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금자리

미아는 조심스레 열쇠구멍에 꽂힌 열쇠를 돌린 뒤,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이런 ‘다른 모습’이 되기 전에, 미아는 이런 식으로 혼자 사는 걸 꿈꾼 적이 있었다.
특히 부모님이 크게 싸우는 날 밤엔 더더욱 그랬다. 도망갈 곳이라곤 어디에도 없는 집안에서 숨을 죽인 채, 어떻게 해서든 자려고 애를 쓰며 버텼다.
나도 나 혼자서 마음편히 지낼 수 있는 보금자리가 있었으면 좋겠다.
그럴 때마다 미아는 속으로, 몇 번이고 그런 생각을 되풀이했다.
하지만 아직 초등학교 5학년인 미아한테, 그런 꿈이 실제로 이뤄질 리는 없었다.
언제까지 이렇게 버텨야 할까?
방문 너머로 들려오는 고함소리를 못들은 척하며, 미아는 무서운 마음을 어떻게든 견뎌냈다.

그리고 지금, 미아는 ‘다른 모습’이 된 다음에야 보금자리라는 걸 얻었다.
“우와…”
아직 아무 것도 없는 빈 집을 보며, 미아는 자기도 모르게 그런 말을 중얼거렸다.
태어나서 한 번도 이사란 걸 해본 적이 없는 미아는, 이렇게 그럭저럭 큰 집에 아무 것도 없는 풍경을 지금 처음 만나게 된 것이다.
집에 아무것도 가구같은 게 없으면 이렇게나 썰렁하구나.
다른 사람들한테 있어선 당연한 말이었지만, 미아한테는 이제야 와닿는 사실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