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날 밤, 현은 혼자 생각에 잠겨있었다.
딱히 고민이 있는 건 아니었지만, 어제 겪은 일이 잠깐 머리를 스치고 지나가서였다.
어제, 현은 비상의 집에 가게 되었다. 비상의 집엔 VR이란 게 있었다. 현도 거기에 관해 들은 적이 있었다. 겪어본 적은 지금까지 한 번도 없었지만.
참 신기한 경험이었다.
보통 사람들 눈엔 그런 것보다 더 신기한 것도 잘 아는 현이었지만, 그 땐 정말로 그런 생각이 들었다. 신기한 데 굳이 까닭을 붙일 것도 없었다. 자기가 말하는 건 이상할지도 모르지만, 기술이란 참 신기했다.
마치 자기가 다른 곳에 있는 듯한 느낌.
그 때 일을 떠올리다, 현은 지금 자기가 바닥에 가만히 누워있단 걸 깨달았다. 방금 전부터 죽 누워있었지만, 하도 마음이 편해서 깜박 잊어버리고 있었다. 그러고 보니 떠올려야 하는 게 하나 더 있었다. 이건 별 거 아니었지만, 현은 지금 ‘다른 모습’이었다.
가상 속 자기와 ‘다른 모습’인 자기는 어떤 차이가 있을까.
현은 아직 그걸 잘 알 수 없었다. 둘 다 비슷하단 느낌은 있었지만, 다른 게 있단 것도 틀림없었다. 그 VR이란 걸 썼을 때, 현은 여기가 아닌 다른 곳에 있었다. 마치 마음이 모든 걸 뛰어넘은 것만 같았다.
그럼 지금은 어떨까.
현은 지금 무척 묘한 생각이 들었다. 그 VR이란 것과 다른 모습은 비슷했지만, 틀림없이 달랐다. VR은 마치 넋이 모든 걸 뛰어넘은 듯한 느낌이었다. 하지만 ‘다른 모습’은 그와 거꾸로였다.
‘다른 모습’이 VR과 달랐던 건, 이건 자기 넋을 어딘가에 따로 ‘가두는’ 것만 같은 느낌이 든다는 사실이었다.
마치 자기가 지닌 모든 가능성이, ‘다른 모습’이란 데에 꽁꽁 갇힌 것만 같았다. 물론 시간이 지나면 원래대로 돌아가는 것도 사실이었지만, 이대로라면 자기가 여기에 죽 있어야만 할지도 모른다, 란 생각이 드는 건 정말이었다. 자기 모습이 억지로 바뀐다는 건 이렇게나 무거운 일이었던 것이다.
왜 주위가 바뀌는 건 아무렇지도 않은데, 자기가 바뀌는 건 이렇게 묘한 느낌일까.
그런 생각을 하며, 현은 지금 자기와 동지라 할 수 있는 사람, 비상을 떠올렸다. 이게 자기만 가지고 있는 생각일까, 란 게 갑자기 궁금해진 탓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