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날 아침, 꽃잎은 자기가 놀랄 만큼 일찍 일어났다.
오늘이 바로 ‘그 날’이구나.
꽃잎은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온갖 사이트를 다니며 광고나 기사를 빤히 바라보고 있었다. 마치 내일이 크리스마스란 걸 광고하는 것처럼, 세상은 반짝이는 것들 천지였다. 크리스마스에 열리는 이벤트, 사고싶은 선물, 알록달록한 모든 것들이 꽃잎의 눈길을 좀처럼 놓아주지 않았다.
드디어 나도 저런 것들과 닿을 수 있구나.
지금껏 꽃잎과 이러한 크리스마스라는 이벤트는, 아무리 바란다고 한들 인연이 없는 사이였다. 현실세계와 아주 동떨어진 곳에서 지내는 꽃잎한테 저런 행사와 인연이 닿을 리 없었던 것이다. 항상 이렇게 멀리서 많은 이들이 크리스마스를 즐기는 걸 바라볼 수밖에 없는, 바로 그것이 꽃잎의 운명이었다.
하지만 지금, 꽃잎은 현실, 크리스마스에 ‘닿았다’.
멀리서만 보던 크리스마스가, 바로 지금 현실이 되었다. 비록 그다지 좋지 못한 대가를 치르고 있지만, 그래도 크리스마스라는 비현실에 자기가 들어갈 수 있게 됐다는 건 정말로 가슴 두근대는 일이었다.
그런 생각을 하며 꽃잎이 온갖 광고를 빤히 보고있을 때였다.
툭툭.
누가 자기 옆구리를 치는 걸 느낀 꽃잎은 아무 생각도 없이 고개를 돌린 뒤 눈을 동그랗게 떴다. 노을이 지금까지 한 번도 본 적이 없을 만큼 눈을 반짝이며 자기를 빤히 쳐다보고 있었던 것이다.
잠시 가만히 그걸 보던 꽃잎은, 어쩐지 노을이 뭔가 기대하고 있는 듯한 표정을 짓고있단 걸 깨달았다. 기대. 그러고 보니 오늘과 무척 어울리는 말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뭘 기대하는 걸까. 아, 그러고 보니 오늘은.
“선물?”
조심스레 그렇게 묻자, 노을은 기다리기라도 한 듯 바로 고개를 끄덕였다. 사실 가만히 생각하면 선물은 산타할아버지가 주는 거였던 거 같은데, 노을은 산타할아버지가 아니라 꽃잎을 기대에 가득찬 눈빛으로 쳐다보고 있었다.
그 눈빛을 보고서야 비로소 꽃잎은 깨달았다.
크리스마스는 꽃잎뿐만 아니라, 다른 이들한테도 ‘선물을 받을 수 있는’ 소중한 날이었던 것이다.
그렇게 해서 잠시 뒤.
“근데 정말 이것만 줘도 돼?”
끄덕끄덕.
꽃잎은 노을의 손을 잡고 집 근처 편의점을 나서고 있었다. 노을의 손에는 마치 보물단지라도 되는 듯, 닭고기 국물이 들어간 컵라면이 소중히 들려있었다.
정말 이것만 가지고 될까.
노을은 아무렇지 않게 고개를 끄덕이며 발걸음도 가볍게 자기 손을 잡은 채 집으로 돌아가고 있었지만, 꽃잎은 아무래도 그게 자꾸만 마음에 걸렸다. 크리스마스엔 맛있는 걸 먹는 거란 게 지금껏 꽃잎이 화면 너머에서 보고배운 거였다. 물론 노을이 이 컵라면을 무척 좋아하는 건 사실이었지만, 그래도 오늘은 ‘맛있는’, 뭔가 특별한 음식을 먹는 날일 터였다.
지금까지 크리스마스가 다가오면 자기 자신이 기쁠 것만 생각했는데, 이젠 그러기만 할 순 없겠구나.
다음 크리스마스에도 이 아이와 같이 있을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꽃잎은 속으로 그렇게 생각하며 자기도 모르게 노을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노을은 만날 그랬듯,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수 없는 신기한 표정으로 꽃잎을 빤히 쳐다보고 있었다.
앞으로는 나뿐만 아니라 누군가한테 선물을 주는 것도 생각해야겠다.
꽃잎은 태어나서, 처음으로 그런 생각이 드는 걸 느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