붉은 밤 언리미티드 etc. 어느 밤의 모습


밤이 깊어가고 있었다.
모두가 깊게 잠든 밤, 누군가가 가정집 옥상으로 가만히 걸음을 옮기고 있었다. 이 동네에선 보기 드문, 어느 정도 몸집이 있는 20대 남성이었다. 적어도 겉으로 보기엔 그랬으며, 실제로도 일단은 그러할 터였다.
마치 꿈이라도 꾸는 것처럼, 뭔가를 시험하는 것처럼, 남자는 옥상 위로 올라간 뒤 기지개를 죽 폈다. 그러더니 이번엔 아무 것도 없는 허공에 주먹질을 하기도 하고, 몸을 빙빙 돌리기도 했다. 누가 보면 희한한 짓이라고 할 게 틀림없었다. 실제로 그건 다른 사람의 눈으로 볼 때 무척 희한한 짓이었다. 하지만 남자의 표정은 참으로 우스울 만큼 진지했다. 적어도 본인한테 이런 짓은 나름대로 뜻깊은 일인 듯했다.
잠시 뒤, 그런 우스운 짓을 그만둔 남자는 아무도 없는 옥상에 혼자 가만히 서있었다. 아까까지 어린애처럼 신기하게 자기 몸을 다루던 것과는 정반대였다. 지금 남자는 뭔가 깊은 생각에 잠겨있는 게 틀림없었다.
남자는 오랫동안 그 자리를 떠나지 않았다. 그저 먼 곳을 가만히 바라보며, 뭔가 깊이 생각하고 있을 뿐이었다. 마치 자기 자신과 마주하고 있기라도 한 것처럼, 남자는 한동안 가만히 그 자리에 있었다.
아무도 없는 밤에, 한 남자가 있었다.
남자는 이윽고 자기 모습이 ‘원래대로’ 돌아갈 때까지, 한동안 죽 그 자리에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