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아는 승혁을 만나기 전까지, 자기랑 비슷한 사정을 지닌 누군가가 있을 거라고는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
그 날까지만 해도, 최승혁은 대한민국 어디에서나 볼 수 있는 보통 고등학교 1학년 남학생이었다. 굳이 말하자면 또래보다 덩치가 조금 더 있고 인상이 조금 험하게 느껴지는(자기 친구들의 말에 따르면) 점은 있었지만, 그래도 보통 또래들과 비슷한 존재라고 승혁은 생각했다.
어릴 적 부모님이 이혼한 뒤엔 엄마 손에서 길러졌다. 엄마는 항상 승혁보다 자기 생각이 먼저였지만, 그래도 그럭저럭 참고 살만은 했다.
적어도 ‘그 날’ 전까진 그랬다.
‘그 날’ 엄마가 자기 멋대로 승혁한테 손을 대지 않았다면, 지금까지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을 터였다.
하지만 고등학교 1학년이 된 바로 그 해. 승혁의 삶은 보통 사람들이라면 상상조차 하기 힘든 방법으로 무너져내렸다.
그건 잊을 수도 없는 작년 9월 무렵에 있었던 일이었다.
계기가 된 건 학교에서 잠깐 있었던 말다툼이었다. 맨 처음엔 말 그대로 별거아닌 말다툼이었지만, 어쩌다 보니 일이 조금 커졌다.
그렇게 된 바람에 주먹질을 조금 하게 되었고, 승혁은 선생님들한테 꾸지람을 들었으며, 엄마까지 학교에 불려오고 말았다.
평소라면 그저 재수없는 일로 끝났을 테지만, 승혁은 그 때 엄마와 사이가 그다지 좋지 않았다. 그러던 와중 학교에서 일을 내 불려가기까지 했으니, 엄마가 화내는 것도 이상한 일은 아니었다.