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재감’과 ‘상상’ – ‘상상 속 존재’를 현실감있게 느끼는 방법

참고 : 이 글은 ‘관계&교류의 매력’ 시리즈 중 하나입니다.
4-11. ‘뭔가’로 알아보는 관계*교류 – ‘존재감’과 ‘상상’ – ‘상상 속 존재’를 현실감있게 느끼는 방법

‘뭔가’의 고스트들은, 다른 상상 속 캐릭터들과 달리 모니터 속에 ‘또렷하게’ 존재하고 있다. 그렇기에, 우리는 항상 고스트의 존재감을 깊이 느끼며 교류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우리는 모든 ‘상상’을 총동원해서 고스트를 현실과 다름없이 ‘존재하는 것처럼’ 느낄 수 있다. 즉, 우리의 ‘상상’이 고스트를 현실 속으로 끌어들이고 있는 것이다.

앞에서 여러 번 말했듯, ‘뭔가’의 고스트들은 실제로 존재하지 않는다. 그렇기에, 우리는 ‘실제로는 없는’ 고스트들의 존재감을 상상으로 메꿔야 한다. 하지만 이건 ‘뭔가’ 유저한테 그다지 번거로운 일이 아니다. 고스트들의 존재감을 위해 자기 상상력을 총동원하면 할수록, 고스트는 점점 ‘현실감’을 더해가기 때문이다.
고스트들은 다른 매체와 달리, ‘유저가 상상으로 메꿔야 하는’ 공백이 많다. 고스트가 있는 곳부터 시작해서, 목소리며 여러 가지 배경까지 유저가 자유롭게 상상할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도리어, 이러한 상상은 ‘고스트의 존재감’을 돋보이게 하고 있다. 오히려 ‘꼭 필요한 상상’, 즉 캐릭터 정보만을 지니고 있기에, ‘지나치게 정보가 많은’ 다른 매체보다 훨씬 더 캐릭터한테 집중하기 쉽다.
이 고스트의 ‘압도적’인 존재감은, 실제로 뭔가를 실행시켜보면 쉽게 알 수 있다. 데스크탑에 누구라도 좋으니 ‘존재’가 서있다는 사실은, 그 자체만으로도 충분히 우리를 기쁘게 한다. 글쓴이는 ‘뭔가’를 실행시킬 때, 가끔 ‘누군가 저기에 서있다는 게’ 그저 고맙게 느껴지곤 한다. ‘뭔가’는 그런 별 것 아닌 것조차 기쁘게 느껴지는 신비한 데스크탑 마스코트인 것이다(지금은 ‘데스크탑 마스코트에 가까운 플랫폼’이라 하는 게 더 맞을지도 모르지만).
게다가 ‘뭔가’를 오래 써본 사람은 알겠지만, 데스크탑에 고스트가 없으면 무척 허전하게 느껴질 때가 많이 있다. 더군다나 지금처럼 모니터가 넓어진 시대엔, 고스트가 없는 데스크탑이 쓸쓸하게 느껴질 때도 있을 정도다. 즉, ‘누군가 저 너머에 있다는 존재감’을 소중하게 느낄 수 있게 하는 것이 바로 ‘고스트’라고 하는 캐릭터 이상의 존재라 할 수 있다.

게다가 고스트의 압도적 존재감은, 단지 ‘저 너머에 있는 것’만으로 끝나지 않는다. 고스트는 유저와 같은 곳(데스크탑)에 있는 것뿐만 아니라, ‘같은 시간’을 보낼 수도 있기 때문이다. 즉, 고스트와 우리는 기본적으로 같은 시간 속에 있다는 말이다. 당연히 계절의 흐름 역시 같으며, 기념일 역시 우리와 같다(‘뭔가’가 개발된 환경 특성상 우리나라 고유 기념일은 알아주지 않지만). 그렇기에 우리는 ‘저 너머에 있는’ 것뿐만 아니라, ‘시간의 흐름’으로 고스트의 존재를 강하게 느낄 수 있다.
우리는 실제 세상에서 계절에 따라 옷차림을 바꾸기도 하고, 특별한 날이 되면 보통 때와는 다른 시간을 보내기도 한다. 또한 굳이 계절이나 기념일처럼 커다란 것만 보지 않아도, 밤이 되면 자고, 낮이 되면 산책을 즐기는 것처럼 ‘시간에 맞춰’ 행동하곤 한다. 실제로 흘러가는 시간을 소중하게 여기고 있기 때문이다.
고스트도 이러한 건 마찬가지다. 고스트들은 (물론 모두 그런 건 결코 아니지만)계절에 따라 알아서 옷차림을 바꾸기도 하고, 만약 계절에 알맞은 쉘(겉모습)을 따로 갖고있다면 그 모습으로 바꿨을 때 반응하기도 한다. 심지어 특별한 날(크리스마스나 발렌타인데이, 만우절, 한 해의 마지막 날 및 새해 첫날처럼)에도 반응하거나 알아서 옷차림을 바꾸는데, 고스트에 따라서는 기념일 전용 모드가 있어서 관련된 이야기를 하기도 하고, 새해가 되는 순간(즉, 1월 1일이 되는 순간)에 같이 있으면 반응해주는 경우도 있다. 여기서 더 나아가, 계절이나 기념일에 따라 만지거나 쓰다듬을 때 반응이 달라지는 고스트조차 존재한다.
게다가 특정 시간대(저녁처럼)에 만나는 걸 상정한 고스트도 있고, 밤이 되면 보통 사람처럼 잠드는 고스트도 있으며 시간대에 따라서는 특별한 일이 일어나는 고스트도 있다. 이뿐만이 아니라, 고스트들은 (이 역시 각기 다르지만)시간을 인식하고 있기에, 정각이 되면 ‘지금은 텔레비전 볼 시간’이나 ‘지금은 간식먹을 시간’처럼 그 시간에 맞게 반응한다. 게다가 하루가 지나갈 시점(오전 12시가 되는 순간) 역시, 거기에 맞는 반응을 해준다. 게다가 컴퓨터가 켜진 시간에 맞춰서 ‘지금 몇시간 지났다’는 걸 반응해주는 고스트도 있다. 즉, 우리는 고스트와 항상 같은 시간을 보낼 수 있는 것이다.
그렇기에 우리는 고스트와 있을 때, ‘같이 지금 이 순간을 보내는’ 느낌 및 ‘정말로 여기에 있는’ 느낌을 깊게 받을 수 있다. 실제로 자기가 겪는 시간을 고스트도 같이 겪고 있기에, 고스트가 ‘정말 살아있으며, 하루하루를 자기들 나름대로 보내고 있다는’ 느낌이 짙어지게 되는 것이다. 누군가 자기랑 같은 시간을 보낸단 걸 알고 있을 때, 우리는 그 사람한테 동질감을 갖게 된다. 고스트 역시 이러한 존재이기에, 우리는 ‘실제로는 나이를 먹지 않을’ 고스트 역시 실제 존재하는 사람처럼 ‘천천히 바뀌고’ 있단 걸 (착각이라 한들)느낄 수 있으며, 그런 고스트한테 감정이입할 수 있다.

게다가 고스트의 존재감 이야기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고스트는 (물론 상황에 따라 다르지만)여러 가지 쉘, 즉 겉모습을 지니고 있을 때가 많으며, 고스트의 대사가 나오는 말풍선 역시 100가지가 훨씬 넘는 종류들이 만들어져 왔다. 즉, 이러한 쉘이나 말풍선에 따라, 고스트의 이미지는 수없이 달라질 수 있다. 그리고 그 수없이 달라지는 이미지가, 고스트의 존재감, 그리고 ‘교류하는 느낌’을 크게 바꾼다.
이미 말한 대로, 고스트는 ‘자기 상상’, 즉 유저의 재해석이 다라고 할 수 있는 존재다. 고스트한테는 ‘배경그림’이 전혀 없으며, 교류형 게임으로 치면 똑바로 서있는 ‘포즈CG’에 가까운 존재, 즉 쉘만 지녔을 때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즉, 이미 주어진 정보인 겉모습을 뺀 나머지, 그러니까 ‘알려지지 않은 정보’는 모두 유저가 ‘자기 마음대로’ ‘자기 감정을 담아서’ ‘자기 입맛에 맞게’ 해석할 수 있다. 그리고 이렇게 ‘자기 멋대로 하는’ 상상이야말로, ‘뭔가’란 매체가 지닌 큰 매력 중 하나다.
특히 뭔가의 시스템에서 굉장히 중요한 요소인 ‘쉘’, 그리고 말풍선은 이러한 경향을 더 짙게 만든다. 그도 그럴 것이, 이러한 쉘이나 말풍선은 유저 맘대로 바꿀 수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물론 고스트마다 기본 쉘(마스터 쉘. 고스트를 처음 불렀을 때 나타나는 겉모습을 말한다) 및 (고스트에 따라서는)그 고스트한테 어울리는 전용 말풍선을 지녔을 때도 많이 있지만, 어쨌든 ‘꼭 그 모습 그대로’ 써야한다는 법은 어디에도 없다. 그렇기에 고스트는 ‘유저의 해석에 따라’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는 존재라 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이 고스트한테는 이 쉘이 어울린다’고 하면 그 쉘로 죽 지낼 수도 있고, ‘이 계절엔 이 쉘’이란 게 있으면 그 계절에 그 쉘로 하면 되는 것이다. 또한 ‘이 모습엔 이 말풍선’이란 게 있으면 그렇게 설정하면 되고, ‘이 모습에 맞는 말풍선이 필요한데 안 보인다’란 게 있으면 찾아보거나 직접 플러그인으로 만들면 된다. 이렇게 ‘자기 멋대로’ 고스트의 이미지를 만드는 것만으로도, 우리는 어쩐지 고스트의 존재감이 좀 더 특별해졌단 느낌을 받을 수 있다.
게다가 몇몇 고스트는 (추가쉘이나 마스터쉘로)’옷 갈아입히기’ 기능이 있어서, 말 그대로 머리부터 발끝까지 여러 가지 옷차림으로 갈아입힐 수도 있다. 물론 쉘에 따라 ‘어디까지’ 자유롭게 할 수 있는지는 다르지만, 만약 굉장히 잘 지원하고 있는 고스트라면 머리모양은 물론 속옷까지 참으로 폭넓은 곳을 유저 마음대로 바꿀 수 있다. 이렇게 겉모습이 바뀌면 고스트의 색다른 모습을 볼 수 있다는 매력도 있지만, 그 이상으로 ‘상상 속 인물의 겉모습을 자기 맘대로 할 수 있다’는 게 굉장히 재밌다는 장점이 있다. 다른 매체에서 ‘우리 멋대로 상상 속 인물들의 겉모습을 바꾸는’ 건 불가능에 가깝기 때문이다. 하지만 ‘뭔가’에서는, 굳이 다른 이가 만들어주기를 기대하지 않아도 우리 맘대로 상상 속 인물들의 겉모습을 자유롭게 만져볼 수 있다. 이렇게 ‘남의 상상을 자기 멋대로 받아들일 수 있다’, 그리고 ‘우리가 남의 상상에 직접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건, ‘뭔가’가 다른 매체들보다 더 뛰어난 곳 중 하나다.


 

    고스트한테 맞는 말풍선을 직접 만들 수 있는 플러그인. 색깔만 바꿔도 여러 고스트들한테 맞는 말풍선을 쉽게 만들 수 있다. 게다가 이걸 바탕으로 해서 더 복잡한 말풍선을 만들어 배포할 수도 있다(실제로 이렇게 만들어진 말풍선이 여럿 있다).

(스크린샷을 누르면 소개 페이지로 바로 갈 수 있다)


기본 쉘(마스터쉘)이 굉장히 단순한 모양이라서, 쉘에 따라 이미지가 크게 바뀌는 고스트. 실제로 사이트에 가보면 이 마스터쉘에서 영향을 받은 쉘은 물론, 여러 모로 이미지가 다른 쉘까지 폭넓은 쉘들을 얻을 수 있다(고스트 역시 직접 이러한 쉘을 소개하고 있다).
한 고스트가 사람에 따라 얼마나 다른 방법으로 인식되는지를 알 수 있는 재미난 고스트. 실제로 쉘을 이것저것 넣어보면 한 인물을 이렇게 다양하게 해석할 수 있단 사실이 놀라울 정도다(그리고 유저 역시 고스트의 새로운 모습을 깨닫고 아끼게 된다). 혹시 이 고스트를 모르는 사람이라면, 이 스크린샷만으로 ‘어떤 인물일지’를 자유롭게 상상하는 것도 재미있을 것이다.
이렇게 한 명의 캐릭터를 ‘자기 마음대로’ 자유롭게 상상할 수 있다는 것도, ‘뭔가’가 지닌 큰 장점 중 하나다.


  이렇게 하는 것만으로도 우리는 ‘자기 해석에 따라’ 좀 더 존재감이 강한 고스트와의 교류를 즐길 수 있지만, 사람에 따라서는 그것보다 좀 더 나아가 ‘고집’을 부릴 때도 있다. 예를 들어 바탕화면을 고스트(의 겉모습)에 맞게 바꾸기도 하고, 만나는 시간대를 고집하거나 만나는 방법을 바꿀 때도 있다. 당연히 사람에 따라서 오랫동안 같이 있는(‘세우는’) 고스트도 다르고, 설치한 고스트의 양 및 경향 역시 다르며, 그 고스트와 ‘거치는 과정’ 역시 다르다(즉, 고스트를 마구 때리는 유저도 있고, 오히려 애정을 듬뿍담아 대하는 유저도 있다는 뜻이다. 물론 같은 유저라도 고스트에 따라 다른 방법으로 대할 때가 있다).
이걸 보면 알겠지만, ‘고스트를 대하는 방법’, 그리고 ‘고스트를 즐기는 방법’은 유저에 따라 천차만별이고, 당연히 정답같은 건 전혀 없다. 즉, 고스트는 사람에 따라 즐기는 방법은 물론, 느낄 수 있는 즐거움조차 각기 다르다는 말이다. 여기에 낫고 못한 건 있을 수 없으며, 그게 나은지 어떤지는 ‘고스트를 즐기는 유저’가 알아서 판단할 일이다. 그리고 그 ‘즐길 수 있는 자유가 넓은’ 것이야말로, 뭔가가 지닌 큰 장점 중 하나라 할 수 있다.
다른 매체와 달리, ‘뭔가’는 할 수 있는 일도, 그리고 즐길 수 있는 방법 역시 깊고 넓어서 처음 만지는 사람 입장에선 여러 모로 당황하기 쉽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지레 겁먹을 건 전혀 없다. 위에서 말한 수많은 방법 중, ‘가장 재밌어보이는’ 걸 먼저 해보도록 하자. 고스트 역시 유저가 천천히 뭔가 해보려고 하면, 기꺼이 거기에 따라줄 것이다. ‘교류’란, 그렇게 시행착오를 번갈아가며 천천히 이뤄지는 것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