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서운 꿈

이게 대체 어떻게 된 일일까.
정신을 차리고 보니, 미아는 전신 쫄쫄이 옷을 입고 있었다.

“어, 어?”
맨 처음 그걸 깨달았을 때, 미아는 하늘이 노래지는 줄 알았다.
지금 입고 있는 그 쫄쫄이 옷이 햇살보다도 눈부신 황금색이라는 점이, 미아의 민망함을 한층 부채질하고 있었다.
아니, 지금 중요한 건 애초에 그게 아니었다.
지금 중요한 건, 이 쫄쫄이 옷은 몸에 딱 달라붙는다는 점이었다.

“어, 어떡해…”
그 사실을 다시금 깨닫자, 미아는 얼굴이 달아오르는 걸 느꼈다.
이 번쩍거리는 옷도 민망했지만, 지금 자기가 입은 옷이 몸에 착 달라붙는다는 사실이 굉장히 견디기 힘들어서였다.
물론 입은 느낌도 그렇지만, 그것보다 더 신경쓰이는 건 따로 있었다.
옷이 몸에 딱 달라붙는다는 건, 다시 말하자면 자기 몸이 그대로 남한테 드러난다는 뜻이었기 때문이었다.
원래 모습이면 모를까, 어른답게 덩치가 커진 미아는, 지금 이 몸뚱이가 그대로 드러나는 옷을 입었다는 사실이 굉장히 민망했다.

그런 생각에 혼자 끙끙 앓던 미아는, 중요한 사실을 하나 깨달았다.
지금까지는 상반신에만 눈을 둬서 전혀 깨닫지 못했지만, 이렇게 달라붙는 옷을 입으면, 눈에 띄는 데가 하나 있다는 사실이었다.
“우아아아악!”
지, 지금, 주위에 아무도 없지?!
그걸 깨닫자마자, 미아는 얼른 손으로 아랫도리를 꽁꽁 싸맨 뒤 주위를 둘러봤다.
아까부터 대체 이건 무슨 상황이란 말인가.
미아는 지금 이 순간, 자기를 이런 식으로 만들어 놓은 하늘이 무척 원망스러운 나머지, 눈물이 찔끔 날 것만 같았다.
만약, 지금 자기가 가리고 있는 게 하반신이 아니라 상반신이었다면, 지금보다는 억울한 마음이 덜했을까.
지금 생각해봤자 아무런 의미가 없다는 걸 알면서도, 미아는 그런 생각을 할 수밖에 없었다.

그 때였다.
“어, 어?!”
이게 어떻게 된 일일까.
정신을 차리니, 미아는 식은땀을 줄줄 흘린 채 침대에서 몸을 벌떡 일으키고 있었다.
갑작스런 일에 영문을 알 수 없어진 미아는, 멍한 눈빛으로 주위를 얼른 돌아봤다. 여기는 아무리 봐도 미아가 만날 자는 방이었으며, 자기가 입은 옷도 평소와 다름없는 티셔츠랑 반바지였다.
“꿈이구나…”
미아는 그제서야 마음을 놓곤, 긴장이 풀린 나머지 몸을 축 늘어뜨린 채, 몇 번이고 가슴을 쓸어내렸다.
아침부터 햇살이 따가운 한여름인데도, 미아는 방금 꾼 꿈을 떠올리면 자기도 모르게 등골이 서늘해지는 것만 같았다.

어릴 적 꿨던 귀신 꿈보다, 왜 이런 꿈이 더 무서워진 걸까.
다른 사람한테 이런 말을 하면 아무도 동감해주지 않으리란 생각에, 미아는 한숨을 푹 내쉬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