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리루에스라고 합니다. CROSS X POINT(앞으로 CP라 함)의 1권 분량을 읽어주셔서 대단히 고맙습니다. 전 퇴고를 하면서 대체 언제 끝났다고 말하면 좋을지 생각하고 있었네요. 이 작품은 지금껏 해왔던 거랑 좀 많이 달라서…
두 달 전쯤 ‘어쩐지 재밌게 느껴진다’란 생각도 들고, 뭔가 마무리된 작업물을 올려야겠단 생각에 시작한 작품이 이사까지 겹쳐서 참 드라마틱하게 끝났단 생각을 합니다. 일단 죽 이어쓸 수 있는 작품이지만 당분간 건들 생각은 없습니다. 여기에 관해선 뒤에 더 자세히…
일단 믿어주실지 어떨지는 모르지만 이 작품을 왜 했는지부터 말하고 넘어가려 합니다. 만든 사람인 저도 왜 여기까지 왔는지 잘 모르겠거든요.
맨 처음에 생각했던 건, 요즘 자꾸만 게임(을 하는) 작품이 당겨서 이것저것 보고 있다가, 자기가 좋아하는 모바일게임으로 뭘 좀 할 수 없을까란 거였습니다. 괜찮은 게 안 떠올라서 무의식 속에 던져놓고 있다가 지난 2월 갑자기 모바일게임하고 가장 안 맞는 곳이 병원이니 거기서 헤로인과 주인공이 게임을 하는 평온한 작품은 어떨까, 란 생각이 들어서 작품을 제대로 시작하게 됐어요. 네칸만화만큼이나 편하게 볼 수 있는 작품이었는데 정신을 차리니 모 영화, 또 정신을 차리니 모 고전명작, 또 정신을 차리니 모 작품과 비슷해지고 있더라구요. 저도 이렇게 격한 경험은 처음이었습니다.
이젠 그 때도 엄청 옛날 일처럼 느껴지네요. 가장 크게 뭔가 잘못됐던(?) 건 옛날에 떠올리고선 결국 작품으로 만들지 못한 상황을 이 작품에 반영한 거 같습니다. 원래 생각하던 거보다 이 작품에 더 어울리는 상황이긴 한데 저도 생각지 못한 데로 작품이 마구 나아가서 죽는 줄 알았네요. 그래도 이런 식으로 어떻게든 마무리는 했지만요.
농담이 아니라 정말, 조금 특이한 환경에 놓인 주인공이 여자애랑 모바일게임을 하는 작품이 왜 여기까지 왔는지 저도 모르겠지만, 이건 이거대로 재밌기 때문에 그냥 내버려두려 합니다. 결국 주인공은 여자애랑 같이 병실에서 게임을 하니까요. 그 뒷사정이 처음 생각보다 더 커지긴 했지만…
아무튼 이렇게 해서 평범할 터였던 게임(을 소재로 한)소설이 아주 엉뚱한 데로 가버렸네요. 이걸 구성도 없이 그냥 쓰느라 죽는 줄 알았지만, 다음부터는 구성을 해서 든든한 채로 시작하려 합니다. 저도 좀 편하게 작품을 하고 싶거든요. 이번만큼 격하게 가면 저도 힘들고…
이렇게 전혀 평범하지 않은 게임소설이 만들어진 계기는 말했으니, 앞으로는 이 작품에서 하려던 목적이나 뭐 그런 것도 말해보려 합니다. 자세한 건 지은이의 말과 달리 쓰는 ‘CxP에서의 시도’란 글에서 자세히 말하겠지만, 가장 중요한 건 여기서 말하는 게 나으니까요.
사실 작품이 이렇게 커지기 전엔 그냥 게임을 소재로 한 작품을 하자는 목표밖에 없었던 거같긴 하지만…지금 기준으로 말하자면, ‘게임’ 그 자체를 소재로 한 작품을 무지 하고 싶었습니다. 그러니까 실제 게임뿐만 아니라 개념, 구조로서의 게임을 같이 말하고 싶었어요. 그런 식으로 하고싶은 말을 1권 분량(300kb 안팎)에서 될 수 있는 대로 다 하는 게 이 작품의 목표었습니다.
지금 하는 다른 작품인 붉은 밤 언리미티드(앞으로 붉은 밤이라 함)가 5권 분량까지 다 되어야 속이 시원해지는 구조(물론 1권 분량에서도 하고싶은 건 될수있는 대로 다 했지만)라서, 다 끝나기 전까진 감상을 말하기 어렵다는 단점이 있었습니다. 아무튼 1권으로 끝나는 작품은 아니니까요. 지금껏 lirues lab.에서 한 작품 중 감상을 받은 작품은 없지만, 아무튼 자기가 생각할 때 지금 시점에서 뭐라 말하기 어려운 작품만 사이트에 있는 것도 그렇단 생각에 ‘처음부터’ 1권 분량까지만 봐도 감상을 대충 말할 수 있는 작품을 하려 했습니다. 쉽게 말하자면 공모전에 낼 수 있는 작품이라 할 수 있겠네요. 하지만 이 역시 그대로라 말하긴 좀 어렵습니다.
이건 예전부터 생각하던 거였지만, 공모전에 낼 수 있는 작품이란 건 여러 모로 한계가 있습니다. 개중에서도 가장 골치아픈 게 ‘속편을 의식하면 안 된다’라는 거였습니다. 아주 불가능한 건 아니지만, 처음부터 속편을 전제로 한 작품은 공모전하고 안 맞죠. 아마 응모해본 분들이라면 다 아리라 생각하니 이 이야기는 여기서 줄이고…
하지만 공모전 수상작들을 보면서 제가 자주 한 생각은, ‘속편과 안 맞는 작품한테 억지로 속편을 만들어서 생기는 단점이 너무 크다’는 거였습니다. 사실 공모전이란 개념만 보고 말하자면 속편을 안 생각한 작품이 느는 게 당연한데, 오히려 그런 점이 ‘작품’ 자체의 발목을 잡는단 생각을 많이 했습니다. 원래 구성(줄거리뿐만이 아닌, 작품의 모든 요소)이 깔끔한 걸 좋아하는 사람이라서, 그런 작품을 볼 때마다 ‘이 작품은 이렇게 깨끗하게 끝났는데 왜 속권을 내는 거지’란 생각을 무척 했습니다. 아무리 좋아하는 작품이라도 그런 상황일 땐 뒷권을 안 샀구요(다른 까닭도 있지만). 그런 모순점을 해결하는 것, 즉 1권만으로도 감상을 말할 수 있을 만큼 마무리되어있되 ‘속권이 나와도 이상하지 않은’ 작품을 하는 게 CxP의 목적이었습니다. 이런 작품은 당연히 공모전에 내놓으면 모험밖에 안 되므로 자기 사이트 안에서 한 거구요.
이걸 하려던 게 이 작품 목적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제 나름대로 결과를 내서 기분은 좋습니다. 하고싶은 말이 더 없는 건 아니지만, 적어도 ‘이 소재로’ 하려던 건 이미 다 말한 거 같네요. 물론 이어쓸 생각도 있습니다. 중요한 문제는 전혀 해결되지 않았으니, 앞으로는 제가 사랑해 마지않는 현대판타지 쪽으로…다음 권(으로 치는 분량) 부제는 ‘현대신화의 유산’같은 걸로 할까 생각 중입니다. 당분간 잡진 못하겠지만요.
사실 아직 제가 사랑해 마지않는 모바일게임도 다 다루지 못해서, 일단 올해 여러 모로 도움이 된 모 작품만 다뤄봤습니다. 만약 뒷권을 쓸 일이 있다면 좋아하는 게임을 잔뜩 다루고 싶네요. 아는 사람만 아는 식으로…물론 그 전에 패드가 있어야 하겠지만요. 패드 없이 속권분량 쓸 일은 없을 것이므로(?) 만약 이어서 보고싶은 분은 최신 아이패드 하나 기증해주시면 고맙겠습니다. 용량 많은 걸로…는 물론 그냥 하는 말이지만요.
그 밖에도 쓰다보니 다른 목적이 새롭게 나타났는데…이건 아마 읽고있는 분들하곤 전혀 상관없는 이야기입니다. 저 혼자한테만 의미가 있는 일이죠. 물론 사람에 따라서 몇몇 대목은 안 그럴지도 모르겠지만…
아까 공모전 이야기를 잠시 꺼냈는데, 이 작품엔 지금껏 그렇게 내놓은 작품들 요소를 조금이나마 집어넣으려 애썼습니다. 물론 제가 기억하는 만큼요(아마 다 있겠지만). 물론 지금 따로 하고 있는 붉은 밤은 여기서 빠졌습니다. 다른 작품인 붉성전(붉은 성야 전설)도 따로 할 생각이라서 여기선 뺐구요. 그 작품들 빼면 조금씩이나마 있으리라 봅니다(몇몇은 운만 띄웠지만).
왜 다른 사람이 다 알지도 못할(하나둘은 알 수도 있겠지만) 이런 걸 했냐면, 저 자신이 이 작품으로 지금껏 갖고 있던 마음에 마무리를 지으려 했던 게 큽니다. 제가 공모전에 응모했던 건 대략 5년 전쯤이고, 그 때부터 몇 년동안 여기저기에 작품을 응모했습니다(제 소개에도 나와있지만). 개중에선 꽤 좋은 성과를 낸 작품도 있지만, 어쩌면 좋을지 몰라서 결국 여러 모로(공모전으로도, 자기 자신으로도) 실패한 작품도 여럿 있습니다.
몇 년 뒤쯤, 제 작풍이 그 때랑 크게 달라졌을 때 전 그 당시 공모전에 냈던 작품을 많이 후회했습니다. 자기가 정말 하고싶은 것도 모르고 ‘될 거 같은’ 작품만 냈다고요. 이제야 자기가 정말 하고싶은 걸 알았는데, 그 땐 그런 것도 몰라서 자기가 정말 쓰고싶은 걸 못 썼단 게 힘들었습니다. 얼마 전까지는요.
그런데 요즘들어 생각이 좀 바뀌었습니다. 그 때 작품이 자기가 ‘정말 좋아하는 것’을 모른 채 공모전에 들어가는 것만을 목적으로 쓰여졌다 한들, 그 작품들을 끝낸 경험이 없으면 지금 저도 없단 사실을 알았거든요. 이 작품은 어떻게 보면 그 당시 쓴 모든 작품들의 리메이크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물론 ‘그런 상징성도 있다’는 말이기에, 그 작품들 다 몰라도 즐기는 데엔 아무 지장이 없습니다. 사실대로 말하자면 다 아는 사람이 저 하나밖에 없을뿐더러, 어디까지나 ‘그 당시 작품을 받아들이자’란 생각에서 집어넣은 거니까요.
어떤 사람이든 저 빼고 모든 작품을 다 알진 못하겠지만, 제 입장에선 지금껏 써온 작품들도 ‘걸어온 길’ 중 하나라 받아들이는 나름대로 중요한 과정이었습니다. 여기에 관해선 다음에 쓸 다른 글에 더 자세히 적겠지만…이 작품 자체가 크게 봐도 가까이서 봐도 지금껏 해온 작품들을 ‘지금 자기한테 맞게’ 다시 한 거라고도 할 수 있겠네요. 그래서 작업이 끝난 지금, 나름대로 감회가 새롭습니다.
또 하나 좋은 게 있다면, 자기가 이렇게 새로운 작품도 할 수 있다는 신선함을 얻었단 거였습니다. 솔직히 말해서 요즘 떠오르는 작품이 다 그 나물에 그 밥인 거 같아서(문제의 그나물 및 그 밥 중 공개한 작품은 정말 없다시피하지만), 이제 더 이상 새로운 걸 떠올리지 못하는 게 아닐까, 란 생각을 했습니다. 하지만 이 작품을 하면서, 꼭 그런 것만도 아니란 걸 알게 된 게 참 좋았습니다. 아직 해보고 싶은 재밌는 상상, 상황, 작품은 좀 더 남아있구나, 란 생각을 많이 했습니다. 이런 점을 살려서 저 자신이 빠져들 수 있는 작품을 좀 더 해보려 합니다. 제가 빠지지 못하면 좋아해줄 사람이 정말 아무도 없어지니까요.
더 길게 적을까 했지만 다른 글에서 더 자세히 말하고 싶은 것도 있어서, 이번엔 이쯤에서 줄이려 합니다. 저도 붉은 밤 작업해야죠. 이 작품 덕분에 두 달 동안 못하고 있었습니다.
저 자신은 처음부터 하고싶은 말을 부어넣은 작품이라 생각하는데, 다른 분들껜 어떻게 비치는지 모르겠네요. 쓰는 사람도 중간엔 ‘이런 식으로 흘러가도 괜찮을까’라 진지하게 생각한 적이 있었습니다. 굳이 어디라고 말하진 않겠지만…작품에 관해선 완벽주의 성향도 좀 있어서 이거 쓰는 데도 시간이 걸렸네요. 그래도 끝낼 수 있어서 다행입니다.
아무 상관없지만, 저도 작품에 나오는 미래 양만큼이나 게임을 좋아합니다. 아니, 게임이라는 개념, 그 ‘구조’를 어릴 때부터 무척 좋아했습니다. 제가 하는 게임이라곤 미니게임이나 아케이드, 퍼즐, 교류형 게임이 대부분이지만(나머지는 못하므로), 그래도 게임이란 개념 자체는 항상 절 두근대게 했습니다. 그나마 하는 게임인 아케이드나 퍼즐도 잘 한다고 말하진 못하겠지만요(그런 점에서 교류형 게임은 항상 아낍니다).
개중에서도 특히 좋아하는 모바일게임 이야기를, 이 작품에서 많이 하면 좋겠단 생각을 합니다. 게임을 특별히 잘하는 것도 아니고, 좋아하는 게임이라곤 단독으로 돌아가는 것들이 대부분인데(소셜게임과는 잘 안 맞아서) 그래도 게임이 좋습니다. 세상에서 유행하는 게임이 아니라 할지라도 혼자 불타오르는 게 즐겁습니다. 게임을 모르는 사람한텐 아무 재미도 없는 최고점수를 트위터에 올리는 게 좋습니다. 별 까닭은 없지만요.
농담이 아니라, 게임은 정말 현실의 상징이라 생각합니다. 지금껏 게임만큼 세상을 상징하는 ‘개념’은 그다지 보지 못했단 생각을 합니다. 그렇지만 그런 까닭 때문에 게임을 좋아하는 건 아닙니다. 앞으로도 지금껏 해온 게임, 지금 하는 게임, 그리고 ‘앞으로 나올 게임’들을 있는 힘껏 아끼며 살고 싶습니다.
여기까지 지은이의 말이었습니다. 책으로 나오지도 않은 작품의 지은이의 말을 여기까지 읽어주신 모든 분들께 고맙단 말씀을 드립니다. 전 아이패드를 누가 지원해주면 속편으로 찾아오겠습니다. 물론 그동안은 붉은 밤을 마무리짓고 있겠죠.
그럼.
5월 중순까지 다 썼단 것에 자부심을 느끼며 리루에스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