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대는(각 에피소드에서 따로 말하지 않았으면) 불명.
그날 밤.
‘다른 모습’이 된 현은 뭔가 산더미만큼 들어가있는 장바구니를 싱크대 위에 올려놨다.
“어디 보자…”
만날 하던 대로 커다란 냄비에 라면을 끓이며, 현은 장바구니에 있는 ‘먹을것’들을 하나하나 꺼내기 시작했다. 청양고추, 튀김만두, 다진마늘, 마시멜로, 고수처럼 이걸 넣어도 될지 망설일 법한 먹을것들이 냄비에 담겼다. 그렇게 펄펄 끓이자, 드디어 뭐라 말할 수 없는 아무튼 라면이 완성되었다.
사람에 따라선 그다지 보고싶지 않은 비주얼을 지니게 된 라면을, 현은 빤히 보고 또 봤다. 그리곤 젓가락으로 라면을 쥔 뒤, 가만히 한입 가져갔다.
우물우물. 우물우물.
아무렇지 않게 라면을 먹던 현의 얼굴이, 점점 눈에 띌 만큼 새빨개졌다.
이러한 말을 눈앞에서 들은 뒤, 비상은 자기 얼굴이 딱딱하게 굳는 걸 느꼈다. 현은 그런 비상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이상하단 표정으로 말을 이었다.
“그게 참 신기해. 이런 모습이면 다 먹을 수 있을 줄 알았는데…”
넌 대체 남자를 뭐라 생각하는 거니.
그 말을 들으며, 비상은 속으로 그런 생각을 할 수밖에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