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어릴 적부터 엄마가 전집을 몇 질 사 주셔서 책읽는 게 노는 것만큼이나 편했고, 지금도 사고싶은 책을 고르거나 사서 읽는 걸 좋아하는 편이다. 하지만 여기서 중요한 건, 나는 ‘자기가 좋아하는 책’만 좋아하지, 모든 책을 좋아하는 건 아니라는 것이다. 나는 어디까지나 ‘읽고 싶은’, ‘관심이 있는’ 책만 갖고 싶지, 세상에 있는 모든 책을 다 읽고싶은 건 아니다. 지금 관심없는 책을 읽어봤자 시간만 날리는 것이기 때문이다.
덮어놓고 사면 자기가 ‘뭘 좋아하는지’조차 모르고 만다
물론, 나는 책이란 매체 자체를 좋아하는 편이다. 하지만 세상에 있는 모든 것에 관심이 있는 게 아닌 것만큼, ‘모든 책’에 관심이 있는 것도 아니다. 자기한테 관심없는 책을 읽어봤자 별다른 재미가 없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런 식으로 관심없는 책을 읽다 보면 ‘관심있는’ 책, 즉 재밌는 책조차 재미없어지고 만다. 즉, 자기가 뭐에 가슴 두근거렸는지, 뭘 좋아하는지조차 잊어버리고 마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관심없는 책이 문제가 아니라, 사는 것 자체가 재미없어지는 문제가 일어나고 만다.
지난 몇 해 동안 ‘관심없는’ 물건들을 ‘이걸 사야 지식을 늘릴 수 있다’란 생각으로 많이 사는 바람에 정말로 모든 게 재미없어진 경험이 있는 나는, 이제 자기가 관심있는 것, 가슴 두근대는 것, ‘자기한테 플러스가 되는 것’이 아니면 될 수 있는 대로 안 사고 안 접하려 생각하고 있다. 물론 관심있는 걸 한번에 알아채는 건 조금 어려운 일이기에, 그걸 알아보려고 시행착오할 때는 있다. 하지만 어쨌든 정말로 관심없거나 자기한테 ‘기분좋지 않은’ 물건 및 정보는 될 수 있는 대로 안 보려 한다. 그래야 ‘가슴 두근대는 것’이 뭔지 알 수 있으니까.
좋아하는 것만 사면 ‘자기가 어떤 데 가슴 두근대는지’를 깨달을 수 있다
또한 이렇게 책을 사면 좋은 점이, ‘자기가 어떤 것에 관심이 있고, 어떤 데에 가슴 두근대는지’를 쉽게 알 수 있다는 점이다. 게다가 지금 자기한테 필요없거나 이제 관심이 떨어진 책을 버리게 되니(책을 넣을 공간이 있어야 하니까) 자연스럽게 마음도 가벼워진다.
우리 집에도 관심없는 책이나 어릴 적 읽던 전집들이 이만큼 있었는데, 위와 같은 일이 계기가 되어 지금 필요없는 물건들은(새 책을 산 만큼) 깔끔하게 내다버렸다. 전집은 물론 어릴 적 무척 자주 읽었지만, 지금 이 나이가 되어서 다시 읽기엔 너무 오래된 데다가 나한테 맞지도 않았기 때문이다. 어차피 전집은 그런 식으로 ‘유효기간이 있는’ 책묶음이고, 어느 정도 익숙해진 다음엔 오히려 자기가 관심이 생긴 분야만 좀 더 자세히 파고드는 게 더 재밌다.
그런 생각으로 지금 안 읽는 책들 대다수를 갖다버리니, 오히려 마음이 많이 편해졌다. 게다가 이렇게 해서 새 책을 들여놓을 수 있게 되어, 어릴 적 자기가 아니라 ‘지금’ 자기가 좋아하는 게 무엇인지, 자기가 지금 소중히 하고싶은 게 뭔지도 쉽게 알 수 있게 됐다. 다시 말하자면, 책을 소중히 하게 되었다는 말이다. 지금 가지고 있는 게 남의 말에 따라 산 ‘관심없는’ 물건이 아니라, 자기가 가슴 두근거리는 것들밖에 없다는 걸 알면 기분도 좋아진다.
‘좋아하는 책만으로 책꽂이를 채우는’ 놀이
실제로 지금 나는 몇 해 전에 엄마가 사준 나무책꽂이에 ‘좋아하는 책만’ 꽂는 실험을 하고 있는데, 이 책꽂이는 높이도 꽤 있는 데다가 3*5짜리(즉 15칸) 책꽂이이기 때문에 좋아하는 책만 꽂는 게 쉽지는 않다. 하지만 책을 여러 권 버린 다음 남은 ‘잘 안 보이는 데에 꽂혀있던 가슴 두근대는 책들’을 여기로 옮기니, 지금껏 잊고 있었던 책들이 새생명을 얻은 듯한 느낌이 들어 기분이 좋았다. 게다가 자기가 좋아하는 책들이 한눈에 들어와서 가슴도 보다 두근댄다.
물론 아직은 못 버린 전집들이 여러 권 꽂혀있지만(이걸 다 버리면 괜히 먼지만 쌓이기 때문에 일부러 내버려두고 있다), 그래도 지금까지 세 칸이나 ‘자기가 좋아하는 책’만으로 채우는 데 성공했다. 이 때 기분이 얼마나 즐거웠는지는 말로 다할 수 없다. 자기가 좋아하는 책만으로 책꽂이 한 칸을 채우니까 얼마나 기분이 좋던지, 나는 하룻동안 몇 번이고 그 칸을 바라보고 있었을 정도였다. 지금도 좋아하는 책만으로 가득한 칸이 하나씩 늘어나면 무척 마음이 들뜨는 걸 느낀다. 아직 세 칸만 이렇게 채웠지만, 될 수 있는 대로 이러한 칸들을 늘려나가려 마음먹고 있다.
좋아하는 책만 읽으면 삶의 재미가 늘어난다
이런 식으로 좋아하는 책만 모아서 책꽂이에 집어넣으면, 몇 번이고 책꽂이를 혼자 구경하고 싶어질 만큼 마음이 뿌듯해진다. 거기에 있는 책은 자기가 관심이 있고 가슴 두근대는 것만으로 이뤄진, ‘자기만을 위한’ 것들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 책꽂이에 꽂히는 책은, 까닭이야 어쨌든 내가 관심을 가지고 있다는 증거가 된다. 그렇기에 우리는 책꽂이를 보며 ‘나는 이런 걸 좋아하는구나’, ‘나는 이런 데 관심이 있구나’란 사실을 깨달을 수 있는 것이다. 이건 도서관에서 책을 빌려읽기만 해서는 쉽게 알 수 없다. 돈을 주고 사기에, ‘내가 여기에 돈을 쓸 만큼 관심이 있고 가슴 두근대는구나’란 사실을 깨달을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이렇게 좋아하는 책만 늘어나다 보면, ‘다음엔 이런 책을 사읽어야지’란 식으로 ‘책꽂이에 꽂고 싶어지는’ 책이 늘어날 것이다. 좋아하는 책만 읽기에, 오히려 가슴 두근대는 독서체험을 즐길 수 있는 것이다. 아무리 유익한 내용이라 한들, 자기한테 관심이 없으면 머릿속에 들어오지도 않는다. 좋아하는 책만 골라읽는 건 편식이 아니라, 오히려 가슴 두근대며 살 수 있게 해주는 좋은 방법이라 할 수 있다.
게다가 이런 식으로 책을 사면 ‘다 못 읽는 것’, 혹은 ‘쌓아두기만 하는 것’을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어차피 언젠가는 읽기 때문이다. 어차피 가슴 두근대는 책이니, 대충 읽기만 해도 충분히 마음이 즐거워진다. 게다가 읽을 여유가 없다 한들 후회할 일도 없다. 괜히 빨리 읽어야 한다는 생각에 갑갑해지지 않아도 된다.
그와 함께, ‘좋아하는 책만 읽는데도’ 독서폭이 넓어진다. 바깥에서 ‘이걸 읽어야 한다’고 강조하는 책이 아니기에 자기 맘대로 읽게 되고, 따라서 관심이 생기면 뭐든 읽게되는 것이다. 사람은 누구나 ‘자기가 주도해서’ 하는 일에 훨씬 더 의욕을 갖게되는 법이다. 의외로 자기가 판단해서 자기가 고르기에 ‘남이 시켜서’ 하는 것보다는 훨씬 더 이런저런 책에 손을 뻗게 된다(물론 조금은 편식할지도 모르지만, 어차피 사람이 모든 종류의 책에 관심을 가질 수는 없는 법이다). 그렇기에 편식하는데도 오히려 이런저런 분야의 책을 만날 수 있게 된다.
글을 마무리지으며
지금까지 ‘좋아하는 책만 읽어도 된다’는 이야기를 했는데, 나 역시 상상관련 책부터 해서 ‘자기만의 길’을 걷는 데 도움이 되는 책, 교양서나 문화 관련, 그리고 여러 모로 희한한 책까지 ‘읽고싶은 책’만 이것저것 읽고 있다. 사정도 있어서 책을 자주 사지 못하기에, 집에 책이 산더미만큼 있는 건 아니다. 하지만 자기가 사고싶은 책만 읽는 삶은 무척 즐겁다. 무엇보다 ‘자기한테 플러스가 되는’ 책만 집에 늘어난다는 점이 정말로 기쁘다.
그러므로 혹시 책읽는 게 전보다 재미없어진 사람이 있다면, 일단 집에 있는 ‘안 읽는 책’을 버려보기로 하자. 이건 책에만 해당되는 얘기가 아니지만, 어떤 정보이든간에 ‘버리지 않으면’ 얻을 수 없다. 즉, 버리기 때문에 새로운 정보가 들어온다는 말이다. 어차피 지금 안 읽는 책은 앞으로도 그다지 안 읽게 된다. 큰맘먹고 ‘이건 정말 버려도 된다’는 책부터 한두 권씩 버려보면 새로운 ‘즐거움’을 깨닫게 될지도 모른다.
그럼, 오늘은 이만하도록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