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을 쓰다가 안 막히는 방법 – 구성을 ‘대본처럼’ 자세히 짠다

(2015/11/11 고침 : 전에 빠져있던 스크린샷을 다시 집어넣었다. 실제 완성작과 대면서 확인해주셨으면 한다.)

오늘은 나 역시 아주 잘 쓰고 있는, ‘작품을 쓰다 안 막히는 법’에 관해 말해볼까 한다.

글자로 된 작품(소설이나 시나리오처럼)을 하다 보면, 어쩔 수 없이 막혀서 진도가 안 나갈 때가 있다. 가만히 생각해보면 이런 시간이 작품을 쓰는 시간 대다수를 잡아먹곤 하는데, 오늘 말할 방법을 쓰면 이렇게 ‘막히는’ 일이 무척 줄어든다.

방법 자체는 사람에 따라 번거롭게 느껴질지도 모르지만, 익숙해지면, 그리고 자기한테 ‘가슴 두근대는’ 상상이면 상상일수록 훨씬 더 작업하기 편하다. 그 방법은 생각보다 쉬운데, 다름아닌 ‘대본’을 만드는 방법이다.

‘대본’을 만들면 작품 쓰는 게 편해진다

우리는 발표할 때, 말할 내용을 자세히 적은 대본을 만들 때가 있다. 이런 대본이 있으면 발표 전반의 흐름을 쉽게 파악할 수 있을 뿐더러, 발표 중간에 할 말을 잃고 헤맬 일도 줄어든다.

이걸 ‘작품을 쓸 때’ 응용하면, 작품을 쓰다가 막힐 일이 무척 줄어든다. 하고 싶은 말은 대본에 다 나와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미리 어떤 내용일지를 다 알고 있기에, 작품의 큰 흐름을 좇기에도 편하다. 이뿐아니라 중요한 대사나 글귀 역시 미리 적어두면, 본편을 쓸 때 복사해서 붙여넣으면 되니 머리쓸 일도 없다(이게 의외로 무척 효과가 있다).

대본을 쓰는 방법 – 상위항목과 하위항목을 나눈다

이 대본을 쓰는 방법엔 여러 가지가 있지만, 내가 쓰는 방법은 ‘항목을 나누는’ 것이다. 즉, 상위항목과 하위항목으로 나눠서 쓰는 방법이다. 어떻게 쓰냐면, 대충 이렇다.

스크린샷 2015-11-11 15.02.24

스크린샷을 보면 알겠지만, @이란 항목이 상위고, ※가 하위항목이다. 여기선 두 가지 항목이 주로 보이지만, 사실은 다른 기호를 써서 또다른 하위항목을 만들기도 한다.

작품을 구성할 때, 먼저 @이란 항목을 써서 커다란 흐름을 만든다. 예를 들어 어떤 장면이 있다고 치면, 그 장면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를 대충 @이란 항목으로 정리한다. 이 땐 자세히 적을 필요가 없다. 그냥 큰 이벤트가 뭔지를 적으면 된다.

혹시 이걸 보고 그림에서 말하는 러프와 비슷하다고 느꼈다면, 상당히 감이 좋은 것이다. 결국 이 대본작업은 그림에서 밑그림을 그리는 것과 비슷하기 때문이다. 러프로 대충 어떤 장면인지 알아보기 쉽게 한 뒤, 뒤에 나올 세부항목에서 그림을 ‘또렷하게’ 만든다. 이 뒤에 색을 입히는 게 본편작업이라 할 수 있다.

이렇게 큰 항목을 정리한 다음엔, ※이란 항목으로 좀 더 자세히 그 장면을 묘사한다. 즉, @이란 상위항목으로 정리한 사건을 좀 더 자세히 적는 것이다. 위에서 말했듯 그림에서 말하는 ‘밑그림’ 작업이기에, 이 대목은 본편 작업할 때 헤매지 않도록 어느 정도 자세히 적도록 하자. 세부항목을 몇 개 더 만들어서 꼼꼼하게 그리는 것도 좋다. 자기가 본편을 쓸 때 손이 멈추지 않는 걸 기준으로 하면 편하다.

이런 식으로 하위항목을 더 만들어가며, 한 장면을 자세히 쓴다. 말투는 스크린샷처럼 간단해도 된다. 필요하면 대사 역시 같이 적도록 하자. 만약 설정을 설명해야 하는 장면이라면, 이 대본에 설정 역시 같이 적어두면 좋다. 본편을 쓸 때 복사해서 붙여넣기만 하면 굉장히 작품 진행이 편해진다.

즉, 이런 식으로 흐름을 자세히 적어서, 본편을 쓸 때 고민할 일이 없도록 하는 게 ‘대본’의 역할이다. 어느 정도 자세히 써서 더 쓰기 귀찮아지면, 본편을 쓰는 걸로 넘어간다. 아마 평소보다 훨씬 더 빨리, 그리고 손쉽게 쓸 수 있단 사실을 알 수 있을 것이다. 전체 흐름을 알고 있기에, 자기가 쓰고 있는 대목을 이해하는 것도 빠르다.

대본이 작품 집필을 훨씬 더 효율성있게 만든다

이렇게 말하면 누군가는 ‘그럼 본편으로 바로 넘어가는 게 효율성 높은 일이다’라 말할지도 모른다. 즉, 이렇게 하면 대본과 본편, 두 가지를 써야 하기 때문에 번거롭다는 것이다. 하지만 해보면 알 수 있듯, 사실은 전혀 그렇지 않다.

애초에 자기가 쓰고싶은 내용을 쓰고 있다면, 한 번 쓰든 두 번 쓰든 전혀 문제가 없다. 오히려 안 막히고 편하게 쓸 수 있는데다가, 구성할 시간이 따로 마련되기 때문에(즉, 본편을 쓰면서 막힌 다음 구성하는 게 아니기에) 오히려 속이 시원하다. 중간에 안 막히는 것만으로도, 작품은 훨씬 빨리 진행될 수 있는 것이다.

즉, 대본을 만드는 게 귀찮을 정도라면, 그 작품은 정말 자기가 쓰고 싶었던 게 아니다. 만약 완성한다 한들, 자기 마음에 안 들 확률이 높다는 말이다. 그런 작품을 쓰는 것보단, 차라리 대본과 본편을 두 개 쓰더라도 즐거운 작품을 하는 게 훨씬 나을 것이다. 오히려 대본을 만드는 게 그런 ‘헛수고’를 줄이는 데 도움이 될지도 모른다.

글을 마무리지으며

아마 쓰고싶은 게 있어서 작품을 하는 사람이라면, 이렇게 ‘안 막히고 많은 양을 하룻동안’ 쓸 수 있단 게 얼마나 즐거운 일인지 짐작할 것이다. 이 느낌을 알게 되면, 다음부턴 대본 없이 작품을 하는 게 꺼려질 정도다. 물론 아주 짧다면 굳이 이걸 마련할 필요는 없겠지만, 단편을 넘어가는 크기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특히 하려는 작품이 아주 길다면, 아마 대본이 있는 게 훨씬 든든할 것이다.

참고로 위에 있는 스크린샷의 완성본은 여기에 있다. 스크린샷은 이 완성본의 초반부분을 찍은 것이다. 한 번 대보면 대개 스크린샷에서 구성한 대로라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참고로 이 완성본은 10.4kb 가량이며, 쓰는 데 2~3시간쯤 걸렸다. 대본은 4.93kb이며, 구성하는 데 한 시간쯤 걸린 걸로 기억한다.

※이러한 구성은 여기에서 쓰던 자료에서 영향을 받은 것이다(지금은 링크가 끊긴 상태). 아주 똑같이 하고있는 건 아니지만, 이렇게 상위/하위항목으로 나누는 것 및 ‘대본’을 쓴다는 접근법은 여기서 아이디어를 얻었다. 이 자리를 빌어 고맙단 말을 전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