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고 : 이 글은 ‘관계&교류의 매력’ 시리즈 중 하나입니다.
4-3. ‘뭔가’로 알아보는 관계*교류 – ‘두 명, 혹은 그 이상’이 기본인 고스트 – ‘관계’의 구현
이미 ‘뭔가’를 오래 전 만나본 사람이라면 알겠지만, 고스트는 대개 두 명, 즉 메인캐릭터와 서브캐릭터로 구성되어 있다. 물론 요즘엔 단독으로 이뤄진 솔로고스트가 있기도 하고, 아예 ‘사람이 아닌’ 무기물계 고스트도 있으며 모드 및 여러 방법으로 세 명 이상의 캐릭터로 이뤄진 고스트도 있지만(개중엔 정말 세 명 이상이 한꺼번에 데스크탑으로 나오기도 한다), 아무래도 ‘고스트’라 하면 두 명의 캐릭터로 이뤄지는 게 대부분이다. 이런 구조를 지니고 있기에, ‘뭔가’에서는 손쉽게 캐릭터 사이의 ‘관계’를 보여줄 수 있다. 그뿐만 아니라, 이러한 ‘메인+서브’ 구성은 메인캐릭터의 매력을 더 돋보이게 해, 교류하는 즐거움을 한층 더해준다.
‘뭔가’가 맨 처음 태어난 2000년도부터, 고스트는 메인캐릭터 및 서브캐릭터 두 명으로 이뤄져있었다(단, ‘처음부터’ 그랬던 건 아니고, 조금 시간이 지난 뒤부터 서브캐릭터가 새로 들어가게 됐다). 이 뒤, 고스트는 죽 ‘메인+서브’라는 구조로 만들어졌으며, 이러한 방향성은 2015년 지금도 어느 정도 유지되고 있다. 하지만 고스트가 오랫동안 만들어지다 보니, 지금은 이 ‘캐릭터 두 명’의 구성뿐만 아니라 캐릭터 한 명이 단독으로 나타나는 솔로고스트, 그리고 세 명 이상의 캐릭터가 있어 모드를 바꿔 자유롭게 콤비를 짤 수 있게 되어있는 고스트까지 여러 가지 방향성을 지닌 고스트들이 나타나고 있다. 개중에는 정말로 세 명 이상이 한꺼번에 데스크탑에 나타나, 여러모로 정신없는(?) 이야기를 주고받는 고스트들도 있다.
이렇게 ‘두 명 이상의 캐릭터가 한꺼번에 나와 잡담한다’는 건, 다른 데스크탑 마스코트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점이다. 아마 다른 데스크탑 마스코트를 써 봤다면 알겠지만, 대개 데스크탑 마스코트엔 한 명의 캐릭터만이 있고, 아무리 여러 명 이상 들어가있는 프로그램이라 한들 한 번에 띄울 수 있는 캐릭터 수는 결국 한 명뿐이다. 몇몇 ‘두 명 이상을 같이’ 띄울 수 있는 프로그램이라 한들, 그 캐릭터들은 서로 이야기를 주고받지 않는다. 즉, 눈요기 이상의 ‘관계’가 만들어지지 못하는 것이다. 하지만 ‘뭔가’에서는 대개 두 명의 캐릭터들이 나타나며, 이 둘이 잡담하면서 자기들만의 ‘관계’를 만들어나간다. 다른 데스크탑 마스코트와 ‘뭔가’가 크게 다른 점 중 하나가 바로 여기에 있다.
<아래> 고스트에 따라서는 이렇게 ‘한 번에 세 명 이상’이 나타나, 여러모로 정신없는 이야기를 들려줄 때도 있다. 이러한 고스트는 공간을 많이 잡아먹는 대신, 구경하고 있으면 무척 즐겁다는 장점이 있다. 또한 화면 너머에 있는 ‘고스트들의 인간관계’를 곧바로 느낄 수 있기에, 정말 고스트들이 자기 나름대로 저 너머에서 즐겁게 지내고 있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다.
고스트는 ‘우리가 끼어들어도’ 즐겁지만, 끼어들지 않고 ‘가만히 구경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재밌는 매체다. ‘뭔가’는 기본적으로 캐릭터 두 명이 일정 간격을 두고 자기들 멋대로 잡담하는 매체이기 때문이다. ‘뭔가’는 유저와 캐릭터와의 관계 역시 흥미롭지만, 이렇게 ‘상상 속 인물과 상상 속 인물’, 즉 캐릭터와 캐릭터 사이의 관계 역시 마음껏 즐길 수 있는 재미난 매체다. 이러한 까닭 덕분에, 우리는 아무리 바쁜 일이 있다 하더라도 부담없이 고스트들 사이에서 일어나는 대화(그리고 관계)를 즐길 수 있다.
모두 잘 알고 있듯, 사람은 혼자서만 살 수 있는 게 아니다. 물론 상황에 따라선 인적이 무척 드문 곳에서 혼자 지내는 경우도 있겠지만(실제로 이런 고스트도 여럿 있다), 대다수의 사람들은 ‘다른 사람들’이 있는 세상에서 같이 부대끼며, 서로 관계를 맺고 자란다. 고스트들 역시 이와 같다. ‘그 캐릭터를 알고있는 다른 사람들’이 곁에 있기에, 그 캐릭터는 ‘현실감 넘치게’ 보이는 것이다.
이러한 캐릭터들 사이의 관계는 (백가지가 넘는 랜덤토크 패턴을 보면 알 수 있듯)매우 굳으며, ‘만들어진’ 느낌이 전혀 들지 않는다(물론 사람에 따라 다르겠지만). 그렇기에 우리는 화면 너머에서 우리의 관여없이 이뤄지는 대화를 보며, ‘정말 고스트들이 저 너머에서 살아있는 듯한’ 느낌을 받을 수 있다. ‘화면 너머 캐릭터들이 자기들 나름의 인간관계를 이루고 있다’는 건, 고스트의 현실감과도 깊은 관계를 맺고있는 것이니 말이다.또한, 이렇게 ‘콤비’로 이뤄진 고스트는 메인캐릭터의 묘사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 이미 말했듯, 고스트는 대개 ‘여성(남성)’으로 된 ‘메인캐릭터’와, 동물 및 수상쩍은 생물(?)로 된 ‘서브캐릭터’로 이뤄져있다. 언뜻 보면 굉장히 희한한 구성이라 생각할 수도 있지만, 사실 이 구성은 ‘메인캐릭터’를 돋보이게 하는 데 무척 뛰어난 방법 중 하나다. 즉, 서브캐릭터가 있기에 메인캐릭터의 존재감, 그리고 매력이 또렷해지는 것이다.
그 까닭 중 하나로, 일단 ‘캐릭터가 두 명, 그것도 한 명만 인간형태’란 걸 들 수 있다. 데스크탑에 있는 캐릭터 둘 중 하나는 정체불명 생물이기에, ‘유일한 사람’인 메인캐릭터가 돋보일 수밖에 없는 것이다. 하지만 서브캐릭터의 장점은 이것뿐만이 아니다. 이 서브캐릭터는, 메인캐릭터한테 깊이를 더하는 역할도 하기 때문이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달란 메인캐릭터 한 명만 있다면 ‘이 캐릭터가 어떤 인물인지’를 쉽게 알기 어려울 것이다. 하지만 만약 상대방, 즉 서브캐릭터가 있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이 서브캐릭터는 단순히 메인캐릭터와 관계를 맺는 것뿐만 아니라, ‘메인캐릭터를 상상하게 하는’ 중요한 데이터로서도 쓰이기 때문이다. 서브캐릭터가 있기에, 우리는 메인캐릭터를 보다 깊게 ‘상상’할 수 있게 된다. 즉, 서브캐릭터는 메인캐릭터의 ‘배경’을 좀 더 두텁게 하고 있다는 것이다.
사실, ‘뭔가’에서 각 캐릭터의 배경은 꼼꼼하게 설정되어있지 않을 때가 많은 편이다. 요즘엔 오히려 이러한 경우가 드물긴 하지만, 옛날, ‘뭔가’가 인기를 끌던 초중반까지만 해도 오히려 대세인 건 ‘꼼꼼하지 않은 배경’을 지닌 메인캐릭터였다. 그렇기에, ‘저 고스트는 지금까지 어떻게 살았을까’나, ‘어떤 사정이 있을까’는 개개인의 상상에 맡겨진 거나 다름없었다. 이 ‘상상’, 즉 빈칸을 메워줄 수 있도록 도와주는 존재가, ‘사람이 아닌 존재’인 서브캐릭터였다. 사람이 아닌 건 둘째치고, ‘현실에서 절대 볼 수 없는’ 희한한 존재가 사람말을 하며 메인캐릭터와 관계를 맺는 건 여러 모로 우리의 상상력을 자극하기 때문이다.이렇게 ‘캐릭터와 캐릭터가 서로 깊은 관계를 맺으며 발전하는 상상’은, ‘뭔가’를 상징하는 커다란 요소 중 하나다. 즉, ‘뭔가’는 캐릭터와 캐릭터, 캐릭터와 유저라는 관계를 꼼꼼하게 묘사하는 매체란 뜻이다.
다른 이야기 매체에서 주인공과 등장인물이 깊게 관계를 맺는 대목을 ‘오랫동안 같이 지내며 가까워졌다’는 한 글귀로 얘기하고 넘길 때가 있는데, ‘뭔가’에서 그렇게 해버리면 아무 재미도 없어지고 만다. ‘뭔가’는 또렷한 줄거리 없이, 고스트들의 행동으로 상상이 이뤄지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뭔가’에서는 ‘등장인물들이 관계를 맺으며 가까워지는’ 것이 ‘고스트 대 고스트’ 및 ‘고스트 대 유저’로 꼼꼼하게 나타나있다. 그냥 말로만 ‘가까워졌다’라 하고 넘어가는 게 아니라, ‘어떻게 가까워지는지’, ‘어떻게 관계를 맺는지’, 그리고 ‘어떻게 교류하는지’가 ‘등장인물들의 대화 및 행동’만으로 이야기되어지는 것이다.
등장인물(고스트)이 무척 자연스럽게 움직이기에, 우리는 ‘관계를 설명하고 있다’는 ‘만들어진’ 느낌을 안 받아도 편하게 상상을 즐길 수 있게 된다. 그래서 우리는 작품 속 인물들한테 보다 감정이입할 수 있으며, ‘상상 속 인물들이 저 너머에 있다’는 걸 또렷하게 느낄 수 있다. 무엇보다 ‘상상 속 인물들의 묘사’를 깊고 넓게 볼 수 있다는 건, 이러한 방법을 쓰는 ‘뭔가’한테 큰 장점이 된다. 상상의 재미 중 하나는 역시 ‘화학반응한 인간관계’를 맛보는 것이라 할 수 있기 때문이다.이렇게 ‘둘 이상의 캐릭터로 이뤄졌다’는 특징은, ‘뭔가’에서 이뤄지는 관계 및 교류를 더 도드라지게 한다. 우리는 한 번에 둘, 혹은 세 명 이상의 캐릭터와 교류할 수 있으며, 그 중 한 명을 골라 더 깊은 관계를 맺을 수도 있게 되는 것이다(물론 고스트에 따라 차이는 있다). 게다가 ‘고스트를 이루는 캐릭터들의 관계’를, 번거로운 동작 하나없이 편하게 모니터에서 구경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뭔가’는 그야말로, ‘관계로 시작해서 관계로 끝나는’ 최고의 ‘관계&교류’ 툴인 셈이다.
우리는 고스트와 유저와의 교류 및 관계만을 즐기는 게 아니라, 저 너머에 있는 캐릭터들 사이, 즉 캐릭터와 캐릭터들이 서로 교류하며 관계를 맺는 것 역시 ‘뭔가’에서 마음껏 즐길 수 있다. 즉, ‘뭔가’는 교류로 시작해서 교류로 끝나는 ‘교류가 매력포인트’인 특수한 매체라는 말이다. 게다가 이러한 교류에 부담을 가질 필요는 전혀 없다. 우리가 굳이 관여하지 않아도, 고스트들은 때가 되면 자기들끼리 얘기하니까. 끼어들어도 재밌고 구경해도 재밌는, ‘자유롭게’ 상상을 즐길 수 있게 되어있는 매체가 바로 ‘뭔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