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는 크리스마스도 끝나려 하던 12월 25일 밤 11시 55분쯤.
아이들은 미아네 집 거실에 모여, 전기장판 위에 이불을 덮고 오순도순 둘러앉은 채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어느 누구보다 크리스마스를 사랑해 마지않는(다른 아이들의 눈으로 볼 때도) 봄이는, 벌써부터 아쉬운지 불만을 늘어놓고 있었다.
“근데 12월은 엄청 빨리 지나가는 거 같애. 크리스마스 때문인가?”
“봄이는 크리스마스 좋아하니까 아쉽겠다.”
옆에서 시간이 이렇게 걱정해주자, 봄이는 정말 그렇단 듯 고개를 세게 끄덕였다. 이렇게 주위가 들썩이는 날을 가장 좋아하는 봄이이므로, 그건 전혀 이상한 일이 아니었다.
“크리스마스 무지 짧다. 한 세 달쯤 넉넉히 있음 좋을 텐데.”
“겨울 다 크리스마스 하라고?”
“응. 안 돼?”
봄이의 말을 듣자, 백설은 무척 어이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리곤 마치 엄청 유치한 말을 듣기라도 한 것처럼 등을 홱 돌렸다. 하지만 여기에 있는 아이들이라면 모두 알고 있었다. 대개 크리스마스가 가까워지면 가까워질수록, 가장 뭔가 기대하는 건 여기 있는 백설이라는 사실을.
그렇게 크리스마스가 가는 걸 아쉬워하는 봄이를 세진은 멀찍이서 바라보고 있었다.
사실 그렇게 멀리 떨어져있는 건 아니었지만, 어쩐지 지금 세진은 봄이와 아이들이 자기와 멀찍이 있는 것만 같단 생각을 했다.
세진은 크리스마스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았다. 미아와 만난 뒤부턴 조금 나아졌지만, 그래도 그다지 안 좋아하는 건 그대로였다.
애초에 세진은 크리스마스에 즐거웠던 기억이 없었다. 오히려 주위에서 너무 들뜬 나머지, 지겹단 느낌이 들 정도였다. 크리스마스가 가까워질수록, 세진은 그런 이들이 눈에 띌 때마다 자기가 작아지는 듯한 착각이 들었다. 그런 이들과 자기가 사는 세상은, 눈에 안 보이는 커다란 벽으로 나뉘어진 것만 같았다.
봄이나 백설같은 아이들한테 미안한 말이긴 했지만, 세진은 그런 까닭으로 이렇게 올해 크리스마스가 가는 게 무척 편하게 느껴졌다. 이제 앞으로 1년 가까운 시간 동안은 그런 생각을 안 해도 된다는 걸 알고 있어서였다. 다른 이들과 자기 사이에 벽이 있다는 것, 자기 혼자 외톨이같다는 걸 깨닫는 건 그리 즐거운 일이 아니었다.
이번 크리스마스도 이렇게 지나가겠구나.
세진은 여느 때나 다름없이 그렇게 여기고 있었다.
하지만 아이들이 모두 잠든 뒤, 정말로 믿기 어려운 일이 일어났다.
마치 만우절이라도 되는 것처럼.
틀림없이 크리스마스였던 어제 다음으로, ’12월 1일’인 오늘이 찾아왔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