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게 다들 탁자에 모여 자장면을 맛있게 먹고있을 때였다.
“우물우물. 우물우물…”
세진의 앞에 앉아있던 봄이는 자기 몫인 자장면을 먹다말고, 고개를 돌려 다른 애들의 그릇을 보며 눈을 반짝였다. 잠시 그러다가, 이윽고 봄이는 자기 옆에 있던 시간의 그릇으로 젓가락을 가져갔다. 마침 그 때, 시간은 자기 옆에 있던 군만두에 정신이 팔려있었다.
“치. 남의 거 뺏어먹기나 하고.”
그 옆에 앉아있던 백설은 그렇게 중얼대며 자기 걸 먹다가, 문득 봄이가 자기 그릇에까지 손을 뻗었단 걸 알아챘다. 마치 원수의 자식이라도 보는 것처럼, 백설은 얼른 봄이를 노려보며 자기 그릇을 손으로 감쌌다. 봄이가 노리는 건 백설의 자장면뿐만 아니라, 그 위에 얹힌 탕수육이기도 했던 것이다.
“안 줄 거야. 알았어? 이건 내 거란 말이야.”
“치…”
물론 그런 걸로 포기할 봄이가 아니었으므로, 결국 둘은 자장면을 먹다 말고 젓가락을 맞부딪히며 싸우고 있었다. 둘 다 이제 다른 건 눈에도 안 들어온다는 모습이었다. 쟤들은 왜 만날 저러지. 그런 생각을 하며 어이없단 눈으로 바라보고 있던 세진은, 문득 봄이가 자기 그릇까지 짐승의 눈으로 바라보는 걸 알아채곤 얼른 그릇을 자기 쪽으로 끌어당겼다. 물론 세진도 백설만큼이나 자기 먹는 걸 뺏기긴 싫었다. 물론 유치하게 젓가락질로 싸우지도 않겠지만.
그런 생각을 하고있을 때, 세진은 우연히 자기 옆을 보다가 눈을 동그랗게 떴다. 세진도 모르는 사이, 자기 옆에 앉아있던 홍준, 그러니까 미아는 봄이 일행이 자기 거까지 뺏어먹을까봐 온힘을 다해 그릇을 비우고 있었다. 평소엔 먹을 거에 욕심 하나 안 부리던 미아가 이렇게까지 눈앞에 있는 그릇에 신경을 쏟는 건 정말 드문 일이었다. 안 그래도 지금은 세진 및 다른 아이들보다 건장한 모습인 탓에, 허겁지겁 그릇을 비우는 그 모습은 참으로 묘한 박력이 있었다. 사실 가만히 생각하면, 미아는 지금 세진 일행과 달리 ‘어른’인 모습이므로, 자기들보다 더 많이 먹는다고 해서 이상할 건 하나도 없었다. 어쩌면 세진이 멋대로 만든 미아의 이미지가 이제 와서 부서지고 있는 걸지도 몰랐다.
이럴 땐 어떡해야 하는 거지?
자기도 모르게 이마를 짚으려던 세진을, 만두를 배불리 먹고 여유롭게 탕수육으로 손을 뻗던 시간이 영문을 알 수 없단 눈빛으로 바라보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