는 건, 상황에 따라 다르겠지만 그만큼 정이 있어서라고 나는 생각한다. 이렇게 소중한 책이 변색되지 않을까 자꾸 걱정하는 것보단, 이런 방법을 써서 마음편히 지내는 게 더 좋단 건 두말하지 않아도 될 것이다.
별 건 아니지만, 이러한 글이라도 소중한 책(만화가 아니더라도)을 보관하는 이한테 도움이 되었으면 한다. 옆표지가 바랜 뒤엔 이미 늦었다…나만 해도 이미 바랜 책 중 심한 건 다시 살까 진지하게 생각 중이다(이미 절판된 책이 많음).
전에도 비슷한 걸 말했지만, 이 KR 전용 책꽂이 하나만을 위해(창가에 등지도록 둬야 하므로) 인터넷에서 책꽂이를 산 뒤 혼자 조립한 건 아직까지 꽤 소중한 기억이다. 거의 2년 넘게 무사한 것도 그렇고…
그러고 보니 저걸 다 모으는 데도 시간과 돈이 꽤 들었지만, 특히 엔화환율이 엄청 높던 13~14년즈음엔 정말 고생했다. 안 그래도 값이 나가는 KR 한 권이 13000원쯤으로 훌쩍 뛰었으니까. 세금 빼고 대략 810엔쯤 하는 책이 환율 때문에 13000원이 되는 지옥…
거의 모든 책을 새걸로 샀기에 특히 더더욱 고생했던 기억이 있다. 물론 돈은 전혀 안 아깝지만. KR을 사는 돈은 나를 위한 투자다(진지하게).
물론 지금은 그렇게 비싸진 않으므로(대략 9000원쯤), 이제부터 KR코믹스 원서를 사려는 분들은 너무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가끔 그 때 환율을 되돌아보면 지난 일인데도 눈앞이 새까매질 때가 있다.
이왕하는 거 떠오른 걸 더 말하자면, (실제로 어떤지는 모르겠지만)KR코믹스는 초판이라고 한들 시간이 지나면 띠지가 안 붙으므로 띠지가 둘러진 책을 가지고 싶을 땐 서두르는 게 좋다. 느릿느릿 사면 초판인데도 띠지가 없을 때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