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궁금한 게 있는데요.”
“으…응?”
꽃잎이 그런 생각에 깊이 빠져있을 때.
영준은 도무지 모르겠단 표정으로 꽃잎을 보며 이런 말을 걸어왔다. 머리가 핑글핑글 돌 것만 같은 꽃잎이었지만, 일단 지금은 어떻게든 대답하는 수밖에 없었다.
“이런 건 별 거 아닐지도 모르지만…”
“괘, 괜찮아. 혹시 내가 아는 거라면…”
당황한 나머지 꽃잎이 빠르게 그런 말을 입에 담자, 영준은 잠시 생각하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그러다 잠시 뒤, 드디어 뭔가 다짐한 듯 입을 뗐다.
“그, 꽃잎이란 이름 말인데, 성은 없나요?”
“서, 성?”
그 말을 듣고서야, 꽃잎은 자기 이름을 다시 한 번 되돌아봤다. 일단 꽃잎도 오랜 시간을 보냈을 텐데, 지금껏 자기 이름에 성이 없다는 건 전혀 깨닫지 못했다. 이상하다고 생각해본 적조차 없었다.
나는 그런 것조차도 보통 사람들과 다르구나.
그런 생각에 꽃잎은 속으로 마음이 가라앉는 걸 느꼈지만, 그보다 더 신경쓰인 건 왜 영준이 그걸 깨달았느냐는 거였다.
“응. 어, 없어.”
“아. 그렇구나. 어쩐지 뭔가 이상하단 생각이 들어서…”
영준은 이제야 알겠단 표정을 지었지만, 꽃잎은 바로 이 상황에서 아주 커다란 위화감을 느꼈다. 지금 영준의 사고가 대체 어떻게 이뤄지고 있는지 도무지 짐작할 수 없어서였다.
굳이 이 일이 아니더라도 마찬가지였다. 꽃잎은 그저 ‘정말 급할 땐 이 힘을 써라’라 하늘한테 건네받은 그 힘을 썼을 뿐이었다. 대체 그 힘이 어떤 원리로 작용하는지, 그리고 왜 영준한테 듣는지는 꽃잎도 전혀 알 수 없었다.
지금 영준은 자기자신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는 걸까.
아무리 아무것도 모르는 꽃잎이라 한들, 이렇게 ‘서로의 입장을 바꾸는’ 게 결코 쉽지 않으리란 건 짐작할 수 있었다. 특히 그 ‘입장이 바뀌는’ 게 당사자라면 더더욱 그러할 터였다. 눈앞에 있는 자기자신을 다른 사람이라 믿는 건 얼마나 황당무계한 일이란 말인가. 만약 그럴 수 있다면, 그건 그 사람한테 뭔가 ‘약한 마음’이 뿌리깊게 자리잡고 있을 때일 것이다. 모든 모순을 떨궈낼 수 있는 ‘도망가고 싶다’는 약한 마음이.
꽃잎은 그, 영준의 ‘약한 마음’이 뭔지 잘 알고 있었다. 영준을 죽 지켜보게 된 가장 큰 까닭이 바로 그 ‘약한 마음’과 그에 얽힌 사건 때문이었으니까.
어쩌면 영준은 그 일 뒤로, 죽 어딘가 ‘도망갈 곳’을 찾고 있었는지도 몰랐다. 그러다 마침 꽃잎이 쓴 힘, 즉 ‘암시’에 가까운 걸 만난 뒤 드디어 도망갈 곳을 찾은 것인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자기자신이라 하는 커다란 우리에서.
뭘 어떻게 해도 영준의 마음만은 읽을 수 없는 꽃잎은, 그저 그렇게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