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반전은 재미있을까 – 상상에서 가장 중요한 것 중 하나인 ‘인식의 비틀림’ 때문

오늘은 상상과 현실, 캐릭터와 사람을 말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요소, ‘인식의 비틀림’에 관해 말할까 한다. 이 ‘인식의 비틀림’은 별 게 아닌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상상의 중심에 있다 해도 틀리지 않을 만큼 흥미진진한 요소다. 우리가 좋아하는 반전이나 등장인물의 갭 역시 이러한 ‘인식의 비틀림’으로 이뤄져있기 때문이다.

왜 ‘인식이 비틀리는’ 것이 상상의 핵심인가

우리는 항상, 자기가 믿어왔던 사실이나 인식이 ‘비틀릴’ 때, 즉 색다른 느낌을 받게 될 때 굉장히 흥미로워하게 된다. 예를 들어 고정관념이나 편견이 그러한데, 이러한 것들은 우리가 살면서 어쩔 수 없이 갖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이런 자기의 ‘인식’이 깨질 때, 우리는 큰 충격을 받는다. 자기가 갖고있던 인식은 이렇게 한계가 있었단 말인가, 란 식으로.

이러한 ‘인식의 비틀림’은, 상상을 말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중요한 요소다. 결국 모든 상상의 바탕엔 이러한 ‘인식의 비틀림’이 있기 때문이다. 사실 상상은 이렇게 우리가 지닌 고정관념 및 편견을 깨부수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다. 이런 고정관념에서 벗어난 걸 생각하다가 우리는 ‘상상’하게 되고, 그 상상이 다른 이들의 고정관념 및 편견에 영향을 주니까.

‘반전’과 ‘갭’의 공통점 – ‘인식을 비트는’ 것은 둘 다 같다

이런 식으로 우리한테 항상 ‘그런 식으로 생각할 수도 있구나’라는 신선함을 주기에, 상상은 항상 많은 이들한테 매력있게 다가오는 것이다. 이걸 가장 잘 쓰고 있는 게 반전, 그리고 ‘갭’이라는 요소다.

먼저 반전은 알고 있다시피, ‘우리가 갖고 있던 선입견’이나 ‘착각’을 바탕으로 접하는 사람들을 속이는 기법을 말한다. 즉, 선입견이나 착각이라는 ‘인식’, 즉 고정관념 및 편견이 벗겨지기 때문에 재밌는 수단이란 말이다.

예를 들어, 지금까지 우리 편이라 생각한 사람이 뒤에 배신하는 반전이 있다고 치자. 여기서 우리는 ‘이 사람이 우리 편’이란 인식을 갖고 있지만, 뒤에 가서 이 인식은 크게 뒤틀리고 만다. 즉, ‘인식의 비틀림’을 살리고 있다 할 수 있다. 만약 우리가 ‘이 사람은 우리 편’이라 깊게 믿으면 믿을수록, 그러한 ‘인식의 비틀림’이 주는 충격은 더해진다.

모든 반전은 항상 우리가 자기 멋대로 그렇다 믿는 ‘상식’을 비틀고 있으며, 그렇기 때문에 재미있다. 혹시 반전이 있는 상상을 다시 되짚어보면, 모든 반전은 ‘상식’을 비트는 걸 기본으로 한다는 걸 알 수 있을 것이다.

물론, ‘갭’, 즉 등장인물 설정에서 일어나는 ‘뒤틀림’도 이와 같다. 사실 우리가 등장인물 설정에서 갭을 느끼는 건, 그 인물한테 처음 가졌던 인식이 ‘뒤틀리는’ 걸 느끼기 때문이다. 즉, 우리가 아무렇지 않게 느끼고 있던 고정관념이 비틀리는 걸 느끼게 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아무리 봐도 힘이 세보이지 않는 보통 여자애가 있다고 치자. 이왕하는 거 몸집이 작고 마른 편이라면 더욱 그러할 것이다. 이 여자애가 자기보다 크기가 훨씬 큰 칼같은 걸 머리 위로 들고 있다고 생각해보자.

여기에서 우린 저절로 ‘갭’을 느끼게 될 것이다. ‘약해보이는 보통 여자애’라는 인식이 비틀렸기 때문이다. 즉, 이 여자애한테 우리가 흥미를 느끼는 까닭은 ‘인식이 비틀려서’라 말할 수 있다. 물론 상상을 많이 만나다보면 이런 ‘인식’도 점차 바뀌게 되지만, 그래도 처음 이런 상상을 만난다면 그렇다 말할 수는 없을 것이다.

이런 점에서 보면, 반전과 갭은 서로 비슷한 기법이란 사실을 알 수 있다. 그저 ‘무엇을 언제’ 비트느냐에 차이가 있을 뿐이다.

‘사람이 캐릭터가 되는 순간’ = 인식이 비틀리는 순간

여기까지 보면 알겠지만, ‘사람이 캐릭터가 되는 순간’ 역시 이 인식의 비틀림을 바탕으로 한다. 즉, 여기서 말하는 인식의 비틀림이란 ‘보통 이들이 하지 않는 행동 및 모습’이라는 말이다. 만약 그 인물이 다른 이들과 분간할 수 없는 행동을 하면, 그 인물은 아직 ‘사람’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그 인물이 다른 이들과 또렷하게 분간되는, ‘보통 이라면 하지 않을 행동’을 한다면 그것은 ‘캐릭터’라 할 수 있는 것이다.

위에 적은 ‘사람이 캐릭터가 되는 순간’엔 예외 및 변칙에 가까운 경우 역시 존재하지만, 기본은 이러하다 할 수 있다. 다시 말하자면, 상상은 결국 ‘인식을 비트는’ 것일 뿐이다. 하늘에 돌고래가 떠다니든, 여자애가 커다란 무기를 들고 날뛰든, 기본은 여기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이 다음에는 이러한 ‘인식을 비트는’ 것에 관해 좀 더 깊게 말해보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