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고 : 이 글은 ‘관계&교류의 매력’ 시리즈 중 하나입니다.
3-2. 교류형 게임으로 알아보는 관계*교류 – ‘교류’ 및 ‘관계’에 집중하기 편하게 디자인된 구조
교류형 게임이 ‘교류형’이라 일컬어질 수 있는 까닭으로, 그 ‘교류에 특화된’ 특유의 인터페이스를 들 수 있다. 즉, 마치 누군가와 교류하는 듯한 느낌이 들도록 화면이 이뤄져있는 것이다. 그렇기에 우리는 화면 너머에 있는 상상 속 인물들과 ‘교류’하는 느낌을 받을 수 있게 된다. 또한 이런 인터페이스가 있기에, 우리는 상상 속 인물들과의 ‘관계’를 좀 더 또렷하게 느낄 수 있다.
뒤에서도 다시 말하겠지만, 교류형 게임은 기본적으로 ‘주인공의 시야’를 시뮬레이트하는 데 촛점을 맞추고 있다. 예를 들어 배경이 있고, 등장인물의 포즈CG가 있고(주인공의 포즈CG가 없고), 상황에 따라 그 표정이나 자세가 바뀌고, 때에 맞는 음악이며 효과음이 흘러나오는 연출들은 모두가 ‘시야 시뮬레이터’를 전제로 한 것이다. 즉, 교류형 게임은 절대다수가 ‘주인공의 1인칭 시점’으로 되어있으며, 3인칭 시점이 들어간 작품이라 할지라도 그걸 ‘항상’ 쓰는 게임은 많이 드물다. 우리가 교류형 게임을 플레이하면서 묘한 현실감을 느끼는 것도 다 이것 때문이다. 실제로 우리가 ‘느끼는’ 1인칭 시야를 그대로 시뮬레이트(재현)하고 있으니, 당연히 사람 입장에선 현실감있게 보일 수밖에 없는 것이다.
교류형 게임에서 가장 흔하게 볼 수 있는 디자인. 위에서 말한 대로 ‘주인공의 시야 및 시선에 맞춰’ 모든 연출이 이뤄져있으며, 대사는 아래에 나온다. 헤로인 역시 주인공(플레이어)을 보며 이야기하기에, 여러 모로 ‘현실감’을 느끼며 상상 속 인물과 교류할 수 있게 되어있다.
이 역시 작품 속에 있는 주인공의 시점을 재현하고 있어서 얻을 수 있는 효과 중 하나다. 이러한 시점처리 특성상 상상 속 인물들은 주인공, 즉 우리의 ‘눈’을 보면서 얘기하게 되는데, 이렇게 눈을 마주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우리는 현실감을 느낄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사실 이러한 까닭으로 우리는 같은 상상 속 인물인 주인공한테도 감정이입할 수 있게 되지만, 여기에 관해선 뒤에 다시 말하기로 하겠다.
특히 요즘 나오는 교류형 게임들은 이렇게 ‘주인공 시야 시뮬레이터’에 가까운 연출을 자주 쓰고 있다. 예를 들어 포즈CG로 상상 속 인물들의 거리(원근감)를 나타내거나, 하늘이 흘러가는 연출, 그리고 등장인물들의 뒷모습을 포즈CG로 보여주는 연출이 그러하다. 이러한 연출들은 앞서 말했듯, 플레이어, 즉 우리가 화면 너머 상상 속 세상을 현실처럼 ‘착각’하게 하는 데 큰 역할을 한다. 이와 같은 착각이 있기에, 우리는 상상 속 인물들한테 깊이 감정이입할 수 있다.
이것이 바로 교류형 게임이 다른 매체 및 장르와 달리, ‘지금 누군가와 교류하고 있다’나 ‘지금 누군가와 관계를 맺고 있다’는 사실을 더 강하게 느낄 수 있게 하는 까닭이다. 그래서 교류형 게임을 ‘교류에 특화된’ 게임이라 할 수 있는 것이다.
이렇게 교류를 돋보이게 하기 위해, 교류형 게임에선 다른 ‘보편성이 있는 게임요소’가 많이 억눌러질 때가 많다. 그렇게 해야 쓸데없는 것들이 사라져 교류가 더 또렷해지기 때문이다. 물론 어울리는 다른 게임요소를 넣어도 문제는 없지만, 만약 전혀 안 어울리거나 방해만 되는 요소를 넣는다면 교류형 게임 입장에선 오히려 역효과가 날 수밖에 없다.
즉, ‘화면 아래에 대사창이 있으며, 그 위엔 등장인물들의 포즈CG가 있어서 집중하기 편한’ 교류형 게임 특유의 인터페이스는 상상 속 인물들과의 ‘교류 및 관계’를 최대로 끌어올리기 위해 만들어진 이상적 디자인이라는 것이다. 물론 이것만이 가장 좋은 해답이라 말할 수는 없으며, 실제로 교류형 게임 중엔 ‘다른’ 디자인을 마련한 작품도 여럿 있다. 하지만 어쨌든 이러한 ‘최적의 답’, 즉 기본 디자인이 있기에 응용도 할 수 있는 법이다. 그렇다고 이러한 ‘시도’가 쓸데없단 건 결코 아니다. 어디까지나 ‘기본이 제대로 된’ 상태에서 이런 연출을 적재적소에 쓰는 것이 중요하다는 말이다.
어쨌든 이러한 까닭이 있기에, 교류형 게임은 ‘매체에 가장 잘 맞는 디자인’으로 이뤄졌다 말할 수 있다. 언뜻보면 게임성도 무엇도 없어보이지만, 사실 이 ‘시뮬레이트’라는 대목만으로 보면 교류형 게임만큼 ‘게임스러운’ 매체는 그다지 많지 않다. 교류형 게임의 ‘게임성’은 슈팅이나 FPS같은 다른 장르와 달리, ‘ 상상 속 인물과 교류하며 관계를 맺는’ 것이니까. 그 자체로 교류형 게임은 이미 충분히 ‘게임성’을 지니고 있는 것이다.
그렇기에, 교류형 게임에서 ‘교류 및 관계’와 상관없는 게임성은 작품을 돋보이게 하는 것 및 작품 속 인물들과의 교류&관계를 만들어나가는 목적이라도 없는 이상 결국 사족일 따름이다. 교류형 게임의 매력은 그러한 ‘다른 매체에 어울리는’ 게임성이 아니라, 어디까지나 등장인물들과의 ‘현실처럼 느껴지는’ 관계 및 교류에 있기 때문이다. 교류 및 관계맺기에 관해서라면 다른 매체가 결코 따라올 수 없을 만큼 ‘궁극의 현실감’을 지닌 그 단순한 디자인이야말로, 교류형 게임이 ‘교류형’이라 일컬어질 수 있는 까닭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